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쟁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더라면 이런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책임론을 부각했다. 반면 한 전 위원장은 "네거티브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로우키를 유지했다. 원 전 장관은 4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11월 당 비대위 구성 당시를 두고 "많은 사람이 경험 많은 원희룡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지만, 선택은 한동훈이었다. 그 선택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며 "그때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더라면 이런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패배 책임론을 내세워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한 것이다. 원 전 장관은 "(저라면) 대통령과 의견이 달랐더라도 그런 방식으로 충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공천을 얼마나 조심해서 잘 다뤄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도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은 앞서 한 전 위원장에 대해 '사심공천' 논란을 제기하며 한 전 위원장이 사심공천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또 "불과 두 달여 전에 크게 실패한 사람에게 또 맡겨서는 안 된다"며 "경험이 부족한 당 대표를 뽑으면 안 된다"고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원 전 장관 본인 또한 총선 당시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패한 바 있는데, 그는 그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를 계양에 묶어두기 위해서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이어 이날 오전 유정복 인천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를 언급하며 "저는 도지사였기 때문에 거기에 관여할 수는 없었"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한 전 위원장에게 제기한 '배신론'과 관련,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사실을 한 전 위원장 측이 꼬집자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여당과 대통령에 쓴소리는 하되, 그 소리가 바깥에 그 당을 쪼개는 데에 가게 되지 않도록 잘 갈등을 관리하는 이런 부분들이 지금 필요"하다며 한 전 위원장의 '비윤' 노선은 비판, '친윤' 노선인 본인의 장점을 어필했다. 한 전 위원장은 본인을 향한 '배신론'의 직접적 명분이 된 제3자특검법에 대한 추진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공격에는 "일일이 대응 않겠다"는 로우키 자세를 취했다. 이날 오전 역시 유 시장과 면담한 한 전 위원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검과 관련 "민주당이 정한 특검이냐, 아니면 제가 말하는 대법원장이 말하는 특검이냐, 선택지가 새로운 것이 생긴 것"이라며 "제3자인 대법원장이 정하는 특검이 당연히 공정한 제도이고, 공정한 결과를 담보할 수 있을 거라는 건 다들 동의하실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원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선 "네거티브 인신공격 같은 경우 어느 정도 있을 수는 있겠다"며 "당내 선거에서 제가 하나하나 대응하진 않겠다"고만 해 소극적인 방어태세를 유지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부터 자신을 향한 공격과 관련 "제가 참겠다"고 하는 등 무대응으로 기조를 바꾼 바 있다. 이에 '배신 논쟁' 자체가 본인에게 불리한 이슈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다만 그는 다른 세 후보가 모두 열을 올리고 있는 '한동훈 총선책임론'에 대해서는 "나경원·원희룡 후보 역시 전국선거공동선대위원장이셨고, 윤상현 후보는 인천 총괄선대위원장이셨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더해, 한 전 위원장 캠프 측 측근들 사이에선 한 전 위원장 본인과는 달리 격한 반응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동훈 캠프의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비대위원장이라면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는 원 전 장관의 발언과 관련 "그러면 그때 왜 안 맡으셨나? 그렇게 자신 있으셨으면"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대변인은 당시 상황을 두고 "우리 당이 서울에서 6석 밖에 안 된다라는 <조선일보> 보도가 있었던 시점"이라며 "이때 원희룡 후보의 할아버지가 오셨어도 이거 선거판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었을 것"이라고 강하게 맞받았다. "사후적으로 평가를 내리고 단정적으로 말씀하신 것은 지금 선거 과정에서 경쟁 후보에 대한 일종의 마타도어"라고도 했다. 정 대변인은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등 당내 광역단체장들이 한 전 위원장을 비판하고 접견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던 분들은 한동훈 후보에 대해서 약간의 안 좋은 감정, 비토감정이 있"다며 "(세 사람 의견) 그것이 전체의 당심과 민심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앞서 한 전 위원장은 홍 시장 등 지역민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당내 광역단체장들에게 비판 받으며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은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유정복 인천시장과의 만남으로 광역단체장과의 미팅을 처음 성사시킨 상태다. 이날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은 나란히 인천을 찾아 1시간 간격으로 유 시장을 면담해 활동 일정에서부터 후보 간의 신경전이 도드라졌다. 또 다른 유력 후보 나경원 의원은 전날 유 시장을 접견, 이날은 충남도청을 찾아 김태흠 충남지사를 만났다. 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원희룡 후보가 본인이 지난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면 총선 참패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정작 본인의 선거 결과는 전혀 정반대"라고 꼬집기도 했다. 나 의원은 "원 후보는 지난 22대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에 무려 8.67%p(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며 "적어도 원 후보가 총선 승리를 말할 수 있으려면 '졌잘싸'를 보여줬어야 하나 2022년 6월 보궐선거 성적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원 후보도 한동훈 후보의 '실패'를 말씀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게다가 원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면 우리 당은 이른바 '수직적 당정관계’ 프레임에 갇혔을 것이다. 원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점차 격화되는 당권경쟁을 두고 당 안팎에선 우려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께서는 당과 후보들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모든 후보에게 수준 높고 품격 있는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분쟁과 분열이 아니라 관용과 통합의 목소리를 그리워하고 계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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