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문자메시지를 무시해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소위 '읽씹' 논란이 여당 전당대회의 중심 화두로 떠올랐다. 김 전 대표와 친윤계 핵심그룹이 한 전 위원장 공격을 위해 문자 내용을 고의적으로 흘렸다는 '김건희 전당대회 개입설'까지 제기됐다. 친윤 성향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비윤 나경원 의원은 모두 이 사안을 빌미로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폈다. 한 전 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역 쪽방촌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동행식당 조찬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읽씹 논란'과 관련 "저는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생각한다"며 "총선 기간 동안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대표의 문자 내용으로 알려진 '명품백 의혹 사과'에 대해서도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또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공개된 김 전 대표의 문자 내용에 대해서도 "재구성했다고 하잖나, 내용이 좀 다르다"고 말해 보도가 왜곡 내지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쓰거나 보낸 문자가 아닌데 그 내용에 대해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읽씹 논란'이 전당대회 화두로 던져진 현 상황을 두고 당 안팎에선 한 전 위원장을 향한 친윤계 공세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해당 논란이 '친윤계 작전'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더 분란을 일으킬 만한 추측이나 가정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전날인 4일 오후 김규완 기독교방송(CBS) 논설실장은 자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건희 전 대표가) 문자를 보낸 이후 한동훈 위원장이 읽고 씹었다"며 "그래서 김 여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모욕을 느꼈다라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혀 한·김 '읽씹' 논란을 제기했다. 김 논설실장에 따르면, 김 전 대표가 문자를 보낸 시기는 1월로 명품백 수수 의혹 문제로 당정 간 갈등이 심각하던 시절이었다. 김 전 대표는 문자로 본인의 문제에 대해 한 전 위원장에게 사과하고 사과 등 조치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탈당 인사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방송 직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논설실장이 방송에서 이야기한 내용은 사실에 부합한다"며 "뒤늦게라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정확한 진단과 책임 위에서 보수 재건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당 안팎에선 한 전 위원장의 지지세 약화를 위해 김 전 대표와 친윤그룹이 고의적으로 해당 문자 내용을 언론에 넘겼다는 '작전설'이 제기됐다. 총선 전 국민의힘을 탈당한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전당대회 개입"이라며 "이걸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김건희 여사 아니면 한 전 위원장일 것 아니냐"고 했다. 천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얘기는 그 어떤 기준에서 봐도 한동훈 후보가 굳이 먼저 공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 용산과의 관계에 있어서 아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면 누가 했겠나, 저는 김건희 여사가, 김건희 여사 쪽에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의 경쟁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맹공에 나섰다. 원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읽씹' 논란에 대한 한 전 위원장의 '공적 통로로 소통' 해명을 두고 "충격적 발언"이라며 "'비대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 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나.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 전 장관은 이어 "세 분 사이의 관계는 세상이 다 아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절윤'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그때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호응했다면 얼마든지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있었고, 당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캠프 측 이준우 대변인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 해당 논란과 관련 한 전 위원장 측이 '(문자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다르다는 건 아마 살짝 결이 다르다 이 정도겠지 그 전체 자체 팩트가 틀린 건 아닐 것"이라며 "문자를 보냈고 거기에 대해서 읽고 응답하지 않았고, 또 전화 연락이 온 것도 받지 않았고 본인도 제3자를 통해서도 연락도 하지도 않았고 이런 거 자체는 팩트"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사과를 하면 선거판이 지금보다 훨씬 결과가 나았을 거라고 보는데, 그렇게 해서 좋은 선거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 이 선거의 승리, 승리의 공을 혹시 대통령실이 가져간 게 아닌가"라며 "한동훈 개인 입장에서는 그 공을 내가 아닌 대통령실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우려해서 이거에 대해 반응을 안 보인 게 아닌가"라고 일종의 '배신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원·한 갈등을 비판하며 중립성을 강조해온 나경원 의원 또한 해당 논란을 활용해 '한동훈 때리기'에 합세했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본인 페이스북에서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후보자 간의 연락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며 "경험부족이 가져온 오판이었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 의원은 "더이상 비방과 폭로전에 휩싸여선 안 된다"면서도 "한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그리고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한 전 위원장 비판에 힘을 실었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선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우리 당대표는 그것을 못한다. 그러면 그것부터 전력 차이가 많지 않겠나"라며 원외 인사인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에 대한 자신의 강점을 부각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여론이 특검법 찬성 의견이 높으니까 무조건 하자.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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