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진숙 전 대전 문화방송(MBC) 사장이 지명되자 공영방송 이사들과 방송 현업 단체들이 거세게 저항하며 지명 철회 촉구 운동을 벌이고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및 한국방송공사(KBS)·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 14명은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경영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이사장과 이사를 해임하고 사장을 해임해 KBS를 장악했듯이, 이제는 눈엣가시인 MBC마저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재 국회에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독립성과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송 3법과 방통위법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국회 논의조차 기다리지 않고 2인 체제라는 방통위의 하자를 치유하지도 않은 현 상태대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서두르는 이유는 자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서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MBC 구성원들을 탄압하고 권력과 결탁해 MBC 민영화를 추진했던 이진숙을 새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데서도 드러난다"며 "공영방송 해체를 시도하고 후배들에 대한 부당 징계에 앞장섰던 이진숙에 대한 방통위원장 지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지난 1일 사퇴하기 직전 기습적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계획을 의결한 데 대해 "무효"라며 "방송위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법에는 대통령 지명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 몫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게 돼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난해 8월 이동관 전 위원장을 시작으로 지난 1일 사퇴한 김 전 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자신과 이상인 부위원장등 대통령 지명자 2인으로만 파행적으로 운영해왔다. 앞서 법원은 방송위 '2인 체제'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20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후임 김성근 이사 임명 처분 집행 정지 신청 항고심 결정에서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해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도록 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이 사건 임명 처분은 단 2명의 위원들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루어져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공영방송 이사들은 이에 △위법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 중단, △'합의제 위원회' 취지에 맞는 방통위 정상 운영, △이진숙 후보자 지명 철회,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거부권 남용 중단 등을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92개 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2인 체제' 파행 운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진숙 후보자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되면 그 역시 국회 탄핵소추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초단기 방송통신위원장이 될지도 모르는 인물을 내리꽂는 이유는 단 하나. 윤석열 정권의 마지막 방송장악 대상인 MBC를 사영화하겠다는 의도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부적격자 이진숙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이 후보자를 향해서는 "공영방송 언론인 출신으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전·현직 구성원도 이 후보자를 향해 "MBC를 망가뜨린 자"라며 윤석열 정권이 방송장악을 위해 "한 번 쓰고 버리는 카드"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에게 이진숙은 가장 악역이 필요한 시기에 한 번 쓰고 버리는 카드"라며 "이번 방통위원장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들을 윤석열 정권에 충성하는 자들로 임명해 버리고 탄핵당하기 전에 사퇴하는 것이 임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아무도 안하려고 했을테지만 이진숙은 고향 대구에서 정치하는 것이 진짜 목표이기 때문에 그럴듯한 이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후배들 등에 칼 꽂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키워준 공영방송을 정권에 가져다 바치고 입신양명의 꿈을 꾸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승호 전 MBC 사장(현 <뉴스타파> 피디)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진숙 씨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되자마자 험악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방송이 흉기'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류희림, 김홍일 같은 사람이야말로 언론자유에 대한 흉기"라고 반박했다. 기자 출신의 박 전 사장과 피디 출신의 최 전 사장은 2012년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 홍보국장 시절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벌인 공정방송 파업 참여 중 해고됐다. 이후 2017년 해고 2001일 만에 복직된 두 사람은 각각 34대·35대 사장을 역임했다. MBC 기자회 또한 성명을 내고 이 후보자를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리고 동료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자"라며 "이진숙을 방통위원장에 임명한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MBC 장악을 넘어 다시 공영방송으로 기능할 수 없게 파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는 "이진숙에게 'MBC 전 기자'라는 소개는 어울리지 않는다.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리고 동료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자"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MBC 흑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로, 2012년 MBC 기자회가 회원에서 제명했던 이진숙"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는 2012년 공정방송 파업을 비난하고 탄압한 이 후보자를 기자회에서 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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