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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석열·이재명, 용기와 결단 리더십 보일 수 있나?

[독점과 쏠림이냐, 포용과 분권이냐] 대통령제, 계속 고수해야 하나 ②

내각제의 약점과 보완

내각제(의회제)는 일인 행정부의 함정을 피함으로써 대통령제의 치명적 결함을 파한다. 이 점에서 내각제는 대통령제보다 우월하다. 그러나 의회 권력과 행정부 권력을 일원화하는 내각제의 권력융합은 그 대가로 권력분립을 희생시킨다. 내각제의 다른 단점들은 대부분 제도혁신으로 해결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 흔히 지적되는 내각제의 약점은 다음과 같다.

내각제에서 여당은 다수당으로서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기 때문에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가 현저히 감퇴한다. 사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법심사의 예외 영역인 통치행위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거나 행정부의 재량권 한계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해법은 사법 기술관료에 대한 민주정치의 우위성을 훼손한다.

의회의 내각 신임/불신임권과 총리의 의회 해산권은 종종 국정 불안을 일으킨다. 독일은 이 결점을 ‘건설적 불신임제’로 해결했다. 건설적 불신임제란 하원이 과반수 찬성으로 후임 총리를 선출하는 경우에만 총리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하원의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다.

불비례적 선거제로 뽑힌 의회는 때로 독재화의 위험이 있다.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불비례적 선거제도는 제1당의 권력을 비대하게 키웠고, 이를 견제할 대항 권력이 없는 상황에서 선거독재 국가로 퇴행했다. 이 위험은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 도입으로 극복될 수 있다.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로 군소정당이 난립할 경우 연합정부 구성이 쉽지 않고, 어렵게 구성한 연합정부는 한두 군소정당의 탈퇴로 무너질 수 있다. 요즘 이스라엘은 이 위기에 직면하여 민주정치 퇴행을 겪고 있다. 바이마르 공화국 때 같은 위기를 겪은 독일은 종전 후 5% 봉쇄조항을 두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봉쇄조항이란 일정한 득표율을 얻은 정당에게만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정하는 제도다.

내각제에서 의원만 내각의 각료로 임명되어야 한다는 통념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제한된 인재를 등용한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각료의 절반까지 의원이 아닌 인재를 등용할 수 있다. 영국과 캐나다는 의원이 아닌 인재를 임명직 상원의원 자격을 주고 각료로 등용할 수 있다.

내각제 도입으로 공직 후보의 정당공천을 둘러싸고 ‘공천 장사’가 만연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 우려는 독일처럼 모든 공직 후보를 당원의 투표로 결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여느 선진국처럼 지역정당을 허용하여 경쟁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의 정당 민주화로 불식시킬 수 있다. 흔히 제2공화국 때 다수당인 민주당의 신파와 구파 간 극심한 갈등을 내각제의 내재적 결함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내각제 도입 전에 민주당은 이미 분열되어 있었다. 요즘 우리는 정당 간 갈등이 대통령제에서 내전 상태로 치닫고 국민분열을 조장하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대통령제는 내각제보다 정당과 리더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를 더 심하게 부추긴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북한의 수령제에 대항할 강력한 대통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취약한 지지기반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오히려 위기를 조성하는 매우 허약한 대통령제를 경험하고 있다. 더욱이 내각제는 통념처럼 취약한 정부형태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윈스턴 처칠의 거국내각과 히틀러의 침공 야욕을 꺾은 스위스 대연정내각은 바로 내각제 내각이었다.

위험하고 불안정한 이원정부제

4년 중임의 대통령에 총리를 의회에서 선출하는 등 내각제적 요소를 강화한 이원정부제(준대통령제)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다. 오늘날 프랑스 제5공화국(1958∼현재) 정부를 이원정부제의 표준모형으로 간주하지만, 이원정부제의 최초 실험은 막스 베버의 제안에 따라 20세기 초반 시작되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내각제에 직선 대통령을 결합한 이원정부제를 채택했다. 7년 임기 직선 대통령은 중임이 허용되었고 총리 임명권을 가졌다. 대통령은 의회 해산권과 군대 지휘권 및 비상명령권을 보유했다.

린쯔는 이원정부제를 바이마르 공화국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참모총장으로 이름을 떨친 힌덴부르크는 1925년 국민 직접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히틀러의 집권 때까지 연임했다. 그는 강력한 대통령 권력을 보유하고도 히틀러의 등장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대공황의 혼란 속에서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하는 실책을 범했다.

이원정부제는 대통령의 성격과 권력의 크기에 따라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와 유사하게 운영된다. 이원정부제는 역사적으로 대통령과 총리가 동시에 공동으로 정부를 지배하는 절반 대통령제와 절반 내각제로 운영된 사례는 없다. 그리고 이원정부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장점보다 결점을 쉽게 노출한다. 게다가 대통령과 총리에게 각각 외치와 내치를 나누어 맡기자는 제안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

강호프의 준내각제

대통령제와 이원정부제가 위험하고 불안정하며, 내각제가 권력융합의 내재적 결함을 지닌 제도라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최근 강호프는 직선 양원이 서로 견제하는 준내각제를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제안했다. 양원 준내각제에서 투표자들은 하원과 상원을 각각 불비례적 선거제와 비례적 선거제로 직선하여 권력분립을 이룬다. 그리고 하원에게 총리와 내각을 선출하고 불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대통령제의 일인 행정부 결함도 극복한다.

강호프에 의하면, 준내각제는 양원제 국회를 통해 경쟁하는 민주주의 비전인 단순다수결과 복합다수결 간 적정 타협을 도모하고, 대통령제와 내각제 사이에도 적정 타협을 도모한다. 이를테면 투표자들은 단순다수결 비전이 기대하는 바와 같이 다수대표제 선거로 형성된 하원의 안정된 단일정당 내각에게 명백한 행정권을 부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아울러 상원의 비례성은 복합다수결 비전에 부응하여 입법유연성과 다차원적 정책선택을 가능케 한다. 단일정당 내각은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비례적 선거제로 구성된 상원에서 이슈마다 다른 정당을 설득해야만 한다.

준내각제는 행정부의 수직적 지배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수평적 정치책임을 강화한다. 더욱이 준내각제는 민주적 퇴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강력한 사법심사 대신 내각을 견제하고 문책한다. 호주의 양원제가 권리의 상세한 헌법적‧사법적 보호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높은 정치적 책임을 확보해온 이유다. 양원 내각제에서 하원의 다수인 내각정당은 중도적 이념 공간에 위치하고 상원에서 이슈별로 최소승리연합을 형성하는 데 참여한다. 게다가 하원과 동등한 민주적 정당성과 거의 동등한 권한(예: 상원의원의 내각 참여과 거부권 인정 등)을 갖는 상원은 양원 간 이견조정제도로 교착을 예방한다.

요컨대, 준내각제에서 다수제로 뽑힌 하원은 총리를 비롯한 내각을 조각하고 불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비례대표제로 선출된 상원은 하원과 동등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법안과 정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양원 준내각제는 일인 행정부의 결함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제와 이원정부제보다 우월하며, 순수 내각제의 권력융합 약점도 극복할 수 있다. 여기에 지역대표형 상원의 도입으로 지역적 소수의 보호와 입법과정의 ‘성찰과 재고’ 기회의 확대 등이 실현된다면, 양원 준내각제의 장점은 훨씬 더 커진다.

필자는 강호프의 양원 준내각제 아이디어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에 양원 준내각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수반인 총리와 별도로 국가를 상징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국가원수인 독일형 간선 대통령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양원 준내각제의 설계안

총리와 내각 선출권과 불신임권을 행사하는 하원과 이 밖의 사안에서는 하원과 동등한 권한을 갖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직선 상원으로 구성되는 강한 양원제 국회를 만든다.

하원은 소선거구 다수제로 선출하는 240명 이내의 국민대표로 구성하고, 상원은 17개 시/도별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는 120명(지역대표 98명 +비례대표 22명) 이내로 구성한다.

지역대표 상원의원 98명은 인구 1백만 명 이하의 세종과 제주는 각각 3명씩, 인구 9백만 명 이상인 서울과 경기는 각각 8명씩, 기타 시/도는 각각 6명씩 시/도별로 선출한다.

비례대표 상원의원 22명은 상원의원선거의 전국 득표율 2∼3%를 넘는 정당에게 득표율에 비례하여 배정한다.

모든 공직 후보는 당원의 투표로 결정하고, 이를 어긴 경우 당선은 무효로 처리된다.

지역정당은 허용하고, 위성정당은 금지한다.

4년 임기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동시선거로 뽑는다.

양원 간 이견조정제도를 마련한다.

이 제도로도 이견 조정이 어려운 중대한 사안의 경우 국민이 직접 결정하도록 새로운 선거를 치른다.

의원의 증원과 상원의 창설로 발생하는 추가 경비는 현행 의원 1인당 의정 지원인력 8∼9명을 4∼5명으로 줄이는 방식 등으로 전액 보전한다.

간선 대통령의 설계안

대통령은 하원의원 240명 +상원의원 120명 +비례선거인 120명으로 구성된 480명의 선거인단에서 선출한다.

비례선거인 120명은 각 정당에 상원의원선거의 득표율에 비례해 배정한다.

대통령 선거인단은 토론 없이 투표한다. 대통령 후보자 중 과반 득표자가 당선된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재투표한다. 재투표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3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1회에 한해 재선이 가능하다. 대통령 유고 시 상원의장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

행정부 수반의 권한은 총리가 가지고, 대통령은 외국과의 조약체결권, 외교사절의 파견 및 접수권, 법령의 서명 및 관보를 통한 공포권, 선출된 총리에 대한 임명권, 그리고 총리의 제청에 따른 각료 임면권, 판검사와 국가공무원 임면권, 사면권 및 하원 해산권을 행사한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지원하는 사무국에 110명 이내의 직원을 둔다.

용기와 결단의 헌정리더십

권력이동을 수반하는 헌정혁신은 정치권의 기득권 내려놓기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양원 준내각제 +간선 대통령’ 헌정혁신은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제1야당 이재명 대표의 용기와 결단을 요구한다. 이재명 대표가 ‘양원 준내각제 +간선 대통령’ 개헌의 수용 의사를 밝히면, 윤석열 대통령은 1년 정도의 임기 단축으로 화답할 수 있다. 이들의 기득권 내려놓기 용단에 대해 응당한 보상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대통령의 임기단축 선언 이후 과도기의 국정을 이끌 거국내각의 총리를 현재의 국회에서 선출하고, 각료를 정당별 의석수에 비례하여 배정할 수 있다. 다만 개헌과 선거가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 조기 마무리되는 경우, 과도 거국내각의 구성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한편 자진해서 임기 단축을 결정한 대통령에게 특별은사(特別恩赦)를 베푸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주요 정당 리더들이 합의해 선언한 후 개헌과 선거를 통해 탄생한 새 정부에서 신임 총리의 요청으로 신임 대통령이 사면권을 발동할 수 있다. 1974년 미국에서 탄핵 위기에 몰려 자진 사임한 리처드 닉슨의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직권으로 닉슨의 형사범죄를 사면했다. 정치에서 정의 실현은 중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의 탄생을 위해 때로 과거의 사슬에서 공동체를 해방하는 용서의 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특별은사 조치는 논란을 빚고 반대에 부딪히겠지만, 포용적 헌정질서의 새 장을 여는 역사적 전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22대 국회가 적정한 임기 단축으로 기득권 내려놓기에 동참한다면, 국민은 변화하는 국회를 신뢰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복합위기에 직면한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자유와 번영으로 인도하는 “성찰과 선택”의 좁은 문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기득권 지키기에 연연하여 “우연과 폭력”이 지배하는 정치 내란에 계속 휩싸일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연재는 공공선 거버넌스(원장 강치원)에서 기획한 것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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