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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청 '복귀' 후 변화는 파괴적으로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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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청 '복귀' 후 변화는 파괴적으로 들이닥쳤다 [서울혁신파크 철거와 00의 위기] ④ 생태적 삶을 위해 서울혁신파크 철거에 맞서는 사람들

오세훈 시장 재임 이후 서울시는 2022년 8월 서울혁신센터에 서울혁신파크 운영 종료를 통보했다. 그해 12월 60층 규모 빌딩, 대형 쇼핑몰 등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상업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입주 단체들을 쫓아냈다. 그리고 올해 8월부터 혁신파크 일부 철거가 예정되어 있다. 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파크 개발 문제와 투쟁을 알리는 기고를 연재한다. 편집자

사람도 풀도 나무도 살면서 자연스럽게 자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충분히 커지면 성장을 멈춘다. 생존을 위해 더 커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을 비롯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이 도시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팽창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동은 어떤가. 벌과 나비, 바람의 도움을 받아 꽃가루와 씨앗은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그런데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자신의 필요에 따른 이동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뿌리 뽑히는 경험으로서 이동을 겪는다. 자본의 팽창에 따라 임대료가 올라 더 이상 있던 자리에서 가게를 열 수 없게 된다든가, 살던 집에서 살 수 없게 된다든가 하는 경험 말이다. '서울혁신파크'. '사회혁신'이라는 목표를 단 이 공간은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파격적으로 바뀌고 뿌리 뽑히고 마는 사회로부터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상생'을 추구할 수 있도록 사회의 변화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한 가치관으로 삼았다. 허겁지겁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정작 자신의 삶의 모양을 상실하게 되는 이 사회에서, 스스로의 삶을 다져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힘을 주려는 정책적 시도 같은 것들 말이다. '서울 대도시에서 공동체가, 마을이, 사회적 경제가, 생태적 삶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서울 곳곳의 공동체와 시민사회운동은 답을 찾아내려고 시도해왔다. 온전히 미덥지 못한 서울시 정부, 관료들과 협력하고 때로 대치하면서 사람들은 서울혁신파크에서의 '사회실험'과 관계를 맺었다.
▲서울혁신파크에 자리 잡았던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자치구 청년 커뮤니티활동 지원 사업으로 진행한 '어슬렁반상회' 노원, 중랑, 광진 6월 동네모임 사진ⓒ이상현

서울혁신파크와의 만남

대학을 졸업하면서 거친 직업생활로 이행할 수밖에 없게 되던 즈음 서울혁신파크를 처음 만났다.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청년공동체에서 학자금 빚에 숨막혀 하던 친구들과 직접 청년 부채연구를 하려고 계획하던 차, 서울혁신파크에 자리잡은 '청년허브'에서 당사자들의 작은 연구지원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원사업에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그 후로도 청년허브와의 인연은 이어졌다. 이후 '사회적 고립' 청년들에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여유를 준다는 목적의 '청년수당'사업과 함께 그들에게 안전망을 제공할 커뮤니티 활동을 기획하는 '청년반장'이라는 활동을 하면서 '마을공동체 정책'과 관계가 생겼다. 나는 종종 여기에 와서 회의를 하거나 행사에 참여했고, 동네에 돌아가서도 관련 활동을 했다. 청년공동체를 비롯한 자생적 지역공동체들은 끊임없이 성과와 증빙을 요구하는 행정관료체계와의 긴장 속에서 지속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을 위한 공적 자원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서울혁신파크에 자리잡은 서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허브 등 '중간지원조직'은 이러한 정책적 흐름에 따라 정책과 지역 현장을 연결하고, 운동을 확산하는 활동가들을 양성하는 그릇 역할을 했다.

기후위기 시대를 거슬러가는 서울시정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청 '복귀' 이후 변화는 파괴적으로 들이닥쳤다. 오 시장은 서울혁신파크의 건물을 몽땅 철거하고 거기에 '강북의 코엑스'를 세우겠다고 한다.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동력은 반드시 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것으로부터 나올까? 기존의 것을 뿌리 뽑고 밀어버린 후에만 새로운 것이 들어설 수 있을까?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안 이달고 시장의 '친환경 올림픽' 시도가 주목을 받는 것을 보자. 파리시는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해 큰 돈을 들이고 온실가스를 펑펑 배출하며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대신 있던 건물을 활용하고 자연생태를 보존하는 행사를 개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노동자, 장애인, 노약자들의 주거와 공공시설에 대한 접근과 이용을 개선하겠다는 계획 또한 밝혔다. 안 이달고 시장은 '15분 도시' 모델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세계 여러 도시에 영감을 준 바 있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어떤가? '기후동행'을 말하면서 온갖 도시 개발 및 관광사업, 재개발 재건축 계획을 발표하고, 노동자, 장애인, 노약자들을 도시 중심부에서 끊임없이 밀어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동시에 기후위기 시대, 사회구성원들의 존엄한 생존을 위해 더욱 두텁게 마련해야 할 서울시의 '사회적 기초'가 끊임없이 허물어지고 있다. 일방적으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감행하고 서울교통공사 인력을 2026년까지 2200명 이상을 감축하고 외주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고선 난데없이 대중교통으로 수상버스를 도입하겠다며 서울에 항구를 짓기 시작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서울시 공공돌봄을 수행하던 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폐지했고,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를 폐지해 400명을 해고자로 만드는 등 사회적 약자의 자리를 박탈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기존에 살던 환경을 몽땅 갈아엎어 돈이 없는 세입자, 임차인들이 도시 주변부로 밀려나게 되는 도시정비계획, 재개발 재건축의 대안으로서 도시재생이 등장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더욱이 주목받아야 하는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오세훈 시정에서 도시재생이 사라지고 파괴적 도시 개발이 다시금 부활했다. 그야말로 시대 역행이다. 이러한 거대한 퇴행에 맞서고자 하는 사람들이 '서울혁신파크 공공성을 지키는 서울네트워크(이하 서울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개발과 성장보다 삶의 보호를 말하는 서울의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진보정당들이 함께한다. 나 또한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서울의 난개발 사업에 반대하고, 시민의 기본권과 사회적 안전망을 말하는 기후활동가이자 공공교통 활동가로서 이 운동에 함께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 피아노숲에서 열린 <서울공공성페스티벌>. 돌봄, 의료, 교통, 기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울지역 공공성 훼손 현안을 짚고, 함께 해결해나가자는 뜻을 모았다.ⓒ이상현

서울혁신파크의 생태계를 만나다

서울네트워크에 합류하면서 나와 동료들의 작은 아지트가 생겼다. 서울혁신파크 입구 바로 옆에 자리잡은 "카페 쓸" 공간이다. 이 자그만 흙집은 서울시의 모든 것을 말하지 않지만, 대안도시운동의 하나의 흐름을 강력하게 대변한다. 이 집을 지은 이들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생산되고 지역을 착취하는 송전탑을 타고 오는 '전기'를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은 '비전화(非電化) 공방' 사람들이다. 그 공간을 이어받은 카페 쓸 사람들은 비록 전기는 사용하지만 전임 단체가 추구했던 생태적 삶의 가치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기후와 동물의 생명을 위한 채식을 추구하는 이곳 공간은 채식주의자, 동물권 운동가,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지역주민이 모이는 작은 공동체다. 이곳에 오래도록 살면서 뿌리내린 나무들은 곤충, 새 등 수많은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쉽사리 대체될 수 없는 생태계다. 서울혁신파크는 "푸른 녹지, 생기 가득한 초목, 북한산으로 둘러쌓인" 공간으로 소개되곤 한다. 참여동과 미래동 사이로 보이는 북한산과 하늘, 피아노숲과 광장으로 트인 공간이 있어 높은 빌딩과 아파트가 가득한 삭막한 도시 서울에서 느끼기 힘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혁신파크 정문으로 들어서면 피아노숲을 가운데 두고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다. 4월의 카페쓸에서는 '아낌없이 주는 혁신파크 나무'라는 제목으로 혁신파크에 살고 있는 나무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생태보전시민모임의 '민성환 샘'이 이야기꾼을 맡았다. 참여자들은 개쉬땅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조팝나무 등 혁신파크에 자생하는 100여종 이상의 나무들을 살펴보면서 알아갈 수 있었다. 나무들의 이름만큼이나 나무들이 가진 특성도 사연도 다양하다. 자연스럽게 은평구 봉산에 사는 딱따구리를 비롯한 야생동물과 숲의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 자리도 만들어졌다. 카페쓸 공간에서는 반려인과 함께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코를 킁킁이며 서로 교류하고, 지역주민이 데리고 온 반려 앵무새가 카페 손님들의 어깨 위에 올라타서 치대는 희귀한 모습도 종종 보인다. 얼마 전 열린 '쓸 포에버 파티'에 참여한 한 주민은, 재개발로 인해 살던 동네를 떠나야 했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카페 쓸을 응원했다. 우리에게 카페 쓸과 서울혁신파크 공간을 지킨다는 것은, 나와 비인간동물을 비롯한 이웃의 일상을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페쓸 공간에서 열린 ‘아낌없이 주는 혁신파크 나무’ 토크 이벤트ⓒ이상현

우리가 잃을 것, 지키고 싶은 것

지역 주민들과 기후 활동가, 동물권 활동가들의 자연스러운 교류 공간이 되는 카페쓸이 쫓겨난 공간에 들어설 프랜차이즈 카페 같은 곳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풀과 나무와 공존하는 동화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생태계의 일원으로 속한 나 자신과 이 생물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던 우리는, 이 공간이 없어진대도 그러한 감각을 가질 수 있을까? 녹지공간을 산책하고 카페쓸을 이용하던 지역 주민들은 상업지구 개발 뒤 이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주민들이 얻게 될 것은 무엇이고, 겪게 될 상실감은 어떤 종류의 것일까. 상업지구 개발을 위해 카페쓸을 비롯한 혁신파크 숲, 텃밭, 건물들을 몽땅 철거하고, 빌딩을 세운 뒤 그 자리를 둘러 대규모 녹지공간을 조성할 때, 우리는 생태적 삶을 다시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시 개발 속에서도 보존되어야 할 고집스러운 생명의 가치를 지키려는 작은 목소리마저 지우고 누른 채, 더 많은 파괴를 향해 더욱 빠르게 달려가게 될 수도 있다. 보존 대신 개발을 선택하는 우리가 상실하게 되는 건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생태적 삶의 관계 맺기, 대안적인 사회의 가능성이 아닐까. 기후위기 대응에 해로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서 함께 살아가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서울혁신파크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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