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와 관련 검찰이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을 구속기소했다. 수원지검 전담수사팀(안병수 2차장검사)은 24일 박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함께 기소된 박 총괄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아리셀 등 4개 법인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박 대표가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하지 않고, 중대재해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박 본부장에게는 발열 감지 모니터링 등 전지 보관·관리. 안전교육·소방훈련 등 화재와 관련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은 2021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로부터 노동자 320여 명을 불법으로 파견받은 혐의와 파견 노동자 중 한 명의 손가락 절단 산재 발생을 은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총괄본부장 등이 허가 없이 방화구역 벽체를 철거하고 대피로에 가벽을 설치한 뒤 가벽 뒤편 출입구에 정규직 노동자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이번 참사에서 파견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봤다. 이밖에 박 총괄본부장은 방위사업청에 제출한 시료 전지를 바꿔치기하고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 국방기술원의 품질검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더 앞세운 경영방식과 다수의 사고 징후에도 위험을 방치하고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지 않은 극도의 안전불감증, 불법파견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와 인명 경시 행태, 기술력 부족을 감추기 위한 품질검사 결과 조작 등이 중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전지 제조 작업장의 위험성도 모른 채 투입된 근로자 23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최악의 참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구속기소 발표 직후 아리셀산재피해자가족협의회·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가 벌어진 지 93일 만에, 박순관이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위반 혐의로 구속된 지 28일의 시간에 걸쳐 희생자 가족이 여기저기, 이곳저곳을 헤매며 만든 결과"라며 "희생자 가족과 대책위는 오늘의 지극히 당연한 기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후 재판 전 추가수사로 에스코넥(아리셀 모회사)을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책임 주체로 반드시 확대, 포함 시킬 것을 요구한다"며 "현재 박순관은 희생자 가족과 교섭을 회피하며, 에스코넥으로 책임이 확대, 확정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은 참회와 반성 없이 자기 살 길만 도모하는 박순관의 범죄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자신이 저지른 죄에 합당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하라"며 "이것만이 아리셀 참사를 계기로 이 땅에 이런 기업 살인이 재발하지 않는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근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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