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2호선은 43개 역 중 22개가 환승역일 정도로 서울의 중추적인 교통수단이다. 또한 서울 중심부를 순환하며 하루 평균 이용 승객만 서울교통공사 전체 수송인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직장인, 학생, 노인, 외국인 할 것 없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승객이 2호선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2호선은 많은 수송 인원을 감당하기 위해 대형전동차 10칸으로 운행되며, 승객들의 안전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기 쉽기에 이를 예방코자 2인승무제도로 운행한다(참고로 2호선은 개통 당시부터 2인승무를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국내외 어디를 봐도 2호선처럼 대형전동차 10칸으로 운행하고 혼잡한 곳을 1인승무로 변경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열차를 운행하는 승무원은 단순 열차를 운전하는 것을 넘어 '인지 노동'을 한다. 전방 선로 감시, 신호 감시, 안전문 감시, 무엇보다 매 역마다 40개의 출입문을 오가는 수백, 수천 명의 승객을 4-8개의 CCTV화면을 통해 '감시'하는 업무가 반복된다. 이를 기관사, 차장 2명이 이중으로 교차 감시를 하고 있다. 2명 중 1명이 발빠짐 사고나 끼임 사고 등 이례 상황을 포착하면 그 즉시 조치하여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또한 객실 내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시 기관사, 차장 둘 중 1명이 현장으로 출동하여 종합관제와 직접 소통하며 신속하고 안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은 운전실을 비우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기관사와 차장 모두가 기관사 면허를 취득하고 입사하는 서울교통공사는 기관사와 차장이 유기적으로 근무하기에 승객의 안전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며 긴급상황을 대처하기 용이한 2인승무제도의 또 다른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1인승무제도는 기관사 혼자 근무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이중감시시스템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열차 시간표에 따라 불규칙한 근무 패턴을 상수로 가지는 기관사가 잠시만 집중력이 흐트러져도 승객안전 감시에는 사각지대가 생기고 만다. 이 같은 특성으로 1인승무제도로 일하는 기관사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사소한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업무 부담감, 어두운 터널에서 출근부터 퇴근까지 오로지 혼자서 일해야 하는 상황, 2인승무제도, 1인승무제도와 상관없이 사고 발생 시 승무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우리나라 철도 기업의 현실, 이 모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무게는 더욱 무겁다. 개통 당시부터 1인승무로 운행되는 5~8호선 기관사들이 2인승무를 하는 1~4호선 승무원들에 비해 정신건강 문제와 자살 사고가 더욱 많이 발생하는 것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다. 이는 당장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며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문제이다. 이미 서울시 기관사 최적위원회에서도 2인승무를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볼 때 1인승무제도보다 2인승무제도가 시민들의 안전, 현장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의 안전 측면에서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건 누가 보아도 자명하다. 그럼에도 1인승무를 하겠다는 것은 시민도 아닌, 직원도 아닌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문만 남는다. 대구지하철참사 당시 그 피해는 오롯이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피해에 대한 책임은 직접 관계자인 현장 직원 단 몇 명만이 졌다. 돈과 효율을 앞세워 무리하게 인력을 감축하고 차량단가 절감을 시행했던 경영진은 그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단 6개월짜리 연구용역'으로 참사 이후 쌓아온 우리들의 소중한 자산을 무너트리게 된다면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 2호선 승무원들은 말한다. 결국 그 책임은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과, 우리 승무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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