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유가족들이 사측에 참사 책임 인정 및 사과, 유가족과의 교섭 등을 요구하며 에스코넥 앞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에스코넥은 아리셀의 모회사다.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는 10일 알림문을 통해 "피해자가 직접 찾아다니며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고 접견을 신청하고 있지만 책임 주체 어느 누구의 얼굴도 볼 수 없다"며 "피해자의 권리를 짓밟는 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유가족과의 대화에 나서기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리셀 지분의 96%를 소유한 '지배회사' 에스코넥은 참사의 책임 주체임에도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에스코넥 대표이사직 사임으로 꼬리를 자르며, 가족협의회의 실무교섭 요구에 어떤 답도 하지 않고 있다"며 "박 대표는 범죄가 이미 다 드러났음에도 어떤 반성도 사과도 없이 첫 공판을 대비하기 위한 11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처벌을 피하기 위한 대응에만 몰두했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아울러 "참사가 발생한지 100일을 넘어 109일이 됐다"며 "가족들은 아직 4명의 희생자의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참담한 마음으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농성 첫날 저녁 에스코넥 앞에서 추모제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고 김재형 씨 고모 김신복 씨는 "죄를 다 물을 때까지, 책임자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겸 대책위 공동대표는 "누구나 양심이 있어야 하고 법을 지켜야 하는데 양심 없는 에스코넥 때문에 유가족들이 아직도 투쟁하고 있다"며 "돈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고 생명이다. 유가족들의 요구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사측을 질타했다. 서동열 민주노총 수석부본부장도 "유가족이 노숙농성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편치 않다"며 "에스코넥 대표들이 사람이라면 유가족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어떻게 유가족의 권리를 보장할지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 1차전지가 폭발하는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난 8월 23일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지연된 납품일정을 해소하려 무리하게 제조공정을 가동하고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한 미숙련공을 대거 투입한 점이 참사의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비상구 설치 규정 위반, 안전교육 미실시 등도 피해를 키웠다고 봤다. 검찰도 지난달 24일 "23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최악의 참사임을 확인했다"며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그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경영본부장를 구속기소했다. 이 둘은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수사기관에 의해 아리셀 참사는 '인재(人災)'였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사측은 유가족들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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