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는 공교롭게도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에 대해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한 날 열렸다. 야당 의원들은 이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입장을 묻는 등 집중 공세를 폈다. 금감원은 증권선물위와 함께 주가조작 등 금융시장 내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독·단속을 맡고 있다. 특히 현 금감원장인 이복현 원장은 '재벌 저승사자'로 불렸던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렸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등 대상 국감에서, 야당 감사위원들은 거의 전원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언급하며 이 원장에게 답변을 요구하거나 검찰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첫 질의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검찰이 오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직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을 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원장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납득할만한 결과라고 생각느냐"고 이 원장의 입장을 물었다. 조 의원은 "2020년 9월 검찰이 한국거래소에 요청한 도이치모터스 이상거래 심리검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김건희 여사가 13억 9000만 원,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9억여 원 등 모녀가 약 23억 원가량 이득을 봤다"며 "이득은 봤는데 주가조작에 가담하지는 않았다는 것은 한 마디로 황당한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제가 속보는 봤는데 내용은 아직 못 본 상태"라며 '내용 파악 후 답변하라'는 조 의원의 요청에 "보기는 보겠지만 제가 답변할 위치에 있을지 고민해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도 "오늘은 검찰 역사 치욕의 날"이라며 "주가조작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는 중대범죄 아니냐. 그런 문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원장은 "시장의 불공정행위는 투자자들의 신뢰 를 크게 훼손하는 건 맞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천 의원은 이 사건에서 이른바 '선수', '주포' 등으로 불리는 공범자들이 메신저 대화로 주식 매매 주문을 사전 논의한 정황을 제시하면서 "통정매매 과정으로 보이지 않느냐"며 "이 다음 7초 후 김건희 여사 계좌에서 8만 주 매도주문이 일어난다. 연결해서 보면 그것도 통정매매 아니냐"고 물었다. 이 원장은 "('선수'와 '주포') 둘 사이의 대화는 그렇게 보인다"면서도 김건희 전 대표 연관 부분에 대해서는 "그게 전달 경로가 어떻게 연결됐는지에 대해 제가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만 했다. 법원이 김 전 대표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결문에 적시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법원 판단을 평가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답을 피했다. 이 원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이고, 제 업무가 아니어서 답변하기 어렵다"면서, 천 의원이 오후 들어 재차 이 사건 관련 금감원 차원의 의견을 요구한 데 대해 "저희가 보통 거래 내역 관련은 보지만 공모와 관련해 누가 전화를 했다, 안 했다, 이런 것을은 저희가 보기…(어렵다)"고 했다. 이 원장은 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이번 검찰의 불기소가 합당한지 금감원장으로서 의견을 말해 달라"고 질의한 데 대해 "시장 교란행위나 투자자 신뢰를 저해하는 각종 불공정거래에 대해 엄단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고, 오히려 최근 미공개(정보)이용 사건 등에 대해 더 강조해서 열심히 하려 하고 있다"면서도 "이 사건은 저희가 심리조사 이후 이첩한 사건이 아니고 검찰에서 인지수사 형태로 진행한 사건이어서 증거 관계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심지어 오늘 발표된 처음 들은 내용이어서 사정이라도 좀 알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한국거래소 이상거래 심리보고서에는 김건희 여사의 거래가 '예상 체결가를 높게 형성하는 데 관여했다'고 나온다"고 질의하자 "보고서를 못 봤다. 금감원에는 그 자료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도이치모터스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오히려 민주당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김건희 여사 검찰 불기소 결정에 대해서 많은 야당 위원님들께서 질타를 하고 계시는데, 이게 과연 정무위에서 논의될 사안이냐. (검찰 소관상임위인) 법사위에서 지적해야 될 사안 아니냐"며 "너무 정치공세로 가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금감원장은 사건 내용도 모르고 수사기록도 못 봤는데 무슨 답을 할 수 있겠나"라는 것이다. 권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됐을 때 그 청문회에서 우리 당 위원들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던 당시 문재인 정부 법무장관, 그리고 그 당시 민주 당 법사위원들이 '아무 문제 없다'고 적극 옹호하고 비호했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문재인(정부) 검찰에서 1년 8개월간 탈탈 털었는데 증거 확보를 못 했다. 결국 정권이 끝날 때까지 기소를 못했던 사건인데 지금까지 쭉 보강수사를 해서 오늘 무혐의 결정을 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리고 조기 대선을 통해 이재명 대표를 구명하려고 계속해서 이것에 대해 특검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강명구 의원도 "1년 6개월 동안 문재인 정권에서 그렇게 노력해도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검찰 치욕의 날은 이재명 대표 수사한 검사들 탄핵해서 그 검사들 청문회에 세운 날이 검찰 치욕의 날"이라고 야당 공세를 맞받았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현 한동훈 지도부 일원인 김상훈 의원도 "도이치모터스 사건 때문에 야당 의원들이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아무런 문제 없다고 지금 야당 의원들이 커버를 해줬다는 게 저도 놀랍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듣기 불편하시겠지만 다시 한 번 김정숙 여사(문재인 전 대통령 영부인) 행적에 대해 상기시켜 드리겠다"며 "공적으로 기증받은 샤넬 재킷의 사적인 착장, 전무후무한 대통령 전용기 단독 탑승과 타지마할 외유성 방문, 강남 유명 디자이너 주문 의상 수십 벌에 대해 출처를 모를 한국은행 신권으로 수천만 원 결제 등 국민들께서 납득하지 못할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맞불을 놨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지방법원·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법사위원들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법사위 국감은 대구·대전·광주고검과 그 산하지검, 같은 지역 고법·지법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과 그 감독·지휘선상에 있는 서울고검·대검 등은 감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김건희 여사는 기소를 하지 않아서 법원이 판단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혹시나 기소하면 법원이 큰 처벌을 할까봐 검찰이 무혐의를 내렸다. 검찰이 참 겁이 없다"(서영교), "영부인을 그따위로 관리하기 때문에 나라가 망해간다"(박지원) 등 성토 발언을 쏟아냈다. 검사 출신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부산고등법원장을 상대로 질의하는 형식으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에 대한 불기소 처분 때문에 굉장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이런 문제가 극복되기 위해서는 검사의 기소독점 원칙을 깨기 위한 제도 변화가 필요한데, 재정신청 주체를 고소인으로 한정하지 않고 시민단체나 일반 국민도 재정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다. 김흥준 부산고법 원장은 "공감한다"며 다만 "고등법원 인력만으로는 (신청 주체를) 확대했을 때 늘어나는 사건을 감당하기 어렵다. 관할 문제도 함께 검토해 달라"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여야, 이복현에 "정책 발언 너무 잦고 가벼워" 한목소리 질타…'선거 나가나?' 묻기도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는 지난 여름 설화 논란을 빚었던 이복현 금감원장의 언행에 대한 지적이 여야 양쪽에서 나왔다. 권성동 의원은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고 은행금리는 금감원장이 정한다는 뉴스 보셨느냐"고 꼬집으며 "금융정책·제도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관은 금융위고, 금감원은 금융위 하부조직이다. 그런데 금감원장이 너무 금융정책에 대해서 발언이 잦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8월 25일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해서 대출 한도가 축소됐고, 문제가 되니까 10일 만에 반대되는 발언을 한다. 그러다 보니 대출 정책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공매도 건도 마찬가지"라며 "행정지도를 해도 금융정책에 관한 것은 금융위원장이 해야지 금감원장이 금융위원장한테 그 권한을 위임받았느냐"고 매섭게 질책했다. 권 의원은 "왜 그렇게 자기가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말로써 다 하고 월권을 하느냐"며 "말이 행정지도지 직권남용이 될지 어떻게 아느냐"고까지 했다. 이 원장은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드리거나 제가 미숙함을 드린 것에 대해서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다만 공매도 건 관련 발언은 경제팀 내에서 합의가 다 된 내용이거나 공감대가 있는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도 같은 문제로 이 원장에게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는 얘기 들어봤느냐"며 "기관장 말은 무거워야 하고 말이 길면 안 된다. 아시겠느냐"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민주당 유동수 의원도 "최근 언론들 평가가 가혹하다. <조선일보>조차 '관치보다 무서운 정치 금융'이라고 하는데, 이런 얘기 듣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7월 2일 금리 인상에 관해 '무리한 대출 확대로 가계 부채가 악화되고 있고 7월 15일부터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하겠다'고 브리핑을 하니까 5대 은행이 총 22차례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한다. 그래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니까 8월 25일에 이 원장이 '금리 인상은 정부가 원하는 거 아니다' 이렇게 말 하고 금감원이 대출심사를 강화해서 특이수요를 잡아야 된다 한다. 그러니까 5대 은행이 30여개 대출 정책을 내놨다. 그러니까 <조선일보>가 '이복현이 부동산 시장의 최대 리스크'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의원께서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서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면서도 "저희가 그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개입을 안 했으면, 개입의 방식이나 이런 것들이 잘했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만, 어쨌든 가계대출 추세를 그때 안 꺾었으면 지금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의원은 "그게 원장님의 가벼움"이라며 "그런 미시적인 부분을 가지고 금감원장이 개입하는 건 안 맞다. 그 부분은 원장이 하는 게 아니고,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고 나중에 건전성 기준이나 수익성 기준이 잘못됐을 때 종합평가를 통해 규제하는 게 맞다"고 재지적했다. 민주당 강준현 의원도 "원장의 최근 발언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다"며 "이 정도면 월권 아니냐. 수사하고 감독하는 게 금감원인데 수사를 하기 전에 언론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주면 되느냐"고 했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혹시 정치하실 생각 있느냐", "여의도에서 세간에 원장이 국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언론플레이를 막 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고 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정치 생각) 없다"고 잘라 말하며 "제가 세 번째 국감인데, 국감 때마다 '총선 출마하냐'고 물어보시길래 계속 없다고 답변드렸다. 총선도 있었고, 심지어 어제 재보선까지 있었는데 계속 안 나갔으니까 이제 좀 믿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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