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것,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덧없음이다. 하지만 덧없음, 곧 삶의 소멸성은 몹시 슬픈 일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그것이야말로 존재의 핵심이다." (토마스 만)
그래서 시간이다. 삶의 본질은 시간이다. 요즘 들어 부쩍 시간에 대한 책을 찾는 것 같다. 나이 들수록 식탁에 건강기능식품이 늘어난다더니 같은 흐름인가. 저자의 이력이 매력을 불러온다. 시드니대학교에서 현대 물리학역사 및 철학 교수로 일한다. 시간연구소 소장을 겸하며. 박사학위 논문이 '양자 중력의 개념적 문제'에 관한 것. 그래서 시간에 대한 책을 저술하기엔 가장 마땅한 적임자가 됐다. 저자의 관점에 동의한다. 삶의 유한성이야말로 철학과 종교의 시작이고 유한성에 대한 탐구야말로 오늘의 삶을 살아가는 등대라는 것. 서문은 뜻밖에 동양철학서인 <주역>으로 시작한다. 나중에 다시 한번 해설되기도 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서양철학의 역사이자 시간관이다. 과한 욕심이지만 동양적 시간관까지도 합해졌더라면 훨씬 값진 책이 되었을 법도 하다. 이를테면 공자는 어느날 제자들과 강가에 앉아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주야로 쉬지 않는구나(亡者如斯夫! 舍不得晝夜)"라고 했다. 유교적 시간관이다. 장자는 "사람이 천지의 사이에 사는 것은 '백구가 갈라진 틈새를 지나가는 것'과 같다. 홀연히 지나간다(我们的一生乾坤之間,若白駒之過郤,忽地来说)"라고 했다. 덧없음과 쏜살같음이다. 도교적 시간관이다. <주역>의 '변화와 적시의 시간관' 또한 깊이 논의될 필요도 있고. 특히 중요한 불교의 '윤회론적 시간관'도 함께 거론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럼에도 이 책은 분량은 적지만 마치 밤하늘의 별빛처럼 반짝이는 책이다. 꼭 나누고 싶은 고마운 책이다. 2024년 6월에 출간된 책인데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이런 식으로 놓치고 마는 책들이 얼마나 많을까. 시간에 대한, 결국 삶에 대한 저자의 결론이다."사실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책에서는 '죽음의 의미'를 더 중요하고 실제로 더 근본적인 문제로 보고 초점을 맞췄다.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죽음 자체가 삶의 '의미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살라고 명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하게 된다. 또한 죽음은 우리 자신을 알고 그에 따라 세상에서 행동하며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숙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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