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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는 공천 파동,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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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는 공천 파동, 왜? [의제27 '시선'] 19대에도 반복되는 파문을 보며
4월 11일에 치러질 제19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이제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거의 마무리돼 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요란스러웠던 공천 과정에 비해 그 결과는 별로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 하는 확인으로 끝나는 것이다.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공천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번 공천 결과가 이렇게 신통치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각 정당의 공천 과정이 요란스러운 것은 다수의 경쟁자들 중에서 공직 후보자를 선발해야 하는, 첨예한 경쟁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공천 과정이 요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은 그 과정이 국민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이벤트의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국민의 눈길을 끌기 위해 공천 과정에서 한바탕 소란을 떠는 것이다.

▲ 서울 강남을에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됐다 취소된 이영조 씨. ⓒ연합뉴스
그러나 공천 과정의 이 같은 소란에 비해 그 결과는 신통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그 요란함에 비해 '좋은 공천'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사전에 공천 과정에 대한 면밀한 계획과 설계가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다른 준비 없이 선거 때가 임박하면 개혁 공천, 쇄신 공천의 목소리만 큰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비교컨대, 대학에서 신임교수를 뽑는 경우 그 모집공고에서부터 최종 선발에 이르는 기간은 짧아도 3개월, 길면 한 학기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임용 여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의 공천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1개월 남짓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도 300명에 달하는 의원 후보자를 선발하는데 말이다. 따라서 시간에 쫒기는 그런 공천이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구체적으로, 공천의 각 과정에는 어떤 문제들이 있나? 우선 공천 과정에서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비리와 부패 등 신청자의 도덕적 자질을 판단하는 문제이다. 비리와 부패 사실은 어떻게 확인하나, 배제의 기준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비리와 부패에도 시효 제도가 필요한가,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의 문제들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세밀한 사전 기준이 없으면, 공천 과정에서 기준의 적용을 둘러싸고 큰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나의 사례로서, 이번 민주통합당의 공천심사의 경우 임종석 신청자의 비리 혐의가 문제가 되었다. 물론 공심위는 재판의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기에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했다. 그러나 여론은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그 결과 사태는 임종석 신청자가 자진하여 공천을 반납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이러한 경우는 비리와 부패 문제에 대한 세밀한 기준이 사전에 설정되어 있지 않았기에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공심위에 의한 면접 및 서류심사에도 여러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공심위 구성에 있어 당내 계파의 영향력 행사이다. 통상 공심위 구성이 계파별 추천으로 이루어질 경우 공천심사의 결과는 계파별 안배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공심위 구성에 있어 특정 계파가 독점할 경우 그것은 타 계파를 배제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악용된다.

한편 공천심사의 과정에서 공심위원들의 판단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 그것은 짧은 시간에 수많은 신청자들을 심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면접 시 공천 신청자에게는 약 3-4분 정도만의 발언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 짧은 발언으로 공심위원들이 그 사람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또한 심사의 기준이 정해져 있다 할지라도, 공심위원들의 채점에 그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는 언제나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정당에 따라서는 공천심사의 한 과정으로 여론조사나 국민경선의 절차를 활용한다. 당 내부의 의사뿐만 아니라 당 밖 유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나 국민경선에 따르는 가장 커다란 문제는 그 결과가 인지도에 의해 또는 동원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결과는 인지도가 높거나 동원 능력이 뛰어난 현역의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상이 주로 지역구 공천심사의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라 한다면, 비례대표 공천심사의 경우에도 유사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비례대표 공심위 구성이 계파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심사 결과 역시 계파별 나눠먹기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비례대표 공천심사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계파 이익을 넘어설 수 있는 공심위의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국회의원 후보의 공천심사에는 이상과 같은 수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럼에도 왜 그 문제들이 쉽게 고쳐지지 않나? 나는 그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른다. 그러나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민주당의 지역구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는 필자로서는 짐작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이유는 두 가지로 짐작된다. 하나는 당 지도부와 계파의 이익으로, 공천제도가 제대로 만들어질 경우 계파 이익은 쉽사리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무슨 일이나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 사태가 닥쳐서야 부랴부랴 준비하는 우리 정당들의 뿌리 깊은 관행과 문화 때문이 아닌가 한다. 기업이나 정부 등 현대 사회의 많은 조직들은 다가오는 미래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지만 사회의 조직 중 가장 임기응변적인 조직이 우리의 정당 조직이 아닌가 한다. 내가 경험한 조직 중 가장 단기적인 조직은 바로 정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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