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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당사상 최초로 '젠더폭력 독립기구'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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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정당사상 최초로 '젠더폭력 독립기구' 추진한다 [인터뷰] "젠더폭력 신고상담센터 상설화" 내건 남인순 의원

지난 3월 5일 국회 홈페이지에 현직 비서관이 같은 의원실에 근무하던 선임 보좌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국회 내 첫 미투(#Me_too) 게시글이 올라왔다. 금방이라도 정치권 미투가 폭발할 듯 보였다. 국회는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국회 내 인권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직제 개정안을 냈다. 미투 관련 법안 발의만 약 140여 건이 잇따랐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성희롱·성폭력 방지에 대한 논의는 잠잠하다. 국회 내 인권센터 추진은 불투명해졌고, 미투 관련 법안들은 여전히 계류 상태다. 미투에 대한 국회의 응답이 무엇이었는지, 여론은 묻고 있다.


더디지만 개선의 움직임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젠더폭력 신고상담센터(가칭)'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정당이 젠더폭력 관련 독립기구를 당내에 두는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젠더특위)가 젠더폭력 신고상담센터 설립과 젠더폭력에 대한 당헌·당규 개정 등을 제안했다. 젠더폭력 신고상담센터는 민주당 당원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피해에 대한 상담과 조사를 비롯해 후속 조치와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는 기구다.

민주당 젠더특위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1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젠더폭력 신고상담센터를 중앙당 최고위원회 산하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당헌·당규 개정 의견을 제안했다"며 "당내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18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남 의원은 젠더폭력 신고상담센터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 지난 1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는 남인순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앞서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관련 미투 폭로 이후 정치인에 대한 미투가 이어지자 지난해 9월 원내에 구성된 젠더폭력 TF를 당내 특별위원회로 격상했고 특위 산하에 '성폭력 신고상담센터'를 설치·운영했다. '성폭력 신고상담센터'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지난 3월 19일부터 6월 20일까지 3개월 동안 신고된 사건들을 처리했다.


'성폭력 신고상담센터'에는 총 45건의 신고상담건수가 접수됐다. 이 중 성희롱·성폭력 외의 사건이나 당원에 의한 성폭력이 아닌 사건 등을 제외한 20건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했다. 이 중 18건에 대한 심의 의견이 지방선거 공천심사 과정에서 인용됐다. 실제로 심의 의견이 인용돼 공천심사 과정에서 배제된 후보들도 있었다.


남 의원은 "성희롱·성폭력은 당이 됐든, 기업이 됐든, 정치권이 됐든 우리 사회에서 예외 없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성평등한 더불어민주당, 성 인지적 당 운영과 관련하여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젠더폭력의 여부가 공직 후보 추천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젠더특위는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성폭력 신고상담센터'를 상설화해 당내 기구인 '젠더폭력 신고상담센터'로 발전·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정치권에 이어진 미투에 응답하기 위한 제도적인 움직임이다.


남 의원은 "미투 운동은 일회성이 아니고, 성차별 개선과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바라는 오랜 사회적 요구가 응축되어 있다가 분출한 것"이라며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민의를 수용하여 최소한 당원들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고, 문제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 차원에서 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는 장치,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젠더특위는 젠더폭력에 대한 당헌·당규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규 제10호 윤리심판원 규정의 징계 사유에 '당의 품위를 훼손하는 경우' 혹은 '기타 공무 수행에 있어 심각하게 품위를 훼손한 경우' 등 포괄적으로 성희롱·성폭력 금지를 규정해왔다. 즉,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성추행과 성폭행과 같은 젠더폭력은 '품위 유지 위반'에 불과한 것이다.

▲ 지난 1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는 남인순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이에 젠더특위는 성추행과 성폭행 등 젠더폭력을 금지하는 당헌·당규를 별도로 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남 의원은 "젠더폭력을 엄중히 다루는 의미에서 이를 특정하여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젠더폭력에 관한 당헌·당규 개정 제안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젠더특위는 젠더폭력 사건에 한해 윤리심판원의 징계 시효를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당헌·당규 개정도 제안해 둔 상태다. 젠더폭력의 경우 현실적으로 사건이 발생 당시 공개되지 못하고 은폐되거나 회유, 협박 등 2차 피해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 의원은 "2차 피해로 인해 사건 발생 당시 공론화가 어려운 젠더폭력의 경우 징계시효를 2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예방과 징계의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며 "이런 장치가 국회와 각 당에 생기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이 '여의도 옆 대나무숲'(국회 직원들이 이용하는 익명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당무발전 분과에 제안 의견이 들어와 실무적인 검토가 진행 중이다"라며 "'젠더폭력 신고상담센터' 설립이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래는 남인순 의원과 진행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프레시안 : 지난해 9월 민주당에서 데이트폭력, 몰카 문제 등 젠더폭력 사안에 대응하기 위해 젠더폭력특위가 출범했다. 이제 다음 달이면 특위가 활동을 종료하는데 특위의 성과와 마무리 소회를 말해달라.

남인순 : 성찰과 실천이 어우러진 ‘아픈 성장’이 있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성평등한 더불어민주당, 성 인지적 당 운영과 관련하여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당초 특위의 활동기한은 6월 20일까지였는데 전당대회인 8월까지 활동시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특위라는 것은 활동 사유가 소멸하면 없어지는 것인데, 젠더폭력에 대한 문제는 남은 과제가 있기 때문에 당내 기구로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


▲ 지난 1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는 남인순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3월 안희정 지사에 대한 미투 이후 민주당에서는 논란이 불거진 지 2시간 만에 안 전 지사를 제명조치 하는 등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았나. 빠르게 대응한 배경은 무엇이었나.

남인순 : 우물쭈물하다 보면 항상 젠더폭력 문제에서 피해자가 겪는 문제는 사라지고 가해자의 레토릭이 강화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단호히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이신 의원들로 구성된 젠더폭력 TF가 기존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당 차원에서는 이미 성희롱·성폭력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프레시안 : 국회 직원들의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인 '여의도 대나무 숲'에도 미투를 외치는 게시글들이 많았다. 국회에서도 미투 바람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많았지만, 그 바람은 불지 않았다. 그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나?

남인순 : 국회는 특수한 근무환경이다 보니 평판을 중시하게 된다. 국회처럼 폐쇄적인 조직문화에서 미투를 외치는 분은 고용 보장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피해사실을 공개했을 때 피해 호소인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회 내 시스템이 거의 없다. 지난 5월 윤리특위에서 진행한 국회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다양한 유형의 성희롱·성폭력이 드러났다. 이러한 성희롱·성폭력 사실에 대해 국회가 인권센터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한다. 사무처는 사무처대로 조치를 취하고 각 정당들도, 민주당도 내부적으로 조치를 취해야한다. 얼마 전 '젠더폭력 신고상담센터'를 중앙당 최고위원회 산하 독립기구로 설치하는 당규 개정에 대한 의견을 냈다. 이런 장치가 없을 때 '대나무 숲'에 가서 호소하지만, 이런 장치가 국회와 각 정당에 생기면 '대나무 숲'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1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는 남인순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민주당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성폭력 신고상담센터'를 상설화하겠다는 것인데, 그동안 운영된 '성폭력 신고상담센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가시화되지 못했다.

남인순 : 당내에 '성폭력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해서 메일, 전화, 방문 등으로 성희롱·성폭력 피해에 대한 접수를 받았다. 40여 건의 접수사항 중 성희롱·성폭력 외의 사건이나 당원에 의한 것이 아닌 사건 등을 제외하고 심의대상인 20여 건에 대해 피해 호소인과 가해 지목인의 상담과 조사를 거쳤다. 이후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심의위원회에서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 심의 후 그 의견을 공천관리위원회에 보냈다. 대부분의 의견이 공천과정에서 반영됐다. 또한 피해자 대부분은 '공동체의 변화'를 원했다. 저희가 아직 다 못한 것은 공동체인 '민주당의 변화'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에 센터를 설립해 후속 작업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신고상담센터가 있으면 피해자들이 기댈 곳이 생긴다. 이것을 계기로 조금 더 성희롱·성폭력 없이 모두가 존중받는 정당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내부적으로 백래시(반격)도 많았다고 들었다.

남인순 : 공천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엄청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란 흐름이 당내에 존재해서 저항과 반발이 있어도 가능한 일이었다.

프레시안 : 사실 민주당은 성희롱·성폭력 혹은 젠더폭력에 대한 당헌·당규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당규 제10호 윤리심판원 규정의 징계 사유에 '당의 품위를 훼손하는 경우'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당규를 성인지적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인순 : 젠더폭력에 관한 당헌·당규 개정 제안도 이미 해놓은 상태다. 당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질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성폭력 등 젠더폭력을 엄중히 다루는 의미에서 이를 특정하여 명시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윤리심판원 규정'에는 징계시효가 2년으로 되어 있다. 2차 피해로 인해 사건 발생 당시 공론화가 어려운 젠더폭력의 경우 징계시효를 2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예방과 징계의 실효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시효를 5년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 지난 1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는 남인순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문화예술계, 학교 등 사회 여러 분야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미투 운동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남인순 : 혁명이다. 미투 운동은 일회성이 아니고, 성차별 개선과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바라는 오랜 사회적 요구가 응축되어 있다가 분출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민의를 수용하여 최소한 당원들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고, 문제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고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성희롱·성폭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 문제의 핵심은 2차 피해라고 본다. 서지현 검사도 지난 8년 동안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나?' 시달렸다고 하지 않았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피해자는 잘못이 없고,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다.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2차 피해에 대한 공론화가 적었던 것 같다. 미투 운동을 통해 '성희롱·성폭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확산은 기본이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성폭력 범죄에 적용하지 않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한 부분에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사회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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