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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 정치, 희망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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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 정치, 희망은 있는가? [초록發光] 에너지·기후정치의 부재
시사프로그램인 <썰전>을 안 본 지가 꽤 되었다. 유시민 작가에서 노회찬 의원으로 패널이 바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보려 했으나 이제는 그가 나오는 썰전을 볼 수가 없다. 프로그램이 계속 되었다면, 분명 폭염을 주제로 다뤘을 것이고, 노회찬 의원의 촌철살인 해법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온열질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이로 인해 사망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현실에 분노했을 것이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도 강력히 요구했을 것이다. 또 폭염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열약한 주거환경에 처한 고령층에 대해 걱정했을 것이다.

노회찬 의원은 명연설로 남은 6411번 버스이야기처럼, 며칠 전 공중파 뉴스에서 보도된 바 있는 한 할아버지의 삶을 조명했을지도 모른다. 열대야로 밤새 잠 못 이룬 그는 이른 아침임에도 섭씨 30도를 넘는 집안에 더 머물지 못하고, 노인복지센터로 '피난'을 간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을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침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실내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한다. 복지센터, 패스트푸드점, 인천국제공항이 노인들의 새로운 피서지가 된 현실에 대해서 그는 분명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리포트의 결론처럼 취약계층에 대한 에어컨 보급이 해결책인지는 의문이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가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만무하다.

폭염 때마다 반복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은 올해에도 전가보도처럼 전해진다. 국회에서는 마치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것이 폭염의 취약계층을 위한 해결책인양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월 전력사용량이 누진제의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에너지복지 차원에서 각종 에너지요금 보조가 어느 정도나 되고 있는지 알고 하는 이야기인지 의문이다. 폭염에 취약한 노인 등 가구의 소득과 주거환경, 전력사용량 수준에 대한 면밀한 조사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는 국회의원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그리고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인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과 이를 완화하면서 적응하기 위한 정부의 에너지기후정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의 논평도 보지 못했다.

노회찬 의원이 에너지기후정책을 말하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속한 정의당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말하고 원자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및 에너지전환 특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 법안의 내용에는 "사회적 약자의 에너지기본권 보장 및 원자력발전 사업자의 고용 보장"이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위기와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해 힘들지만 겪어야 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사람에 대한 대책이 담겨있다.

폭염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노회찬 의원을 조문하기 위해 기다리는 기나긴 행렬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헌신한 그를 추모하면서 그가 못 다한 길을 함께 이어가겠다는 사람들의 다짐의 표현이다.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기존 에너지시스템을 고수하려는 에너지권력-에너지다소비 대기업과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 및 운영하는 대기업들-이 만들어놓은 '불판'을 갈아야 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삶을 살았던 정치인을 우리는 잃었다. 그리고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에 미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공격하는 기득권 정치인들만 득실거린다. 당장의 폭염보다 무서운 건 현재의 국회에 에너지기후정치와 정치인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과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녹색당 후보들의 활약이 어쩌면 마지막 남은 희망일지도 모른다. 폭염과 눈물이 지난 뒤에는 희망이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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