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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숙제도 다 안하고 왜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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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두관, 숙제도 다 안하고 왜 나왔죠?" [30대, 정치와 놀다]<14>김두관의 장점과 단점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이하 직함 생략)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후보로 평가된다. 주변 뿐 아니라 후보 스스로도 이를 강조한다. 박근혜가 전직 대통령의 딸로 '귀족' 정치인이라면, 김두관은 재래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하는 누나, 광부 출신의 큰 형님, 경비원을 하는 작은 아버지 등을 가족으로 뒀다. 자신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종합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대에 진학했다가 나중에 돈을 벌어 대학에 진학했다. 정치인으로서 이력도 이장부터 시작해 남해군수, 경남도지사까지 올라갔다.
이런 '스토리'와 정면 도전을 피하지 않는 정치 스타일 때문에 김두관은 '리틀 노무현'으로 불려왔다. 그가 경남지사를 2년 만에 중도하차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자 많은 이들은 그가 경선에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아직까지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방담 참석자들은 김두관의 장점으로 1)가족 뿐 아니라 본인도 서민 2) 풍부한 개인 스토리 3) 승부사적 기질 4) 야권의 불모지인 경남이라는 지역 배경 5)권력의지 등을 꼽았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김두관의 이번 '도전'에 대해선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야권의 불모지 중 하나인 경남에서 뚝심있는 그답게 정치실험을 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왜 나왔을까"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지 못했다는 건 후보로선 치명적인 약점이다.
다음은 6일 있었던 방담 중 김두관에 대한 내용이다. 편집자


참석자 소개

송새벽 : 나이 서른 셋.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태권 : 나이 서른 일곱.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셋.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임재범 : 나이 마흔. 열한 살(아들), 여덟 살(딸), 두 살(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하지원 : 나이 서른 둘. 프레시안 기자의 취재망에 걸려든 길거리 캐스팅의 주인공. 영화 연출가. 지금은 3개월 넘게 일을 쉬고 있는데 '저임금 노동착취'인 영화판으로 돌아갈지 심각하게 고민 중.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다섯 명이 대거 참석했음. 나이 순으로 프레시안 1(마흔.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2(서른 넷, 싱글남), 프레시안 3(서른 둘, 갓 결혼한 새신부), 프레시안 4(서른, 싱글남), 프레시안 5(스물 여덟, 싱글녀)가 '깍두기'로 함께 했다.




김두관 후보 ⓒ프레시안(자료사진)

김두관, 숙제를 아직 덜 끝냈잖아요
프레시안 : 늘 그렇듯 제가 장점 다섯 개를 뽑아 볼께요. 첫째, 이장부터 출발해 도지사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정치경험. 둘째,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개인 스토리. 셋째, 박근혜 뿐 아니라 다른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해도 가장 서민들의 정서를 잘 알만한 배경. 넷째, 권력의지. 다섯째, 결단력.

하지원 : 그런데 왜 이번에 나왔죠? 경남도지사 마치시지.

이태권 : 지사가 화룡점정이죠. 거기서 노인 틀니 사업이라든지 통합진보당과 공동정부라든지, 실험을 많이 해야 되는데 말이죠. 숙제를 아직 덜 끝낸 사람이잖아요. 저는 이 박사논문에 대한 계획안을 훌륭히 냈으니까 교수 시켜주십쇼 하는 거죠. 숙제 다 하면 거기서 스토리가 완성되고 정치인으로 도약할 계기가 또 만들어지는 건데.

임재범 : 처음에 김두관이 도지사 되고 난 뒤에, 4대강 문제 갖고 정부와 부딪혔었죠. 그때 이미지 참 좋았거든요.

이태권 : 왜 그렇게 성급한 결정을 한 거죠?

임재범 : 그러니까요. 도지사직을 던지고 지금 출마해야만 하는, 나라를 구해야 할 만한, 뭔가 급박한 사정이 생겼냐? 국민들은 그러니까 왜 나왔지? 안철수도 있고, 손학규도 있고, 문재인도 있는데.

프레시안 : 4월 총선 지고 나서는 그런 분위기가 좀 아니였잖아요. 문재인도 총선에서 사실 별다른 성과를 못 내고.

임재범 :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이태권 : 게다가 숙제도 덜 끝냈어? 왜 우리가 논문도 안 쓴 사람을 교수 시켜줘야 하지? 또 하나는 그렇게까지 해서 나왔으면 민주당 경선을 참신하게 만들어야지, 왜 흙탕물을 만드나요? 절박해서 나왔으면 민주당에 도움이 돼야지. 전혀 건설적인 '네거티브'가 아니거든요.

임재범 : 거기서 이미지 많이 망가졌어요.

하지원 : 이번에 사퇴하면서 경남도지사직을 여권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대선에서 야권 주자들한테도 안 좋은 영향을 줄 거고요.
"룰라도 세번 도전해서 됐다"

프레시안 : 자, 경남지사 중도 하차에 대한 비판은 여기까지 하고 장점을 좀 생각해보죠. 손학규와 비교해본다면 경기고-서울대에 영국 유학 갔다온 교수 출신이고, 문재인도 변호사구요. 그런데 김두관은 전문대 출신에 동생 공부시키느라 자기는 공부도 못 하고 지방자치도 밑에서부터 경험했고요. 거기에 서민 이미지도 있고요.

이태권 : 그것을 살리려면 경남에서 혁신을 보여줬어야죠. 김두관이 '한국의 룰라'를 얘기하고, 브라질 피티당(PT, 노동자당)을 얘기 했는데, 사람들에게 혁신에 대한 확신을 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요. 룰라도 세 번 도전해서 됐잖아요. 지방 정부를 운영하면서 얼마나 기존 세력과 다르게 하기 위해 노력했는가. 그런 것을 하다가 말고 대선에 뛰어든 거잖아요. 특이한 스펙, 이건 젊은 사람들이 취업하기 위해 특이한 스펙을 쌓은 것과 다르지 않게 받아들여져요. '제게는 특이한 스펙이 있습니다. 자원봉사도 했고, 아프리카도 갔다 왔습니다. 그러니 취직시켜주세요'라는 식으로 하는 젊은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외로 관대해요. 도지사를 해서 설사 실패를 했더라도 인정해 줄 준비가 돼 있다는 거죠. 그런데 하다가 말았다는 거죠. 정작 2017년을 기다려야 할 사람은 안철수가 아니라 김두관이예요.

임재범 : 새누리당이 경남도지사 되면 이제 뭐냐고. 경남 사람을 그렇게 버리는 게, 그게 뭐냐고. 경남도지사가 야권에서 나온 게 김혁규 씨가 한나라당에 있다가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간 거, 그 외에 없었는데. 그래서 김두관은 당선 자체가 깜짝 놀랄 일이었어요.

이태권 : 그런데 그걸 그만 두고 나와버린 거죠.

임재범 : 결국 '왜 나왔지? 저 사람은 뭐가 그렇게 급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프레시안 : 김두관은 시대정신이랄지, 그런 것 하면 뭐가 있을까요?

이태권 : 김두관은 야권판 이명박 성공신화 같아요. 인생이 드라마 같고, 밑바닥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올라왔다는 부분에서요. 시대정신과 맞으려면, 경남 도지사를 잘 해야 했던 거예요. 창의적으로.

임재범 : 그래요. (경남도지사를 잘 하고 나면) 개인의 히스토리라는, 굉장한 자산이 또 있는 거잖아요.

프레시안 : 전문대 출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좀 신선한 일 아닐까요?

이태권 : 상고 출신 대통령이 두 명 있었는데, 고졸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잖아요. 국민들은 아는 거예요. 전문대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건 그 사람의 빛나는 스토리지, 우리와는 별로 상관없는 거예요.

프레시안 : 김두관 가족들이 또 굉장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임재범 : 그런 좋은 이미지들이 있는데, 도지사 그만 둬서 다 까먹어버린 거예요.

▲ 지난달 8일 해남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김두관. ⓒ뉴시스

"이장 출신? 열심히 살았구나..."
프레시안 : 정치부 기자 여론조사를 보면 김두관 지사가 굉장히 호감도가 높게 나오는데요.

이태권 : 그게 (정치 관련) 업계에서 보는 한계에요. 국민들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죠. 호남은 지방자치 실험이 일어난 적이 있나요? 없어요. 그런데 영남에서 야권 지자체장이란 말이예요. 그러면 실험을 하고 성공했어야죠. 실패를 하더라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굉장히 관대하기 때문에 박수를 쳐 줄 수 있다는 거죠.

하지원 : 실패했어도 경남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니까 많이 이해해줬을 거 같아요.
프레시안 : 송새벽 씨는 어때요?
송새벽 : 김두관, 이 사람이 경남도지사였다. 이것만 알고 있었고, 대선에 나올지는 솔직히 꿈에도 몰랐어요. 나온다고 하니까. 이 사람은 왜 나오는 걸까. 그리고 땅끝마을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고 하는데, 저희 고향이 그 근처거든요. 그런데 왜 땅끝마을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인지, 이해도 잘 안가고, 뭔가 의미 같은 게 받아들여지지도 않더라고요. 제 주변 사람들도 김두관 하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그래도 김두관이 역전에 성공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요? 그럴 수도 있잖아요?
송새벽 : 별로 생각 안해봤는데, 만약에 김두관이 민주당 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안철수를 밀어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안철수, 김두관, 둘을 비교하면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겠어요? 당연히 안철수죠. 여하튼 김두관을 잘 몰라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네요.

임재범 : 안타까운 것은 캠프를 보면요, 문재인 캠프나 김두관 캠프에 다 참여 정부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 있죠? 그런데 면면은 모르지만 그냥 이미지상 제 느낌에 문재인 캠프는, 참여정부 때 권력의 맛을 봐서,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사람들. 김두관 캠프 사람들은 '참여정부를 만들 때 어떤 생각을 갖고 만들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우리가 꿈꿨던 것은 이것이었는데, 그게 아니더라. 그래서 김두관을 통해 생각한 것을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하는 사람들, 권력의 맛을 보지 못한 사람들, 이런 식으로 갈리는 것 같아요. 그냥 제 느낌이예요. 그렇다보니까 김두관은 문재인의 대항마로 처음에 생각이 됐었죠.

프레시안 : 중간에 도지사직을 버린 것은 '이마에 주홍 글씨가 새겨지더라도 가겠다'고 본인도 다 감안했을 것이라고도 보여집니다. 다른 얘기인데, 종고 출신, 전문대 출신, 이장 출신, 이런 이력들이 젊은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오나요?

이태권 : '소왓(So what)'이죠. 굉장히 고생했고 열심히 살았구나 정도죠. 그런 이력이 있다. 좋다. 그러면 거기서 뭔가를 더 보여줘야 하는 거죠. 그리고 스토리 구조라는 것은, 같이 복고와 복고가 마주치면 안 되요. 김두관도 복고고 박근혜도 복고잖아요. 같은 복고가 맞붙으면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죠. 김두관, 드라마틱한데, 다른 면에서 보면 박근혜, 왕족인데 부모님이 총탄에 돌아가신 스토리, 이것이 더 드라마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죠.
"'복고' 박근혜에 대항하는 '복고' 김두관?"

프레시안 : 같은 복고라서 안 된다?

이태권 : 그래서 '화룡점정'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복고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는데, 지자체 운영해서 성공을 했거나 하는 업적이 더해지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어려워 보인다는 거예요.

하지원 : 김두관 누나가 시장에서 생선장사 한다. 이런 얘기는 이명박 대통령한테서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어릴 적 풀빵장사 했다 라거나 그런 식으로요. 국밥집에서 밥 먹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느낌도 들고.

이태권 : 지나치게 싸늘한 평가로 보이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게 그렇다는 거예요. 행안부 장관을 지냈다는 데, 생각나는 게 없어요.

프레시안 : 그건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시절 '좌파 단체의 미군기지 기습 시위를 막지 못했다'는 것을 빌미로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해임안을 밀어붙여서, 어찌 보면 정치적 희생양이 된 사건이죠. 그래서 행안부 장관 경력은 많이 얘기가 안되요. 도지사 얘기가 경력의 정점에 있는 거죠.

임재범 : 그런데 그 기회를 차버린 것 같아요.

이태권 : 경선 나오면서 지사직을 유지할 수도 있었을 텐데...김문수는 도지사직 유지하고 있잖아요. '배수의 진'이라는 차원도 있었겠지만...

임재범 : '배수'가 너무 깊어서 빠진 것 같아요.

이태권 : 안철수 때문에 민주당 경선이 마이너리그가 됐다? 그런 얘기도 있는데, 안철수는 국민을 보고 간 것이죠. 김두관 캠프는, 천정배도 있고 원혜영도 있고, 굉장히 사려 깊은 사람들로 아는데, (국민을) 못 본 것 같아요. 저는 자꾸 김두관은 '스킵했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거쳐야 할 것을 스킵했다. 스토리가 완성이 안 됐다. 그렇게 생각해요.

프레시안 : 어찌됐든 야권의 광역 자치단체장 중에서는 박원순과 김두관이 지금까지 가장 눈에 띠었고, '잘 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었는데요.

임재범 : 그런 점에서 중도하차한 게 더 안타까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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