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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말이 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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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대통령', 말이 씨가 된다" [시민정치시평] 민주당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라
늘 명징한 언어와 신선한 사유로 내게 울림을 주던 작가 고종석은 절필 선언 이후에도 트윗은 자주 한다. 그가 날리는 트윗들이 참 재밌다. 어떤 때는 칼럼들보다도 더. 요즘 내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그의 대선 관련 예언이다. 그의 확신에 찬 단언에 따르면 다음 대통령은 박근혜다. 물론 그는 박근혜 지지자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는 애초 안철수 지지자였는데, 그 지지의 가장 큰 이유가 박근혜의 집권저지였단다. 그렇지만 박근혜를 이길 가능성이 큰 안철수가 사퇴한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특별히 문재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투표장에서 문재인을 찍겠다고 공언은 한다. 그러나 그것은 박근혜가 당선되더라도 너무 지나친 표차로 이기는 것만은 막아야 해서란다.

정권교체는 가능하다

나는 그가 무슨 근거로 그런 확신에 찬 예언을 널리 퍼트리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가 이런 예언을 더 이상 안 퍼트렸으면 좋겠다. 너무 끔찍한 예언이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그것은 자신의 희망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도 사실은 자신의 예언이 틀려서 조롱당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데, 다름 아니라 바로 그렇기 때문에라도 그는 자신의 예언을 거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는 아마도 자신의 희망에 반하는 객관적 상황을 근거로 들 것이다. 확실히 상황이 정권교체를 위해 아주 유리하지만은 않다. 이른바 '아름다운 단일화'의 실패로 인해 야권이, 견고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갈, 박근혜 지지층의 벽을 쉽게 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많은 안철수 지지자들의 실망과 상처는 투표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것은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더라도 극복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세계의 일이 결국 사람의 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선거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다르게 말하자면, 만약 고종석의 예언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무슨 객관적 상황 그 자체보다는 바로 그 예언 때문에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도 예언을 하자면, 그의 예언은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것이 틀림없다. 만약 그가 지금처럼 계속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또 그 전망을 널리 퍼트려 많은 사람들이 그 전망을 공유하게 되면 정말로 투표 결과는 비관적 예언 그대로 될 것이다. 말이 씨가 되는 법이다.

어쩌면 고종석의 예언은 많은 안철수 지지자들의 심정을 잘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심정 모르는 바 아니다. 사실 나도 안철수로의 단일화가 더 나은 선택지일 거라고 생각했던 입장에서, 정권교체를 지상명령처럼 외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해 보였던 민주당의 행태가 원망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이 단일후보가 되었다고 정권교체는 물 건너갔다는 식의 비관적 전망을 퍼뜨리는 것은, 애초 자신의 안철수 지지와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적 방어 기제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한다.

자기실현적 예언은 다른 방향으로도 가능하다. 만약 사람들이 정권 교체의 당위성을 더욱 분명히 하면서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는 진심어린 노력을 경주하게 되면, 그리고 단지 그렇게 될 때에만, 정권교체는 진짜로 이루어진다. 패배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우리는 여론조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충분히 경험했고 그리고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잘 알고 있다. 여론 조사 따위에 상황판단을 내맡겨서는 안 된다.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무슨 망상을 가지라는 건 아니다. 충분히 객관적인 근거들도 얼마든지 있다. 정권교체의 당위에 대한 국민 다수의 공감은 너무도 명백하다. 집권 세력이 쥐고 있는 언론과 같은 사회적 권력 자원의 방해가 심각하긴 하지만,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과 박근혜 후보의 과거지향성은 결코 은폐될 수 없다. 그리고 어쨌든 후보 단일화는 이루어졌다. 안철수 전 후보도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환경이다.

정권교체는 틀림없이 가능하다. 이렇게 믿고 그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스스로 낙관할 때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도 다른 사람들에게 더 잘,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제대로 쌓이기만 하면, 결국 정권교체는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제라도 완성하라


ⓒ프레시안(최형락)
물론 단순한 당위의 확인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정권교체를 희망한다면 그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 태도와 열망을 잃지 않되, 또한 객관적 상황의 온갖 장애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그것들을 극복하려 해야 한다. 정말 진심으로 정권교체를 열망한다면,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주어진 문제들을 탐구하여 그것들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어야 한다. 진심어린 열정은 철저한 리얼리즘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을 주장할 수 있다. 또 그래야 그 열정은 제대로 보답 받을 수 있다.

숱한 장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지금 가장 큰 장애는 아름답지 못했던 단일화 과정에 실망하여 부동층으로 돌아 서 버린 옛 안철수 지지자들의 상실감과 방황일 것이다. 어떻게 그들을 정권교체 편으로 돌려 세우고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가게 할 수 있을까?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하여 실패한 아름다운 단일화를 비로소 완성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아마도 안철수 전 후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다들 그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입장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후보를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어떤 경우이든 향후의 정치적 입지 설정에도 유리할 것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후보 지지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지나치게 안철수 전 후보의 선택에 수동적으로 기대는 것인데다,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그의 애초 지지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들을 문재인을 찍기 위한 투표장으로 온전하게 견인해 낼 수 있을지는 충분히 확실치 않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야기 한대로, 관건은 결국 민주당 스스로의 '뼈를 깎는' 노력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우선 민주당은 승리를 위해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 당선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 민주당은,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이 애초 기성 정치, 특히 민주당에 대한 커다란 실망에서 시작한 만큼, 그것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낡은 정치 행태와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민주당은 그래서 실제로 '새정치'를 하겠다며 국회의원의 세비를 감축하겠다는 결의도 보여주었고, 안철수 전 후보의 동참을 기대하며 진보정의당 및 시민사회 인사들과 함께 '국민 연대'도 출범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을 얻고 또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여전히 득표를 위한 어떤 정치공학 차원의 제스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고 무언가 본질을 비켜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민주당은 이 당의 후보 문재인의 대선 가도에서 피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의 하나가 되었다. 마음 둘 곳을 모르게 된, 부유하는 안철수 지지층이 민주당에 대한 강력한 불신과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와 같은 역설의 해소야말로 정권교체와 성공적인 미래 정부의 가장 결정적인 초석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은 후보만 빼놓고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스스로의 기득권을 더 많이 내려놓고 새로이 출범시키고자 하는 국민연대가 펼칠 새 정치의 가능성에 대해 좀 더 분명하고 훨씬 더 강력한 비전을 천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안철수 전 후보쪽과 합의했던 새정치선언의 실천에 대한 입에 발린 약속을 넘어서야 한다. 나아가, 당연히 필요하기는 하지만, 인적 쇄신(가령 이른바 '친노' 인사들의 등용 배제 등)에 대한 선언 정도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결국 관건은 국민연대가 펼칠 새정치의 담대한 비전을 구체화시켜 가시적이고 물질화된 모습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대는,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전면적인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정권교체와 '복지국가'와 같은 분명한 미래 지향을 공유하는 모든 민주적 정파들이 참여하여 협력적으로 새정치를 펼칠 수 있는 지속적인 연합정치의 틀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안철수 지지층의 열망을 담아냄으로써 안철수 전 후보가 자연스럽게 명분을 갖고 문 후보의 당선을 위한 선거판에 적극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틀이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 전개될 새로운 정치의 물질적 토대이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대의 초점을 단순히 '대통합' 같은 것에 두면 안 된다. 안철수 전 후보와 진보정의당 및 시민사회세력을 포함하는 식의 대통합 국민연대라는 조직적 틀의 제시가 그 자체로 안철수 현상을 낳았던 시민들의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다 담아낼 수는 없다. 그런 정도만으로는 지난 4.11 총선 때의 '혁신 없는 통합'과 '야권 연대'의 재탕이 될지도 모른다.

민주당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라

이런 맥락에서 나는 이 국민연대가 장차, 유럽의 사회민주당들이나 뉴딜 시기 미국의 진보적 민주당에 비견될 수 있는, 그러나 한국이라는 상황과 조건에서 '시민정치'를 기반으로 한 대중적 중도 진보 정당의 건설에 대한 비전까지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 당장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국민연대는 최소한 <민주당의 창조적 파괴 또는 발전적 해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혹시 어떤 이는 지금 국면에서 민주당을 비판하고 그 파괴나 해체를 주장하는 것이 쓸데없는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 실험처럼 오해되어 호남 같은 데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도 걱정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초점은 창조와 발전에 있지 파괴나 해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을 살리자는 것이지 죽이자는 것이 아닌 것이다.

민주당의 새로운 정치적 정체성의 확립이 진짜 문제다. 민주당은 다름 아닌 스스로의 밝은 정치적 미래를 위해, 바로 안철수가 하려했던 '진심의 정치'를 영양제 삼아,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할 잠재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민주당이 안철수 현상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시민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확고한 전망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래야 구태로 낙인 찍혀 버린 민주당의 정치에 대한 대중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나는 민주당이 제대로 된 진보 정당은 아니지만, 그리고 많은 한계를 갖고 있지만, 많은 진보적 정치가들과 자산을 갖고 있고 또 실제로 그 동안 한국에서 꽤나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는 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진보적인'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민주당이, 스스로가 원해서든 떠밀려서든, 새누리당이 대변하는 '사회적 권력'과는 다른 '시민적 권력'의 논리와 요구를 반편이나마 수용하려 해 왔기 때문에 그렇다고 여긴다. 지금 민주당의 위기는 제 1 야당으로서의 기득권 논리에 빠져 그런 노력을 충분하게 해 오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런 노력을 좀 더 제대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할 때다.

민주당은 지금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러한 시민적 권력의 요구와 논리에 충실히 복무하는 정치적 대리 기관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민주적 시민사회의 의식적 제도로서, 시민정치에 기반을 둔 시민적 진보 정당으로서 스스로를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안철수 현상은 결국 지금껏 민주당이 바로 그러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 오지 못한 데 대한 엄중한 경고다. 지금 시민적 권력의 지상명령은 정권교체다. 민주당은 이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민주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승리 후의 성공적인 집권을 위해서라도, 그러나 생각하기는 싫지만 혹시라도 모를 패배 후를 생각해서라도, 그러한 방향으로의 창조적 자기파괴 과정에 나서야 한다. 지금 당장!

절박함이야말로 진정한 기회다

물론 시간이 없다. 그러나 절박함이야말로 진정한 기회다. 지금 다른 필승 카드도 없다. 다행이 문 후보가 당권을 거의 전적으로 쥐고 있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혁신적인 국민연대의 조직적 틀에 대한 비전을 마련하고 그 속에서 이루어질 새정치의 그림을 그려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은 그 공간이 아주 적극적인 안철수의 공간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지금은 얼마간의 실행 계획과 로드맵을 담은, 신뢰할 수 있는 선언 정도면 충분하다. 방향만 분명하면 된다. 대중들이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컨셉도 아니다. 미래 지향적 새정치에 대한 진정성만 담아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창조적 파괴에 대한 약속이 향후 제대로 실천될 수 있다는 국민적 신뢰를 얻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단일화 과정에서 정권교체보다는 기득권유지를 앞세웠다는 의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민주당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임을 잊지 말고, 이제라도 이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권교체를 위해 스스로의 기득권 전부를 기꺼이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이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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