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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황제 테니스'가 박근혜에게 끼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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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황제 테니스'가 박근혜에게 끼칠 영향은? [데스크 칼럼]<49> 독이 될 것인가, 약이 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라이벌' 관계였다.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이었던 "근혜, 오빠 먼저"가 예언이 됐기에 망정이지, 더 대놓고 표현하면 '앙숙'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리면,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이명박은 '다 된 밥에 재 뿌린' 사람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박근혜는 임기 내내 발목 잡던 사람이었다. '정권교체'까지 이뤘으니, 보통의 경우 퇴임하는 대통령 발걸음이 조금은 덜 무거웠을텐데, 정치적으로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마음은 어땠을런지….

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막을 내리는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알랑가 몰라'한 관계에 또 일이 터졌다. 바로 이 전 대통령의 '반값 황제 테니스' 사건이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을 주말에 독점 이용했다고 한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이 관리하는 이 테니스장은 보통은 인터넷을 통해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아 대여해준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이용을 문의해온 시간에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차단해 일반인의 이용을 막았다는 것. 게다가 이 전 대통령 측은 토요일에 5시간 동안 이용했으면서도 3시간 요금인 7만5000원만 결제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반값'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특혜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이용을 문의했을 뿐이며, 반값 논란에 대해선 한국체육산업개발 측이 의전상 앞뒤로 1시간씩 비워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테니스 치는 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와 예우 차원이라는 해명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들끓고 있다. 왜? 퇴임한 뒤 첫번째 불거져 나온 얘기가 하필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테니스장을 황금 같은 주말에 독점하면서 그것도 이용료마저 '저렴'하게 냈다는 것이냐는 허탈감이 아닐까 싶다. 재임시 그토록 '대한민국의 국격'을 올렸다고 자랑하시던 분, 그분이 이분 맞는가.

또 민주당 박홍근 의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테니스장 이용을 요청한 시점이 '퇴임 전'이라고 한다. 한국체육산업개발 측은 이 전 대통령의 퇴임 이전인 2월 15일 전후에 대통령 비서실로부터 실내 테니스장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협조 요청 전화를 직접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있었다. 전 국민이 북한의 위협으로 떨고 있던 시점에 비록 임기가 열흘 밖에 안 남았지만, 현직 대통령께서 테니스를 즐기실 생각을 하고 계셨단 말인가.

'동양적 사고'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전직 대통령 역시 '지도자'로 여기고 그에 따른 행동을 기대하는 정서 말이다. 또 전직 대통령 예우와 경호에는 국민들의 낸 세금이 쓰인다. 이런 분께서 왜 꼭 용돈 한 푼 안 주면서 조카 사탕이나 뺏어 먹어 울리는 '못된 삼촌' 같은 행동으로 국민들 복장 터지게 하시는가. 과거 대통령들의 퇴임 후 모습을 보면 다들 대통령이 되기 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따지면 이 전 대통령의 행태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인가?

전직 대통령의 행태에 대한 비판은 이쯤하고,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관계에 다시 주목해보자. 87년 대통령 직선제 시행 이래로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관계는 늘 미묘했다. 퇴임할 때까지 국민들의 지지와 존경을 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전무한 이유로 대체로 현직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은 밟고 넘어서야할 존재였다. 그 시점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대체로 임기초 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무엇'인가를 손 봤다.

누구보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는 이제까지 참으로 미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말 '탈당' 수모를 겪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다. 인기가 떨어져 임기 말에는 여당으로부터 '탈당' 압력을 받기 마련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주인인 새누리당은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된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사건'도 임기 내에 털고 지나갈 수 있었다. 큰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제외한 측근비리에 연루된 상당수 인사가 임기말 특별사면을 통해 풀려났다. 다른 어떤 대통령 못지 않게 재임시 지지율이 낮았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마지막 결과만 놓고 보면, 어떤 대통령보다 '해피엔딩'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YS, DJ, 노무현 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지역이든, 세력이든, 계층이든, 열혈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없는데도 말이다. 전적으로 후임인 박근혜 대통령이 묵인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하필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어려운 임기 초반기를 겪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앞에 '이명박 폭탄'이 터졌다. 이 폭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두 가지 추론 모두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난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사 문제, 다른 하나는 북한 문제다. 훨씬 크고 어려운 문제인 북한 문제는 일단 논외로 치자. 인사 난맥상은 이명박 정권 초기 '고소영 인사' 문제와 꼭 닮았다. 더 나아가 '이명박 황제 테니스'와 사실 맞닿아 있는 문제다. 무슨 얘기냐고? 아마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상당수 유권자들은 '이명박과 박근혜는 다르다'고 기대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보수 세력의 '성골'이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육두품' 정도로 생각돼 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비일비재했던 특정인(세력)에 대한 노골적인 특혜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부정부패의 문제에서 '정통 보수'인 박근혜 세력은 자유로울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런데 막상 '장관'을 시키겠다고 발탁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소위 '그놈이 그놈'이었다! 아니, 불거진 문제의 질과 심각성을 보건데 심하면 더 심했지, 개선됐다고 볼 여지는 적었다. 이런 분들을 '수첩'에 적어 놓고 '고집'을 부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 상당수 국민들이 실망했고, 이는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과 '앙숙'이었던 전직 대통령의 '반값 황제 테니스' 사건이 터졌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옛말이 떠오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 그 분과 이 분이 결국은 비슷하셨나 보구나!

반대로 호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일을 계기로 부담 없이 전직 대통령과 전임 정권 당시에 있었던 문제들을 수면 위로 다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황제 테니스' 논란의 주인공인 전직 대통령도 이런 정치적 수법을 즐겨 쓰셨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열쇠는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원하는 쪽으로 갈지는 모른다. 결국 민심의 향배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반드시 정략적 차원에서 볼 일만은 아니다. '황제 테니스' 사건으로 민심은 끓고 있지만, 엄밀힌 따지면 이는 해프닝에 가까운 일이다. 오히려 밟고 가야할 문제는 박 대통령 본인도 직접 언급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나 국정원 직원 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같은 일이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본다면 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이해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원칙과 국민의 보편적 정서라는 측면에서 전임 정권에서 자행된 부정부패나 국기문란을 바로잡는다면, 박수치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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