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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조 원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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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조 원 넘어 한미, 이르면 3월부터 내년 분담금 다시 협상해야
올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1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이른바 '한국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 원 이하'는 관철되지 못했지만 미국이 애초 제시한 금액에 비해서는 상당 부분 줄어든 결과다.

10일 한미 양측 정부는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가서명을 진행했다. 양국의 협상 수석대표인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협정은 미국 측이 제시한 유효기간 1년을 한국이 받아들이는 대신 총액에서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10억 달러(1조 1305억 원)보다 낮은 1조 389억 원 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분담액인 9602억 원에 올해 한국 국방 예산 인상률인 8.2%를 적용해 산출된 액수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1억 원을 넘기게 된 결과에 대해 "최초 미국의 요구가 약 1조 4000억 원이었고 마지막까지 10억 달러(1조 1305억 원)를 고수했다. 최종적으로는 이보다 낮은 1조 389억 원이 된 것"이라며 "여러 여건을 감안해 최대한 총액을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측은 우리의 위상과 경제력에 상응하는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 미국은 어느 동맹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미국 측이 총액 증가에 대해 상당한 압력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한미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연내 타결을 목표로 10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간 서울에서 열린 10차 회의에서 양측은 총액과 유효기간 등에 상당한 접점을 보이며 연내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돌연 '최상부의 지침'이라면서 그동안 협의 내용을 무시하고 총액 1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를, 유효기간 1년(기존 유효기간은 5년)을 제시했다.

최상부 지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뜻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부터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이들 국가들이 방위비 분담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한국은 그동안 논의해온 사항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미국의 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이후 한미 양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추가 협의를 진행했다. 미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역시 '최상부의 지침'이라는 전제 하에 12억 달러(한화 약 1조 3500억 원)를 새롭게 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 미만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해 정부는 한국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 원을 넘을 수 없고, 유효기간은 3~5년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전달했다. 이렇듯 지난해 12월 이후 사실상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은 결국 유효기간은 한국 측이, 총액은 미국 측이 양보하는 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 장원삼(오른쪽)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1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서명하고 있다. ⓒ외교부

미국은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 전략자산과 관련해 '작전 지원 항목'을 협정의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하자고 요구했다.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 일부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이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를 분담하기 위한 목적임을 강조, 이같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미국의 요구는 철회됐다.

정부는 이번 협정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분담금 협정의 문제점을 일부 개선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군사 건설 분야에서 예외적인 현금 지원을 철폐했고 설계·감리비에 대한 현금 지원 비율인 12%를 집행 실적에 따라 축소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현물지원 체제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군수 지원 분야에서 그 해에 집행하지 않은 지원분이 자동으로 다음 연도로 이월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 협정부터 양측은 사업연도 내에 계약이 이뤄졌거나 사업연도 12월 1일까지 입찰공고가 이뤄지는 경우에만 이월이 허용되도록 하는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군사 건설 사업을 선정할 때도 한국 측이 사업 목록 조정 및 추가 사업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미국 측에 5개년 사업 계획을 제출하도록 결정했다. 이를 통해 분담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였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이밖에 이번 협정에서는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규정을 최초로 협정 본문에 삽입했다. 또 실질적 조치로, 한국 정부가 분담금을 통해 부담하는 인건비 비율 상한선인 '75% 이하'를 철폐하고 75% 이상 분담 노력 의무를 규정했다.

한편 이번 협정은 가서명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정식 서명된다. 이후 국회에서 비준 동의안을 의결하면 정식으로 발효된다.

올해 겨우 끝냈는데…내년 분담금 협상 조만간 또 시작해야

이번 분담금 협정은 협상 막바지 미국 정부 측 '최상부의 지침'이 제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결국 양측이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절충안을 마련했다.

이같은 절충안이 마련된 것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진행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측이 외교적으로 부담이 되는 사안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번 협정으로 양측은 이르면 오는 3월부터 내년 분담금 협상을 또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양측의 협상 기간을 고려했을 때 유효기간 1년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지속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2020년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한국이 유효기간 3년 이상을 고수한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유효기간이 3년 이상으로 확정됐다면 다음 협상은 최소 2021년 이후에 진행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연계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유효기간이 1년으로 정해지면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와 일정 부분 연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해 왔다. 이에 자신의 재선 성공을 위한 외교적 성과의 일환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졌고,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대북 및 무역 사안에서 미국 측의 협조가 필요한 한국이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추후 협상에서 한국 측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다음번 협정이 적절한 시기에 타결되지 못할 경우 협정 공백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하되, 양측이 합의할 경우 협정을 연장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일정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추후 협상과 관련 이 당국자는 언제 진행될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조속히 협상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에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에 따라 분담하겠다는 원칙을 세웠고, 이 원칙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한 가이드라인이 수립됐을 때 우리가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에 비해 먼저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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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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