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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이후 커진 불확실성...운전 스타일을 바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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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이후 커진 불확실성...운전 스타일을 바꿀 때 [기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는?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실 없이 끝났다. 적지 않은 성과가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 열렸던 회담이 결렬 형식으로 끝나면서 그로 인한 충격이 적지 않다. 향후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큰 위기가 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미 모두 이번 결렬이 파국은 아니라며 회담을 다시 할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또 북한은 추후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 했고 미국은 기존 한미 연합 훈련을 폐기하고 새로운 훈련으로 대체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회담 이후 북미 두 나라가 공개한 자료를 볼 때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이유는 비핵화에 대한 시각차였다는 것으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을 포함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면 경제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빅딜'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빅딜의 내용을 북한에 문서로 전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은 영변 핵 단지 폐기를 대가로 대북 유엔제재 일부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의 이런 시각 차이는 지난 20여 년 간 북한 또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 시각차는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두 나라 또는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된 내용이다. 새로울 것이 없는 시각과 개념 차이다. 이런 점에 비춰 이번 회담의 돌발적인 결렬이 이해가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 공개적으로 드러난 두 나라의 시각차가 회담 결렬의 전부가 아니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정치와 외교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분석적 태도를 멈출 수 없다. 결렬 이유를 냉정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현상에 대한 사실에 근접한 분석을 하면서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을 대안의 모색이 가능하다.

북미 두 나라 정상은 하노이 회담 전반부까지 전 세계에 뭔가 합의가 이뤄질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결렬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해 협상을 끝냈다'며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주로 하면서 세계 언론 관심의 표적이 됐다. 혼란에 빠진 전 세계 언론은 트럼프가 한 말을 대서특필했다. 트럼프는 돌발적인 사태 직후 발생한 정보 공백상태에서 그 책임을 북한에 돌려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했다.

그 대응으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은 트럼프의 '원맨쇼' 수 시간이 지난 뒤 '북한은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신시설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할 것'을 제안하면서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만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사실은 이렇다'라고 밝혔지만 트럼프 쪽이 제시한 자기 합리화가 선점 효과를 거두면서 좀 더 강력한 메시지로 지구촌 여론시장에 각인됐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와 달리 직접 회담 결렬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대리인을 내세웠다. 이런 방식도 세인의 관심을 끌지만 역시 '나 먼저'라는 트럼프 식 선전 홍보 공세보다는 그 강도가 약했다.

왜 결렬되었을까? 그 이유는 아직 더 밝혀져야 할 것이 많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주 원인 제공 당사자는 트럼프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 당일 그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이 미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했던 것처럼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사람이다. 트럼프는 대중을 향해 언제나 거짓말을 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것이 들통 나면 또 다른 거짓말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 양심 불량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그의 대선 출마와 대통령 당선 이후의 언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그의 부적절하고 상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소행 때문에 향후 탄핵이나 그에 준하는 정치적 공세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하노이로 돌아가 보자. 하노이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최소 다섯 번 정도 만나는 것으로 스케줄이 미리 발표되었다. 이는 두 정상이 톱다운 방식으로 회담을 하겠다는 것으로 트럼프의 경우 김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설득해서 안 되면 판을 엎을 작정을 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가 미리 결렬 쪽으로 회담을 끌고 갈 준비를 갖췄음은 회담 결렬 뒤의 기자회견에서 충분히 드러냈다. 그는 예정된 만찬이나 공동성명도 취소하고 잘 준비된 언행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정당함을 내세웠다. 대신 북한을 거짓말쟁이, 억지를 부리는 집단으로 매도했다.

결렬 한 시간 뒤 트럼프가 기자회견을 한 반면 북한의 그것은 반나절 이상이 지난 뒤에야 긴급히 이뤄졌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트럼프에게 두 나라 회담 실무자들이 하노이 이전에 어떤 사전 합의를 해왔느냐는 중요치 않았던 것 같았다. 그는 김 위원장과 북한의 전형적인 외교 스타일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어떻게 하면 회담이 결렬될 지는 충분히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결렬 효과를 키우기 위해 예정된 만찬 등을 취소한 것은 물론 기자 회견 후 곧바로 하노이를 떠나 버렸다.

트럼프가 회담을 결렬로 끌고 갈 작정을 한 이유는 미국 내 정치적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 의회는 원래부터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이었다. 여야 구분이 없을 정도였다. 이런 의회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몇 개 더 있었다. 하나는, 미 하원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과 관련해 트럼프가 선포한 국가 비상사태가 근거가 없다면서 예산 집행을 중단할 조치를 취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코헨 전 보좌관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자신을 탄핵으로 몰고 갈 개연성을 키우는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이 청문회는 하원을 장악한 미 민주당이 북미 회담 일자와 겹치게 지정해 놓았고 코헨 전 보좌관이 준비한 폭탄 발언의 내용은 이미 상당 부분 공지된 터여서 트럼프로써는 그 대응책에 고심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귀국할 경우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의회의 공세와 비판이 가중될 것이 뻔했다. 이런 의회 상황이 그가 회담을 결렬로 몰아간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그러나 북미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지는 않았다. 이는 그가 지금껏 북한 비핵화 추진을 성공한 외교 정책의 하나로 내세워 왔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이구동성으로 향후 북미 회담 속개 가능성 등을 흘리면서 챙기는 것은 북한 비핵화 추진이 여전히 실현 가능한 자신의 외교 실적임을 내세우려는 속셈의 결과로 보인다.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를 계속 추진 중인 외교 현안으로 내세우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판단을 한 결과로 추정된다.

트럼프가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타결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 대북 압박을 더 강화하면 북한이 무릎을 꿇을 것으로 확신했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회담 결렬 이후에 ‘결렬도 성공’이라면서 대북 대화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그러나 향후 국내 정치 일정이 그에게 대단히 험난할 경우 북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트럼프는 시간은 자기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할 경우 자신에게 적대적인 미 의회나 미 언론의 공세는 피할 수 있다고 계산할 것이다.

미국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 한미 두 나라가 매년 초 실시하던 키리졸브(KR: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E:Foal Eagle)을 완전 종료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축소해 시행하기로 했다<연합뉴스 2019년 3월 3일>. 이들 훈련은 한미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실시했던 2대 핵심 훈련이었다. 한미 두 나라가 이런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은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평가했으나 북한이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외견상 이름만 바꾼 대북 군사훈련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한미 두 나라는 지난해 한미 연례 군사훈련을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해외에서 유사한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음으로 북한의 이번 회담 전략을 살펴보자.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신한 것 같다. 북한이 결렬 이후 보인 행동을 보면 회감 실패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트럼프의 국내 정치적 입지와 내년 대선 재도전 가능성 등을 토대로 트럼프가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고 갈 수밖에 없으리라고 오판한 결과로 추정된다. 그런 오판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향후 실무 협상 팀에 대한 조치 등으로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향후 어떤 식으로 행동할 것인가? 여러 가능성 가운데 미국에 수정 제안을 하면서 회담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은 당분간 커 보이지 않는다. 북한 언론이 회담 결렬 이후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성과를 얻었다고 보도했는데 이런 부분도 가볍게 보이지는 않는다. 김 위원장으로써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회담 초기에 북한 언론이 하노이 현지를 실황 중계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언론 통제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실상을 감춘다 해도 대북 제재가 유지되면서 북한이 겪게 될 고통이 더욱 가중될 것이고 그에 대한 부담도 클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지만 그것은 북한에 대한 립 서비스 성격이 짙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향후 대남 긴장을 고조하는 것도 상상키 어렵다. 중국이 그것을 강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가장 든든한 후원국인 중국을 화나게 하는 것을 피하려 하는 만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조성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가진 카드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여전 남게 된다.

북미 관계가 냉각된 만큼, 남북 관계도 크게 활성화될 것 같지 않다. 김 위원장의 답방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 대한 유엔과 미국 등의 독자 제재 때문에 남북한 경제 교류 활성화 등은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정권이 모험을 하면서까지 남북 관계를 활성화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진정성을 담은 말을 앞세우는 식의 선을 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관계를 낙관하고 남북 관계도 그렇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던 것 같다. 향후 남북 경제 교류 활성화를 위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인사까지 한 것에서 그런 확신이 드러난다.

그러나 좀 더 신중해야 했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다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향후 북미관계 예측력을 과시하려 했던 것이 큰 헛발질이라는 악재로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과감히 정치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큰 정치적 성과물로 내세웠던 북한 또는 한반도 비핵화 추진이나 한반도 긴장 완화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북미 협상에 남한의 발언권을 강화하면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는데 고심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미동맹 정상화나 국가보안법 개폐와 같은 것이다.

향후 북미, 남북한 관계가 어떻게 될지 속단키는 어렵다. 그러나 비핵화를 위한 회담 재개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상황 변화와 회담 주역들의 전략 수정 등이 필요할 듯하다. 트럼프의 경우 대선 당시 캠프 측근들과의 불화와 정치적 비리 등의 폭로를 둘러싼 논란,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의 수사 종료 등으로 국내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고 상원에서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북한 비핵화 정책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또한 대북 제재에 대한 의회 입법이 물 샐 틈 없다 할 정도로 촘촘히 만들어져 있고,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새로운 대북 제재 법안을 성사시킬 태세라는 점도 트럼프와 북한에 악재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충격과 그 후유증 해소를 위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그러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라는 방식 외에 북한이 선택할 묘수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이 미국을 견인하는 식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한반도 운전자론을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협상이라는 자동차가 가동을 멈춘 상태라 그 시동을 어떤 식으로 걸고 두 탑승자를 대화의 장에 어떻게 복귀할 수 있게 만들지 묘수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더 지켜 볼 일이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가 필요하다.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찬을 진행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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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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