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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은 그렇게나 신성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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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은 그렇게나 신성한 것인가? [기고] 한국 언론이 시대를 망친다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 문제, 성폭력과 관련한 추문 등이 뒤범벅돼 신문과 TV 뉴스, 인터넷 매체 등에서 쏟아진다. 기분이 좋은 뉴스는 별로 없다. 촛불 혁명 뒤로 뭔가 달라지리라는 기대가 컸던 탓일까, 뉴스 접하기가 싫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언론만을 탓할 일이 아니지만 그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 때 '기레기'로 지탄받았던 언론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의 언론은 촛불 혁명 이전과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가장 중요한 이슈인 비핵화와 관련해서 공영, 진보 언론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거나, 미국 백악관 대변인 말을 옮기는 수준에 여전히 머무른다.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의 시각에서 벗어나는 기사가 거의 없다. 미국과 북한을 대등한 유엔 회원국 수준으로 놓고 비핵화에 접근하는 언론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핵화와 관련한 수구집단의 광기를 보면 전율을 느끼게 되지만, 그런 광기의 부당함을 지적할 명쾌한 기준 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동북아의 지각 변동을 유발할 일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분단이후 최대의 호기를 살리기 위해 언론이 제대로 보도 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 북한 비핵화에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를 지닌 국가나, 미국과 군사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를 잘 살피면 시의적절한 기사를 발굴할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이 아무리 두렵다 해도 독자와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러시아 외무장관은 <타스> 통신을 통해 ‘카다피, 후세인의 참극 때문에 북미 간 일괄합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국내 언론은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향후 북한의 대미 협상 전략은 러시아 쪽 견해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

한미군사동맹 필리핀과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야

언론이 국내에서 신성시 하는 한미 군사동맹을 객관화할 필요도 있다. 필리핀의 경우를 참조 할만하다. 한국과 달리 필리핀은 미국과 평등한 군사관계를 맺고 있다. 그럼에도 필리핀은 남지나해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필리핀이 이에 자동적으로 개입하게 될 소지가 크다며 최근 미국에 군사협정을 개정하자고 정식으로 요구했다. 우리 언론은 불평등한 한미군사동맹과 필리핀의 경우를 비교하는 보도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미국은 툭하면 한반도 전면전쟁 가능성을 공언했는데 그런 전략이 한국에 어떤 재앙을 가져오는지, 그리고 그것이 합당한지를 따지는 국내언론 보도는 드물었다. 가까운 일본과 미국의 방위협정도 한미의 그것처럼 불평등하지 않다는 점도 언론 소비자에게 소개해야 마땅할 것이다.

일부 정치권과 학계, 통일운동 진영은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한참 더 진전되기까지 한미동맹, 국보법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게 상책이라는 태도를 갖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고, 국보법이 허용하는 공간 안에서 비핵화와 대북 정책을 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특히 국보법의 혜택으로 70여 년간 정치적 특혜를 누렸던 수구세력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공영 및 진보 언론도 정권과 보조를 맞추는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 언론은 ‘제4부’라는 헌법적 위상을 외면해서 안 된다. 동시에 촛불 혁명을 촉발한 원인의 하나가 '기레기 언론'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도 안 된다. 한반도 당사자가 문제의 핵심에 침묵하는 지금의 상황은 구한말보다 더 심각하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미국이 슈퍼갑인 한미동맹과, 북한을 궤멸시켜야 할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보법은 지난 70여 년 간의 남북의 극한 대치를 유지시킨 두 개의 축이다. 국보법하에서 남북 교류협력이 얼마나 활성화될 것이며 평화협정 합의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남북 평화통일이 어떻게 가능할지를 보도하는 언론은 없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남북 평화 공존을 위해서는 한미동맹 관계의 정상화와 국보법의 개폐가 왜 중요한지 언론은 깊이 살펴야 할 것이다.

국보법에 의한 자기검열이 체질이 된 언론은 한미동맹의 문제점에 철저히 침묵한다. 이를 국제 사회는 어떻게 보고 있을 것인가.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정권이 지난 2년 동안 지속한 헛발질과 내로남불 태도 등이 원인이 되어 수구세력의 지지도가 여당에 육박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 공영 및 진보언론이 얼마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촛불들의 분노가 또 폭발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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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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