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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가정 교육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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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가정 교육은 사랑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50> 17. 사랑이 정답이다
촌놈이었다. 가난했다.
중1, 왕복 16㎞, 무거운 책가방 양손에 번갈아들면서 걸었고
중2, 예닐곱 번 체인 벗겨지는 고물 자전거로 자갈길 달렸으며
중3, 교실 책상 위에서 잠자고 새벽 첫차로 집에 가서
도시락 두 개를 싸들고 다시 등교하곤 하였다.
어느 날, 일어나니 친구들이 등교하고 있었다. 늦잠을 잔 것이다.
집에 가지 못하고 수업에 임해야 했는데
1교시 후, 누군가 어머니께서 교문에 와 계신다고 일러주었다.
고마왔을까?
화가 솟구쳤다.
어머니께는 제대로 된 옷 한 벌 없으심을 알았기 때문이고
그때 나는 못난이 중학교 3학년이었으니까.
친구들에게 초라한 어머니의 모습을 들켰다는 생각에 화가 났고
빨리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교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어머니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창피한 줄도 모르느냐?"
"밥 한 끼 굶는다고 죽는 줄 아느냐?"
작지만 크게 소리 지르며 빨리 가라 등 떠민 후
도시락도 받지 않고 돌아섰다.
그런데, 어머니는 어머니셨다. 2교시가 끝나자
눈물 젖은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내 책상 위에 올려졌다.
다음날 아침 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어제 일 잊어버린 사람처럼
여느 때와 똑같이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셨다.
그랬다. 정말로 나는 싸가지 없는 나쁜 놈이었다. 그랬던 내가,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서른 살 넘어서면서부터
동네 사람들로부터 효자라는 말을 듣곤 하였다.
어느 시인은 자신을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하였는데
나는, 나를 키운 건 8할이 가족의 사랑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어머님 아버님께서는 단 한 번도
체벌이나 폭언이나 욕설을 하지 않으셨다.
공부 않고 싸돌아다녔지만 못마땅한 표정 짓지 않으셨고
공부하라는 잔소리 한 번 하지 않으셨으며
나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 한 번 하지 않으셨다.
진심으로 믿어주셨고 알아서 잘 하라 격려 해주셨을 뿐이었다.
형님 누님들 지금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고 있음도
어머님 아버님의 사랑과 믿음 때문이라 굳게 믿고 있다.

청소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누군가 청소하라 하면
하려던 청소도 하기 싫었던 경험 있지 아니한가?
무슨 일이든 자신이 하고 싶을 때라야 잘 할 수 있는 법이다.
누군가의 간섭이나 강요에 의해 억지로 하는 일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가능하면
잔소리 하지 말고 지켜보면서 기다려야 하는 이유다.
조바심 나고 궁금하고 미덥지 못하더라도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답이다.
즐거운 기분이어야 공부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다툰 후,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경험 많은데
두뇌로 하는 일은 더더욱 그랬다.
작은 잘못에든 큰 잘못에든 야단치지 말아야 하고
스스로 하고 싶을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어야 하는 이유다.

공부는 학생과 학교에 맡기고
부모는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안 하니까 야단치는 것 아니겠느냐고,
스스로 잘하면 누가 잔소리하겠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해 못 하는 바 아니지만,
말을 냇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 없다는 사실,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잔소리하고 야단치고 윽박질러서 공부 잘 하게 된 경우는 없다.
포기해야 하느냐고? 포기하라는 말 아니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눈물 날 수 있겠지만 잠깐 포기한 후, 기다리는 것이 답이다.
공부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는 것 아니고
대학에 가서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진짜 공부는 대학 졸업 후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누구를 제일 사랑하는가? 아들딸 아닌가?
그 사랑스런 아들딸에게 스트레스 주는 것은
공부 방해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영원한 친구이자 미래에 보호자가 될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지 못해 안달하고 몸부림치는 어리석음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지적하고 야단친다는 사실 인정하지만
그 결과가 마이너스일 가능성 크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고등학교 성적이 좋지 못하여 원치 않은 대학에 들어갔지만
대학 입학 이후에 열심히 공부하여 성공한 사람 참 많다.
명문대 출신이 성공할 확률 큰 건 사실이지만
확률이 클 뿐 모두는 아님을 알아야 하고
지방 사립대 졸업하고 성공한 사람 적지 않음도 알아야 한다.
공부, 잘 하면 좋지만 못해도 괜찮다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블루칼라도 화이트칼라 못지않은 월급 받으며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야 한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 종종 받는다.
아침밥 먹이는 것, 11시에 잠자도록 하는 것이라 말한 바 있는데
덧붙이자면, 기회 주는 것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 기다려주는 것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무성의한 것 아니냐고, 부모로서의 의무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 있을 것 같은데
무성의함 아니고 포기도 아니며 아이를 멋지게 키우는 방법이다.
관심 가지고 지켜보기는 하되 참견하지 말아야 하고
실수하고 잘못했을 때에 야단치지 말고 기회 다시 주어야 한다.
참견하지 않고 야단치지 않음이 훨씬 현명한 교육이다.

명나라에 만력제라는 황제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공부를 좋아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장거정이라는 훌륭한 학자가 스승으로 뽑히어 교육에 들어갔는데
엄격하게 지도하면서 야단만 쳤기 때문에
공부에 흥미 잃었을 뿐 아니라 성격까지 이상하게 변하였고
스승이 죽자 그 스승을 부관참시 하였다고 한다.
정사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민심이 뒤숭숭해졌고
이자성의 난이 일어났으며, 그가 죽은 지 24년 후에
명나라는 멸망을 맞이하고 말았다 한다.
엄격하게 가르치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교육하였지만
분노와 두려움으로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었고
폭군으로 무능한 황제로 삶을 마감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으로 가르쳤더라면
그 총명함으로 훌륭한 군주가 되었을 터인데.......
엄격한 교육의 결과가 좋을 수도 있겠지만
나쁜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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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호
자기 주도 학습과 한자 공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 <프레시안>에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다. <공부가 뭐라고>, <자기 주도 학습이 1등급을 만든다> 등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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