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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인데 공무원은 아니다? 두배로 차별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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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인데 공무원은 아니다? 두배로 차별받는 사람들 [우리도 교사입니다] 기간제교사는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간제교사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프레시안>은 이해당사자를 비롯해, 인권 활동가, 대리운전기사, 출판노동자들의 릴레이 기고를 통해 기간제교사들이 왜 생겨났고, 그 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순직인정 투쟁을 하면서) 기간제교사를 대학 나와서 빈자리 있으면 잠깐 수업하고 가는 선생님인 줄 아는 학부모들을 이해시키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인 김성욱 씨가 말했듯 학부모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간제교사에 대해 모른다. 세월호 참사로 기간제교사의 존재가 알려졌지만 그들이 정규교사와 어떻게 같고 다른지는 알지 못한다. 학교에 같이 근무하는 정규교사들도, 심지어 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경험이 적은 기간제교사도 자신들이 당하는 차별에 대해 알지 못한다.

기간제교사는 정규 교사와 마찬가지로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비정규직 교사다. 9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정규 교사들도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정부는 정년을 보장하는 정규교사의 수를 줄이고 그 자리에 해고가 자유로운 비정규직 교사를 채용했다. 이것이 기간제교사가 생겨나게 된 이유다. 즉 정부 정책으로 인해 정규교사로 임용되어야 할 교사들이 기간제교사로 채용된 것이다.

기간제교사는 계속 늘어 지금은 5만 명에 달한다. 전체 교사의 10%가 기간제교사이다. 사립학교에서는 이 비중이 15~20%에 달하기도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외면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간제교사를 더 늘렸다. 지난해 기간제교사는 5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정부가 정규교사의 충원을 최대한 억제하는 기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는 늘 교사가 부족하고 그 빈자리는 기간제교사와 강사들이 메우고 있다.

▲ 이 사진은 글과 무관합니다. ⓒ연합뉴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받다

정규교사든 기간제교사든 하는 일은 똑같다. 교사의 업무는 수업, 수학여행, 수련회 등 교육활동, 행정업무, 교무회의, 연수, 각종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수업은 보통 주 20시간이라 하루에 3~5시간 한다. 그러나 수업을 위한 자료 준비, 수행평가 준비와 실행, 평가 등을 위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1년에 네 번 시험을 본다. 기간제교사도 자기가 맡은 과목에 대해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채점을 한다. 학생이 수업 시간에 나타내는 특성도 파악해서 기록해야 한다.

기간제교사의 절반이 담임을 맡고 있다. 담임을 맡으면 비담임일 때보다 일이 두 배로 더 많다. 담임이 되면 학급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학급 구성원인 학생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한다. 학생들의 고민, 심리 상태, 장래 희망, 교우관계, 건강상태, 부모와의 관계, 학교의 적응 여부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교사에게도 야근은 늘 있다. 중3이나 고3의 경우는 진학지도와 상담을 해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이고 참 어려운 문제이다. 학생 상담을 위한 준비, 학부모 상담을 위한 준비도 일과가 끝나야 할 수 있다.

기간제교사들도 교사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교사로서 자기 연찬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6개월 이상 계약을 한 경우에는 정규교사와 똑같이 60시간의 연수를 들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연수를 찾아 듣기도 한다.

이렇듯 기간제교사는 정규교사와 똑같은 일을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기간제교사와 정규교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은 기간제교사들이 “현실적으로 담임 교사직을 수행하는 등 정규 교원과 별 차이 없이 근무”하는 교육공무원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기간제교사들은 지난 20년 동안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교사가 해야 할 모든 것을 했다. 그러나 기간제교사들은 고용불안과 온갖 차별로 고통 받고 있다.

기간제교사들은 계약제 교원으로서 늘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한 학교에서 4년 이상 연속해 근무할 수 있음에도 (4년 이후 신규 채용의 방식으로 지속적 근무 가능함) 매년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계약 연장을 빌미로 관리자들의 부당한 요구도 거부하기 어려워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뿐인가? 기간제교사들은 수당과 성과급 지급 차별, 퇴직금 불이익, 연가, 출산휴가 등 각종 복지에서 차별로 고통 받고 있다. 또한 많은 기간제교사들이 성희롱·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이 노조의 조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차별에 고통 받던 기간제교사들에게 잠시 희망을 주었던 것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었다. 정부는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원칙을 확립해 무분별한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고 했으나 그 원칙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공공부문 중 가장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교육기관의 정규직 전환률은 10%에 불과하다. 정부는 기간제교사가 상시·지속업무라고 인정하고도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기간제교사들의 희망은 무참히 짓밟혔고, 또다시 매년 1월이면 찬바람을 맞으며 새로 일할 자리를 구해야 한다. 정부는 기간제교사를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면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겠다고 하였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기간제교사를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했을 뿐 아니라 기간제교사들이 이기적인 존재인양 매도했다. 우리는 너무 억울했고 우리의 요구가 정당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은 단지 기간제교사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학생들을 위해서도,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교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투쟁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투쟁을 지속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노동조합을 만들다

기간제교사노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두 차례나 설립신고를 반려 당했다. 두 번째 반려 통지서는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이 되는 날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기간제교사노조가 "계약의 종료 또는 해고되어 구직 중인 기간제교사에 대하여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어, 교원노조법상 교원이 아닌 자, 즉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2조, 노동조합법 2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현재 근무하는 기간제교사만 조합원 자격이 있다는 것은 계약 갱신과 해고를 반복해야 하는 처지인 기간제교사의 단결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노동부 말대로라면 기간제교사들은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노조를 탈퇴했다가 구직이 되면 다시 노조에 가입해야 한다. 정부가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쪼개기 계약조차 해결되지 않아 1년에도 몇 번씩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기간제교사들에게 이것은 현실 불가능한 탁상행정이다.

기간제교사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정부의 이중 잣대다. 지난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두 분의 기간제교사의 순직 인정 요구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기간제교사는 교육공무원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그러나 웃기게도 정부는 지난해 기간제교사들이 노조를 만들어 노조설립 신고를 하자 기간제교사도 교원이라며 교원노조법을 근거로 하여 기간제교사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기간제교사의 권리를 인정해야 할 때는 교육공무원이 아니라고 하더니 기간제교사의 권리를 제한할 때는 교육공무원이라고 하는 정부의 이중잣대로 기간제교사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교육공무원법 2조에는 '교육공무원'이란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교원 및 조교'로 되어 있고, 교육기관은 국립 또는 공립의 학교 또는 기관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국·공립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제교사도 교원이며 교육공무원이다. 하지만 정부기관은 이를 부정한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비록 노동조합의 설립신고가 반려됐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할 일이 참 많다. 노조 할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하고, 정규직화 투쟁도 지속해야 한다. 임용시험을 이유로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요구를 곱게 보지 않는 시각이 많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정부가 조장하는 공정성 논리의 허구를 제대로 짚어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민주노총 가입도 계속 추진 중이다. 전교조가 가입 범위에 기간제교사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가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교육청 등에 기간제교사들이 겪는 차별이 얼마나 부당하며, 그 부당함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처들이 필요한지 요구하고 싸우는 일도 멈출 수 없다.

기간제교사노조의 끈질긴 투쟁으로 만들어 낸 작지만 소중한 성과도 있다. 1급 정교사가 되기 위한 연수인 1정 연수를 기간제교사에게도 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올 여름 방학에는 경남, 광주, 세종, 울산 교육청에서 시행하고, 2020년 1월에는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기간제교사노조는 기간제교사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고, 부당한 일을 당해 홀로 눈물짓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기간제교사들이 단결해서 한목소리로 정부에 맞서 부당한 차별을 폐지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으며 정규직화 투쟁을 쟁취하고자 한다. 또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더 나아가 민주노조 투쟁에 함께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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