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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교가 어떻게 행복한 학생을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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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교가 어떻게 행복한 학생을 키울 수 있을까 [우리도 교사입니다] 평등한 학교를 위해 노조를 만든 교사들

<우리도 교사입니다>(이데아 펴냄)를 읽었다. 책 제목부터 마음이 아팠다. "우리도 교사입니다"라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책의 제목이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들은 엄연히 교사 자격증을 갖고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도 기간제교사들은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의심을 받는다. 임용고시는 교사자격시험이 아니다. 이미 교사자격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 중에서 '국공립학교' 교사를 선발하는 절차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 사회는 이 선발 절차가 마치 자격을 증명하는 것처럼 여기기 때문에 기간제교사가 선생님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을 손쉽게 정당화한다.


교육청과 학교도 알고 있다. 기간제교사들이 열심히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정규교사와 동일하게 담임을 맡기고 행정업무도 하도록 한다. 그런데도 교육청과 학교는 이 선생님들을 차별한다. 언제라도 계약을 만료할 수 있다는 권한을 활용하여 방학 때 임금도 안주려고 쪼개기 계약을 하고, 성과급도 다르게 적용하고, 병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고, 성희롱도 하며 쉽게 해고해왔다. 기간제라는 조건을 통해 교사를 통제할 수 있기에 교육청과 학교는 기간제교사를 계속 늘리고 있다. 현재 기간제교사 5만 명에 달하지만 대부분의 기간제교사들은 이런 불합리한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기간제로 일하는 선생님들의 울분과 고통이 느껴진다. 아니, 평등학교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야 할 학교가, 약자의 지위에 있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차별하고, 학교의 교육을 불평등하게 만드는지를 보게 된다. 좋은 교육을 실천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을 어떻게 압박하는지도 알게 된다. 행정업무의 과잉을 어떻게 돌려막는지, 학교를 어떻게 위계사회로 만들어 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이런 학교가 어떻게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으며, 이런 학교가 어떻게 행복한 학생들을 만들 수 있을까 회의하게 된다.

그런데 이 아수라장의 한 가운데에서도 차별과 고통을 견디며 학생들을 바라보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읽혀진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이런 현실에서 그저 순응하고 '학생들만 바라보고' 참아왔다면 학교가 달라질 희망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사회는 묵묵히 일하는 이들의 수고와 희생을 알아주지 않으며, 그 희생과 수고를 빌미로 나쁜 구조를 계속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박혜성 선생님은 철도민영화에 대해 토론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재계약에서 탈락한다. 최선을 다한 수업 때문에 쫓겨나는 현실을 보며, 개인의 열심보다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세삼 깨닫는다.

그래서 기간제교사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기간제교사들은 세월호에서 숨진 기간제교사들이 순직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아, 내가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선생님하고 나는 똑같은 교사가 아니었구나," "내가 아무리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일을 해도 나는 그냥 일반회사에 다니는 계약직 노동자일 뿐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너무 큰 충격과 실망감, 배신감을 느꼈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한다. 이렇게 현실을 자각하게 된 선생님들이 기간제교사연합회를 거쳐 전국기간제교사 노조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기간제교사노조의 설립신고서는 반려되었다. 평등한 학교를 만들려는 선생님들의 바람을 고용노동부는 손쉽게 내팽개쳤다. 그 이유는 선생님들이 '교원노조법'에 명시된 '교원'이며 따라서 교원이 아닌 자가 포함되어 있으면 그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ILO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배되고, 전교조를 '노조아님'으로 만들었던 그 조항을 기간제교사들에게도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더 심각하다. 전교조는 해직교사가 문제였지만 기간제교사는 존재 자체가 계약과 재계약을 반복하기 때문에 언제고 조합원 중에 교원이 아닌 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기간제교사는 영영 노조를 만들 수 없다. 비정규직의 존재조건을 노조 불승인의 조건으로 삼는 정부, 이 정부가 정말로 '노동을 존중'하고 있는 것인가.

그동안 기간제교사들은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해왔다.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다음 재계약은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의 책임은 교육청에 있지만, 사실상 학교장에게 채용의 권한이 위임되어 있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점차로 자신감 있게 나서는 기간제교사가 많아지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기간제교사의 요구가 학교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국기간제교사노조는 "정규직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자"고 요구한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라도 기간제교사들이 장기적으로 학습계획을 설계하고 학생들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한다. "사범대생들에게도 더 넓은 미래를 주자"고 이야기한다. 이런 요구가 정당하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용기를 내는 것이다.

더 많은 기간제선생님들이 용기를 내면 좋겠다. "기간제교사 노조는 선생님들이 혼자서 몰래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혼자라고 느낄 기간제교사들이 용기를 내어 노조에 가입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기간제교사들의 차별 해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선생님으로서 학교 교육이 더 평등해지는데 앞장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참교육'을 위해 온갖 탄압을 견뎠다. 이제 '평등하교 행복한 교육'을 위해 전국기간제교사노조가 깃발을 들었다. 이 책은 기간제교사노조가 학교에서의 차별을 딛고 어떻게 분투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 활동을 응원한다.

정부는 '노동존중'을 이야기하지만 노동존중은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가 쟁취하는 것이다. 바로 노동조합을 통해서이다. 비록 노조의 설립신고가 반려되었지만 기간제교사노조는 정부의 승인과는 무관하게 노동조합으로서 전체 기간제교사들의 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를 위해서는 이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건은 기간제교사들 스스로가 만들어나갈 것이다. 정부와 교육청이 지금 당장 기간제교사 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이 책을 읽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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