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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교사마저 눈 감으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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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교사마저 눈 감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도 교사입니다] 우리는 왜 함께해야 하는가

제가 경험했었던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제가 2003년 한 중학교에 기간제교사로 재직하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때는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학생들의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우려와 사생활 보호가 그 이유였습니다. 저는 기간제교사였지만 당시 제가 재직하던 학교의 전교조 조합원 선생님들과 어울려 다녔습니다.

어느 날인가, 전교조 교사들을 중심으로 NEIS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을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글로 써서 학생들 편으로 집으로 보내기로 하였고 저도 동참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모든 중학생들이 그것을 그대로 집에 가져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집에 가는 길에 복도에도 버리고 비행기를 접어서 운동장에도 날리고 그랬을 겁니다. 어찌어찌해서 교장, 교감선생님이 아시게 되었나봅니다.

다음날 교감선생님이 교장실로 저를 부르셨고 그 문제의 편지글을 내밀며 사유서를 작성하라고 종용하였습니다. 어쩌면 '기간제교사 주제에...'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가 한 일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유서를 쓰지 않을 용기도 없었습니다. 사유서를 쓰고 나온 저를 한 전교조 선생님께서 보시고 이야기 좀 하자고 하셔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날 교감선생님이 저를 다시 부르시더니 제가 썼던 사유서를 다시 저에게 돌려주시며 보는 앞에서 찢어버리라고 하시더군요. 알고 보니 전교조 선생님들 몇 분이 제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서 교장실에 들어가셨더라구요. 고마움과 연대감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는 같은 교사이자 노동자입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기간제교사는 명백히 교육공무원이라고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에 정규교사가 눈을 감는다면 학생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할 것입니다. 청년 비정규직 비율이 50%가 훌쩍 넘는 현실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될 많은 우리 학생들에게 (또는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라고 가르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불평등과 차별을 가르쳐야 하나요? 공공부문 중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것이 교육부문이라고 합니다. 학교에 대략 40만 명의 비정규직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평등을 배우고 실천해야 할 학교의 모습이라니 안타깝습니다. 기간제교사의 문제는 모든 비정규직의 문제입니다. 학교에서 먼저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합니다.


정규교사가 함께 할 때 기간제교사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기간제교사들은 (더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왠지 모르게 위축되기 쉽습니다. 매년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불합리하게 수업을 더 하고, 더 많은 업무를 맡더라도 이야기하기 어려워합니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더라도 눈치가 보여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학교 관리자들과 일부 몰지각한 정규 교사들은 그런 점을 이용하여 기간제교사들을 업무적으로 혹은 인격적으로 차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식 있는 정규교사들이 함께 연대할 때 그들이 함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규교사가 기간제교사와 함께 연대하여 서로 힘이 되어 주고 친구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 함께 하고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줄 때 힘을 얻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전교조가 2017년 8월 23일 ‘기간제교사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던 것은 정말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정부가 기간제교사를 정규직화 대상에서 손쉽게 제외하는 데 좋은 핑계거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조선>은 9월 5일 바로 '전교조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동의안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전교조와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 했습니다. 현대·기아차에서 볼 수 있듯이 비정규직의 적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바로 그들이 원하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구구절절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순수하지 않습니다. 단순하고 심플하게 '비정규직 차별을 반대한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교조 교사들 중에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지 않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노조는 그 방향과 철학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차별 해결'에 애매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옳지 않습니다. 전교조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옳은 일은 양보 없이, 조건 없이, 일관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김초원, 이지혜 두 기간제 선생님들의 유가족 분들이 순직 인정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압박에 양보하여서 요구수준을 낮췄다면 정부는 그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연대해야 합니다. '노동자는 하나'이고 '너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정규교사가 기간제교사를 지지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결국 정규교사들도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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