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학교가 노동을 차별하고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학교가 노동을 차별하고 있다" [우리도 교사입니다] 정작 낮은 곳에는 쓸모가 없는 노동기본권

아이들과 선생님

지난 봄, 서울교육청 앞에서 열렸던 기간제교사의 노조인정과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을 한 적이 있다. 아마 내가 속해 있는 대리운전노조가 노동기본권 보장을 핵심요구로 싸우고 있었기에 제안이 되었겠지만 나름 다른 의미도 있어 기꺼이 행사에 참여하였다.

집에는 두 아이가 자라고 있는데 부모님이 편찮으신데다가 저녁에는 대리운전하고 낮에는 노조활동 하느라 돌봐줄 겨를이 없었고 아이들을 거의 방목수준으로 키워 왔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별다른 사고 없이 잘 자라주어 공치사인지 몰라도 주위의 부러움도 샀다. 나는 경쟁을 위한 교육은 피하고 싶다는 핑계로 사교육을 시켜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집에서 별다른 교육을 시키지도 않았던 터라 학교교육에 의존하였는데 다행인지 아이들이 나름 잘 자랄 수 있던 데에는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만난 도서지도 선생님의 역할이 컸다. 도서지도 선생님은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 있는 아이의 고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고 아이도 잘 따라 학교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둘째 아이가 진학할 때 형이 다니던 학교로 진학시키려다 말았는데 그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셨는데 기간제교사이셨던 듯하다. 만약에 큰 아이가 그 선생님을 만나지 못해 학교생활이 흔들렸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아쉽다. 나는 기자회견에서 기억을 되새겨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그리고 기간제라는 틀로 왜곡되거나 제약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담담하게 이야기 하였다.

나와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개인적으로 주변에 아직도 둘째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고 친척과 지인들 중에 현직 전직 교사들이 있는데 노조활동을 하면서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우리노조는 서비스연맹 소속인데 학비노조와 방과후강사노조가 있고 사무실 위층에는 전교조가 있고 기간제교사노조는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활동 속에서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 작금의 현실로 볼 때 학교는 요지경이거나 아수라장인 듯하다. 겉으로는 단아해 보이는 학교 안에서 온갖 편법과 부당한 행위 심지어 불법이 횡횡하고 있으며 노동의 가치는 어림도 없이 폄하되고 있으며 차별 받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내전을 겪은 한국사회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발전을 이룩하는 대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공통되게 지적하는 것이 교육이다. 그리고 급속한 사회양극화와 공동체의 해체에 대응하고 급변하는 21세기에 적응하기 위하여 여전히 중요한 것은 교육일 터인데 현실은 거꾸로 거고 있다.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이 총파업 투쟁을 했다. 그들 속에는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안전을 돌보거나 학교 행정을 맡고 있는 다양한 학교비정규직들이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교육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학교노동자들이 왜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고 최저임금의 문턱에서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지 한국사회에 답을 하여야 한다.

아직도 밥하는 아줌마들이 무슨 파업이냐 하는 비아냥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파업투쟁을 하는 이유와 의미를 알리고 학부모들에게 협조를 요청한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가정통신문에서 희망을 본다. 학교 비정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하여 싸우는 것이야 말로 학생들에게는 산교육이고 학생들이 살아갈 한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참교육이지 않을까?

정작 낮은 곳에는 쓸모가 없는 노동기본권

한국의 노동현실에서는 가장 어려운 노동자에게는 오히려 노동기본권이 부정되고 있다. 250만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국가인권위 권고, 대통령의 약속, ILO 권고에도 불구하고 노조 할 권리마저 부정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 할 권리마저 부정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보장 등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오히려 퇴행하고 있으며 희망고문이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희망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나를 알려면 주위를 보듯이 나의 노동과 고민을 헤아리기 위해서,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만들기 위해서 싸우는 게 필요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