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함께 살자' 농성 천막을 차린 자리, 2018년 고 김주중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분향소를 차린 자리, 그리고 1년 3개월 전 노노사정 합의를 이루고 그간 연대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던 자리. 그 대한문에 쌍용차 노동자들이 다시 섰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쌍용차 사측과 기업노조가 1월 복직이 예정되어 있던 대기자 47명의 무기한 휴직에 합의하면서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30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사측과 기업노조가 쌍용차 해고자 복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0년 만에 복직한다는 꿈에 부풀어있던 쌍용차 해고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지부장이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하면서도 끝내 눈물을 보였다.
복직 대기자인 이충대 쌍용차 노동자는 "내년 1월 2일부로 복직된다고 해서 12월 초부터 복직을 준비했다"며 "평택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생활해서 다니던 회사도 그만둔다고 하고 주변 지인한테도 인사하고 하다가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이사 준비를 했고, 복직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짐을 날랐다"고 말했다.
이 씨는 "만날 때마다 아내가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데 아직도 대답을 못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기로 했을 때 심경을 이야기하면 된다고 했는데, 심경도 정신이 돌아와야 생기는 것 같고 지금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역시 복직 대기자였던 김상민 쌍용차 노동자는 "약속을 잘 지키는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못 지키는 아빠가 됐다"며 "멋지게 자동차를 만드는 아빠의 모습을 딸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생계를 위해 다시 이곳저곳 방황해야 하는 떠돌이가 되기 싫다"며 "많은 건 바라지 않고, 가족들 옆에서 가족들 지키며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합의 당사자인 쌍용차지부 제외한 채 노노사정 합의 뒤집을 수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쌍용차 사측과 기업노조가 기존의 사회적 합의를 폐기하고 맺은 복직 대기자에 대한 무기한 휴직 연장 합의가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쌍용차지부, 쌍용차 기업노조, 쌍용차 사측,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18년 9월 쌍용차 해고자 복직에 대한 노노사정 합의를 맺었다. 당시 합의서에는 회사가 2018년 말까지 해고자의 60%, 2019년 상반기까지 나머지 해고자를 복직시키도록 되어 있다. 2019년 상반기 복직자 중 부서를 배치받지 못한 사람은 2019년 7월 1일부터 6개월 무급휴직 후 2019년 말까지 부서 배치를 완료하도록 했다.
이번에 무기한 휴직 연장을 통보받은 복직 대기자 47명은 현재 회사에 무급휴직으로 채용되어 있다. 사측과 기업노조는 지난 24일, 이들에게 부서를 배치하지 않고 '통상임금 70%를 지급하고 휴직 기간을 추후 합의시까지 연장한다'고 합의한 뒤 쌍용차지부에 통보했다.
장병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노노사정 합의는 100% 부서 배치를 전제로 한 것이며 2019년 말 이후 휴직에 대한 조항은 있지도 않다"며 "합의 당사자였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제외한 채 기업노조와 사측의 합의로 노노사정 합의를 휴짓조각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1월 6일 당당하게 출근할 것"
쌍용차 복직 대기자 47명과 복직자들은 24일 이후 수차례 만남을 갖고, 이후 대응에 대해 논의해왔다.
김 지부장은 "24일에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어제까지 당사자와 복직자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한 뒤 "무엇보다도 아직도 방안에 갇혀 나오지도 못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덧붙였다.
김 지부장은 "(복직자들이) 공장 안에서 싸우겠다는 것에 마음을 모아주셨고, 이 자리에서 이후 생기는 모든 일의 책임은 사측에 있음을 선언한다"며 "우리는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1월 6일 평택에 있는 공장으로 꽃다발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출근할 것이니, 꼭 공장 앞으로 많은 분들이 달려와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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