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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들은 왜 야당체제를 보이콧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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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들은 왜 야당체제를 보이콧 했나?" [복지국가SOCIETY] 2013년, '복지국가 정치체제'의 출범은 가능한가? (上)
한국 정치의 '역동적' 변화 - 2040 세대론의 부상과 안철수 현상

한국 정치는 정말 역동적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4.27 재보선, 그리고 10.26 보궐선거의 과정에서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2040 세대론의 부상'과 '안철수 현상'으로 집약되는 새로운 담론적 변화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되, 이러한 역동성의 '배후'에 존재하는 한국 사회·정치의 변화를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시대정신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최근 몇 년의 변화들을 차분하게 되짚어 보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두 차례 보궐선거의 특징

2010년 지방선거는 매우 뜻 깊은 변화를 담고 있다. 그것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다수가 공감하는 것이기에 간략히 적어보면, △첫째, 지역구도의 후퇴 조짐이다. △둘째, 무상급식 정책을 매개로 하는 '보편적 복지국가론'의 부상이다. △셋째, 야권(후보)단일화가 확고한 민심의 방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2011년 4.27 재보선과 10.26 재보선를 통해 새로운 현상이 가시화된다. 이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2040 세대론의 부상'과 '안철수 현상'의 부상이다. 그리고 안철수 현상의 부상을 특히 조중동 언론을 중심으로 '중도층 유권자'의 부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보는 것이 타당할까?

한국 정치에서 정치재편 압박의 '대중적 기원' : 촛불시위

그런데 이러한 최근 한국 정치의 특징은 모두 '정치재편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올바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정치재편'이라는 용어는 단순한 원내의석 변화를 의미하는 정계개편과 달리 '세력재편'과 '가치재편'을 모두 포괄하는 정치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정치사에서 '정치재편'의 사례를 꼽으라면, 85년 2.12 총선을 통한 신민당 돌풍을 들 수 있다. 이 선거를 통해 한국 정치에서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본격화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당 간 통합 문제를 포함하여, 최근 몇 년간 한국 정치를 규정하는 특징은 "25년 만에 찾아온 정치재편기"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볼 때, '정치재편기'의 특징을 강력하게 암시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재편에 대한 대중적 압력의 기원은 2008년에 있었던 촛불시위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촛불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5월~6월의 정당지지율은 그런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표> 2008년 촛불시위가 절정이었던 5월~6월의 정당 지지율 동향

(*범보수 합계 칸의 괄호는 한나라당 지지율, 범진보개혁 합계 칸의 괄호는 민주당 지지율)

위의 여론조사 자료에서, '범보수 정당 합계'는 한나라당+친박연대+자유선진당의 합계이며, '범진보개혁 정당' 합계는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의 지지율 합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정당지지율은 '진보-개혁 세력'(혹은 민주당)이 '범보수 세력'(혹은 한나라당)에게 10% 이상 뒤지고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당시 진보개혁 유권자들이 야당 체제를 '보이콧'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개혁 유권자가 촛불시위 과정에서 '야당체제 보이콧'을 했던 이유

그렇다면, 진보개혁 유권자들이 야당체제를 보이콧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지점을 이해하는 것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정책, 복지국가 담론의 부상, 2040세대론의 부상, 최근 정당 간 통합 흐름, 그리고 심지어 안철수 현상의 부상을 이해하는 것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세력재편'의 필요성 측면과 '가치재편'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세력재편은 야권 난립 구조의 필요성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2008년까지만 해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민주대연합론'이 제기되었다. 이는 '묻지마 단결론'인데, 가치재편을 주목하지 못하는 관점이다. 더욱 중요한 지점은 바로 가치재편의 필요성이었다.

가치재편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즉 진보개혁 유권자들이 기존의 진보정당과 민주당 모두를 보이콧했던 이유는, 민주당의 '시대적 임무'가 끝났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한다.)

즉, 정치지도자 김대중으로 집약되는 구(舊)민주당의 시대적 임무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반독재 민주화투쟁 △둘째, 호남 소외의 극복(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론) △셋째, 냉전적 한반도 질서의 평화적 전환(남북관계 개선)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세 가지 역사적 임무를 구(舊)민주당은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통해 모두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완수했다.

민주당은 시대적 임무를 완성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시대적 임무가 없는 정당'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한마디로 진보개혁 유권자들은 '민주화 이후'의 국면에 해당하는 시대적 변화에 걸맞게 기존 정당들이 '새로운 가치재편'을 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진보개혁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러한 '가치재편'의 욕망은 이후의 여론조사에서 '현상'으로는 다양한 외양을 띄지만, 사실은 일관된 흐름으로 나타나게 된다.

진보개혁 유권자 집단의 '가치재편' 욕망 - '다른 현상'의 '같은 본질'

'가치재편'의 강렬한 열망을 갖고 있으며, 2008년 촛불시위의 주력부대였던 2040세대는 기존의 야당들에게 실망하며, 연말이 되면서 '지지정당 없음'(무당파 층)의 형태로 정치적 퇴각을 하게 된다. 2008년 연말에 있었던 경향신문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경향신문>은 2008년 12월 13일 현대리서치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지지정당 없음'(무당파 층)이 전체 56.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오게 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지지정당 없음'의 세대별 구성인데, 20대가 61.6%였고, 30대가 64.1%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서울지역(62.8%)이 가장 높았다(경향신문, 2008년 12월 16일 보도).

요컨대, 촛불시위 참여자=무당파 층=중도 층은 여론조사 방법으로는 국면에 따라서 '다른 현상'으로 포착되지만, 사실은 동일한 인격체들에 의한 '정치적 가치재편' 욕구를 표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4.27 재보선에서 승리하여 정치적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손학규 대표는 분당 선거 승리의 원인을 본인의 '중도적 색채' 때문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래서 이후 4.27 재보선 직후 한-EU FTA 본회의 통과를 사실상 묵인하고, 희망버스 불참 등의 '중도적' 행보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완전한 착각이었다. 무당파 유권자와 중도 층 유권자는 오히려 '민주당-손학규'의 왼쪽에 위치하며, 더욱 진보적인 정치 욕구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4.27 재보선 이후 지지율 상승을 꾀할 수 있었던 손학규 대표는 이러한 어정쩡한 중도 행보로 인해서, 오히려 '지지율의 경향적 쇠락'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2040 세대론 부상의 실체적 본질 - '가치 중심 계층동맹'의 '한국적' 우회로

이제 10.26 재보선 이후 정치담론인 '2040 세대론'을 살펴보기로 하자. 최근 출판된 <진보세대가 지배한다>(유창오, 폴리테이아)라는 책은 2040 세대론을 본격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유창오는 책을 통해 2040세대는 '양극화 세대'이며, 그렇기 때문에 '계급'이라는 다소 과감한 주장을 한다. 이에 대해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는 서평을 통해 '오버하지 마라'라는 비판을 가한 바 있다.

2040 '세대'는 '계급'일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답변은 '아니오'이다. 그렇다면, 다시 2040 세대론의 부상은 계급과 무관한가? 이에 대한 필자의 답변도 '아니오'이다. 그렇다면 2040 세대론의 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가치 중심 계층동맹론'의 '한국적 우회로'라고 볼 수 있다.

◆ 한국의 '복지국가론'이 '계급론'이 아닌 '세대론'으로 등장하는 이유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한국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복지국가론'이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 등의 복지국가론의 확대 과정을 보면, 대체로 '노동계층'의 정치적 부상이 함께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라마다 구체적 상황은 달랐지만 그 내용은 동일하다.

스웨덴 사민당과 영국 노동당, 그리고 독일 사민당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이다. 그리고 심지어 미국의 경우도, 1933년 집권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의 실질적 내용은 농민들의 소득증대와 노동3권 보장(와그너법의 제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뉴딜정책을 통한 노동 친화적 정책의 실현을 통해, 현대 미국 노조 운동의 근간을 이루게 되는 CIO(산업별 노동조합회의)가 반(半)숙련-미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1938년에 출범하기도 한다.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한 '세대 간 정치 분단 현상'

그런데, 왜 한국에서 복지국가론의 부상은 '계급'이 부상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론'이 먼저 부상하는 현상을 보일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한국 노동세력의 취약함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조직노동 세력은 사회적 영향력-자영업자-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로부터 공감의 확장에 실패하고 있다. 즉, 시민사회 토대와 정치적 토대가 매우 취약한 셈이다.

둘째, 한국전쟁과 박정희식 경제성장으로 인한 '체험 동맹' 때문이다. 특히나 이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냉전체제는 미국-일본-남한을 한축으로 했고, 소련-중국-북한을 한축으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전쟁'을 통해 약 500만 명의 사상자를 내게 된다.

한국전쟁을 체험한 세대의 입장에서, 반북(反北) 정서를 갖는 것은 매우 강렬한 것이며, 동시에 매우 '근거 있는' 것이다. 요컨대, 조선일보의 안보상업주의가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 민중들의 한국전쟁의 체험이 '선행'하는 것이다. 안보상업주의는 역사적 낙후성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여전히 경험적 하부 토대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는 박정희식 경제성장의 체험 역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이에 대한 대안적 접근은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될 것이다).

본디 '양극화의 심화'를 해소하기 위한 '복지국가의 건설'은 압도적 다수 서민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과 박정희식 경제성장에 대한 '집단적 체험'을 갖고 있는 50대 이상의 세대의 입장에서, 야권이 주장하는 복지국가론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가설'에 불과할 뿐이다. 즉, 세대간 '정치 분단' 현상이 존재하는 셈이다.

'복지국가 정치체제론'의 관점에서, 세대론의 '유통기한'이 한시적인 이유

마치 카멜레온처럼 2040세대는 정치적 외양을 변화시키고 있다. 때로는 촛불시위대로, 때로는 무당파 층으로, 때로는 중도 층으로. 그러나 이들을 갖고 있는 근본적 정치적 욕구는 '가치재편의 욕구'이다. 그 가치의 핵심은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강렬한 지지에서 드러났듯이 양극화의 극복과 그 실현가능한 대안, 즉 '복지국가론'에 대한 정치적 열망이다.

그렇게 볼 때, 이들 2040세대는 '가치 중심 세대연합군'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는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도 기본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세대'는 여전히 '계급'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양자의 가장 큰 차이는 지속성과 안정성이란 지점에서 드러난다. 왜냐하면, 세대적 개념은 본질적으로 문화적-역사적으로 구성된 '다중'의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동질감만큼 이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볼 때, 2012년 총선과 대선은 물론이고 2013년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서도, 여전히 보편적 복지 정책(즉, 복지동맹)을 매개로 하는 '중산층-서민층'의 계층동맹을 기본적인 정치 전략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즉, 복지국가 정치체제를 위한 '가치 중심 계층동맹론'이 야권의 기본적인 정치노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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