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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법적 횡포' 5.24 조치, 새 국회가 중단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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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초법적 횡포' 5.24 조치, 새 국회가 중단시켜야 [평화에 투표하자] 원천적 한계 드러낸 MB의 대북제재
이른바 '5.24 대북조치'가 벌써 2년이 지났다.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 교역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신규투자 불허라는 5.24 조치는 '과격'했다. 남북 간의 기존 합의서는 물론 국내 법률, 그리고 국제법까지 무시하는 조치였다.

국제해양법상 선박의 무해(無害)한 운항은 제한될 수 없다. 그것이 특정 국가의 영해라고 해도, 또 설사 휴전 상태라고 해도 상대국에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 운항은 만국 공통의 권리로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5.24 조치는 북한 선박의 운항과 입항을 전면 금지하였다.

이는 또한 '남북 해운합의서(2004년)'에도 배치된다. 남북 해운합의서는 "쌍방간의 해상항로를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민족내부의 항로로 인정한다"(제4조 1항)고 규정하고 있고, 이 합의서의 수정·보충합의서에서는 제주해협의 통과노선이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해운합의서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의 동의까지 받은 것이다. 그 법률상 국회 동의를 받은 남북 합의를 유보하기 위해서는 다시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행정부 단독으로 취해졌다.

남북 교역 중단과 우리 국민 방북 불허는 관련 기본법인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남북의 경제 교류, 일반 국민의 방북은 원칙적으로 국민의 기본적 자유에 해당할 것이다. 다만, 국가안보, 신변안전 등의 이유로 예외적으로 금지하여 왔다고 할 수 있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로 그러한 금지를 풀어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5.24조치는 남북 교역을 원천적으로 중단하고 방북을 전면 불허함으로써 상황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이전 상태로 되돌려 버렸다. 즉 행정부의 조치로 법률을 개폐해 버린 것이다.

이처럼 5.24 조치는 법률을 상회하는 파격적인 것인데도 통일부 장관에 의해 일개 행정처분의 하나로 발효됐다. 아니, 대통령의 담화에 뒤이은 것이므로 대통령의 조치라고 할 수도 있다. 하여튼 놀라운 발상이었다. 모든 행정처분은 법률에 따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수행돼야지 이렇게 법률을 무시하고 또 개폐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지난해 6월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11주년을 맞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6·15 공동실천남측위원회가 통일부의 방북 불허에 대한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런 차원의 행정조치가 합법적이려면 대통령의 긴급조치 형식으로 발동됐어야 한다. 대통령은 "내우·외환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경우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 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법률적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헌법 제76조 제1항)." 그러나 그 경우에도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 승인을 얻지 못하면 그 처분이나 명령은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제3항).

천안함 사태가 내우·외환에 준하는 위기를 초래했나? 5.24조치는 과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였나?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혹은 긴급명령권 차원에서 생각해 봐도 5.24조치의 타당성은 의심스럽다. 게다가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

혹자는 이에 대하여 '통치행위론'을 거론한다. 법적인 차원을 넘는 국가 원수의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치행위론은 권위주의의 잔재, 법치주의의 파괴라는 차원에서 비판이 많다. 주지하듯이 우리 사법부는 김대중 대통령 당시 제1차 정상회담에 수반된 대북송금조차 통치행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실무주역들은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었다. 남북 정상 간에 특별히 비공개로 하기로 한 부분까지 사법심사를 할 수 있다면, 단지 남한의 내부적인 조치에 법을 초월하는 '통치행위'라는 특권을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는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에서, 또 공개적인 법절차를 밟기 어려운 경우에 통치행위를 생각할 여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5.24 조치는 그와는 거리가 멀다. 5.24조치는 새로운 입법, 혹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등 얼마든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여 수행될 수 있는 것이었다. 대통령과 통일부장관은 오히려 그러한 합법적인 방법을 무시하고, 5.24조치라는 '초법률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는 법치주의에 대한 공개적이고 의도적인 도발에 가까운 것이었다.

천안함 사태는 비상한 사건이었지만, 그것으로 우리 안보 상황이 비상한 상황으로 빠진 것은 아니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서 볼 수 있듯이, 천안함 침몰의 실체적 진실은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못했고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을 부인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전면 단절시키는 것과 같은 '공격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과연 '국가의 안위를 위한 통치'였는지는 극히 의문이다. 오히려 비상한 상황을 '연출'하여 국민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오히려 가중시킨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5.24 대북 조치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차라리 북한에 대한 응징 혹은 경제 제재를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그것도 실효적인 결과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조차 의문이다. 북한은 남한과의 교역 중단에 따른 피해를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함으로써 보충해 나갔다. 경제제재의 효과는 미미했다. 반대로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아주 나쁘게 말하자면, 이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비장한 표정과 어조로 5.24조치를 지시한 것은 결국, 천안함 사태에서 나타난 무능과 무책임으로부터 국내 여론을 돌리기 위하여 단지 반북(反北)의 이데올로기에 호소한 것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5.24 대북조치는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개성공단을 어찌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는 2011년 12월 말 기준으로 우리 기업 123개가 가동하고 있으며, 2005년 이후 2011년까지 누적 생산액이 15억 달러를 넘고 있다. 또한 북한의 노동자도 5만 명에 달한다. 흥미로운 건 5.24 조치 이후에도 개성공단의 생산과 고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침내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의 신규 설비 반출을 허용하고, 북한 근로자 공급을 늘리기 위한 남북 당국 실무회담을 추진하기로 해 5.24조치는 그 핵심에서 이미 철회되고 있다.

이렇듯 개성공단은 남북 관계의 뚜렷한 성공 모델이며, 한반도 해법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북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서로 삶이 잇닿아 있고 서로가 상대를 필요로 하는 관계 이상으로 한반도 평화와 긴장완화를 위하여 더 좋은 것이 무엇일까? 그러나 5.24 조치는 바로 그러한 해법을 마다하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의 길로 가는 것이었다. 5.24조치로써 북한을 고립화시키고,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참으로 어리석다 아니할 수 없다.

이제 국회가 새로 개원했다. 남북 관계는 기로에 섰다. 북한에 권력승계가 있었고, 한반도의 정세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는 북한만 탓하고 있지만, 실제 도리어 우리 쪽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는 일도 적지 않다. 5.24 대북조치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5.24조치는 행정부가 입법의 영역에 무단히 침범한 월권적이고 초법적인 조치로서 일종의 '횡포'였다. 국회가 그것을 그대로 묵과한다면 이는 입법부로서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국회는 5.24 조치의 무효를 선언하는 결의안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의 월권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와 같은 5.24 조치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은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비롯하여 남북의 경제교류와 협력의 제도화는 모든 이들의 필요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지난 해 이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상징적 제스처를 보여준 바도 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5.24 조치와 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그리고 무단히 남북의 경제협력을 저해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 등에 피해가 야기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다. 행정부의 월권적 조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사후적으로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하고, 손해배상이 안된다면 손실보상, 손실보상도 어렵다면 최소한 경협 보험의 차원에서라도 남북 경제협력를 안정화시켜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남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우리가 해서는 안되는 것은 무엇인지 정치인들 모두 돌이켜 볼 때다.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올해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벌어지는 긴장 고조 행위를 감시하고, 올바른 대외전략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평화에 투표하자' 시리즈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필자로 나서는 이 연재에서는 현안에 대한 대응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외교·안보 쟁점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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