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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논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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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논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라 [데스크 칼럼] 미봉책 아닌 파격적 접근 모색해야
지금은 극우 논객으로 유명한 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이 한때는 진보 월간지 <말>에 종종 기고를 했었다. 어떤 이들은 믿기 힘들겠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1990년대 초중반 내내 지 소장은 진보·개혁 진영도 경청할만한 주장을 자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립한 아태평화재단 행사에도 초대됐다. 네이버 검색만 해봐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런 '과거사' 때문에, 지 소장은 다른 극우인사로부터 비난도 받았다. 물론, 말 그대로 '과거사'일 뿐이다. 1990년대의 지만원과 2000년대의 지만원은 아예 다른 사람이다.

지만원 "점진적 군비 축소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지 소장의 과거 주장 가운데 대표적인 게 '파격적 군축론'이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남북한이 서로 총을 겨눈 상태에서 평화란 허구일 뿐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의 전제 조건은 군축이다. 남북한이 모두 '자신을 방어하기엔 충분하지만, 상대를 공격하기엔 부족한' 수준으로 군사력 규모를 줄여야 한다. 이런 군축 작업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파격적'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여기서 인상적인 대목은 군축은 '파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1996년에 출간된 지 소장의 저서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에는 그 이유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군축 반대론자들은 어떻게 100만선에서 10만선으로 감축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신뢰를 쌓아 가면서 점차적으로 줄여 가야 할 것이 아니냐고 한다. 우선 협상을 통해 100만에서 70만으로 줄여 보고, 신뢰가 생기면 다시 협상을 통하여 70만에서 50만으로 줄이고, 또 신뢰가 생기면 협상을 통해 30만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 이는 보이기는 그럴듯해도 비현실적이다. 100만으로 싸우는 방법과 70만으로 싸우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 (…) 부대 배치가 바뀌고, 부대 시설이 이전되고, 전투 진지가 새로운 곳에 구축돼야 한다. 이는 엄청난 시설 투자비를 의미한다. 전략, 전술, 교리에도 엄청난 혼란이 온다. (…) 100만에서 70만으로 바뀔 때 이런 일을 해야 한다. 70만에서 50만으로 바뀔 때에도 이와 똑같은 종류의 일을 반복해야 한다. 엄청난 투자가 또다시 반복돼야 한다. (…) 100만에서 70만으로 줄일 때에는, (…) 70만으로 고정된다면 모든 방어 진지와 부대 시설이 영구 시설로 건설될 것이다. 그러나 70만은 몇 년 후 협상 결과에 따라 또다시 50만으로 줄어들지 모른다. (…) 따라서 차이가 나는 20만을 위한 시설물을 영구 시설로 지을지, 임시 시설로 지을지 난감해질 것이다.

(…) 따라서 시행은 단계적으로 해야 하지만 군축 목표는 단 한 번의 협상에 의해 10만이면 10만, 15만이면 15만으로 확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5년 내에 10만 군축을 달성한다는 것을 목표로 정하는 것이다. 10만을 목표로 연도별 감축 계획을 유엔에 제출한 후, 유엔 감시 하에 병력을 단계적으로 줄여가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점진적 군축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평화를 위해 군축을 할 의지가 있다면,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해놓고 파격적으로 진행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것.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일일이 푸는 것보다 아예 끊어버리는 게 현명한 방법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지 소장의 과거 주장이 모두 타당한 것은 아니지만, '점진적 해법이 꼭 더 현실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선별→보편→선별→?'… 춤추는 정책 목표, 혼란스런 행정 현장

주장의 당사자조차 이젠 기억에서 지워버린 듯한 이야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최근 만 0~2세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드러내서 논란을 불렀다.

0~2세 전면 무상보육은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올해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재정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채 진행된 정책은 도입과 동시에 삐걱대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3일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벌가의 아들과 손자에게도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는 것이 공정한 사회에 맞느냐"라며 현행 방식을 선별적 지원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리고 일주일 사이, 논란은 폭발적으로 끓어올랐고, 결국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어도 올해는 보육서비스가 그대로 제공되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처럼 보육 영역에서 도입된 보편적 복지 서비스가 내년 이후를 기약할 수 없다는 말이다.

돈의 규모에 따라 돈 쓰는 '개념'이 달라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앞서 지 소장이 설명한 것처럼 병력 규모가 달라지면, 인프라와 전략 개념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돈을 쓰는 문제 역시 다를 게 없다. 규모에 따라 개념이 바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돈을 쓰는 방식도 다르다. 정부 재정이 많이 투입되는 분야와 적게 투입되는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보편적 복지 수준의 재정 지출에 어울리는 제도와 문화가 있고, 선별적 복지 수준에 어울리는 제도와 문화가 따로 있다. 예컨대 선별적 복지에선 복지 수혜 대상자를 선별하는 작업에 많은 행정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반면 보편적 복지에선 이런 작업이 필요 없다. 선별 작업에 투입한 인력을 다른 분야에 투입하게 된다.

또 선별적 복지를 택하는 순간, 복지 비용을 내는 측이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김동연 차관이 언급한 재벌가 자제들이 그런 경우다. 이들 입장에선 보육을 위해 내는 세금이 자신들과 아무런 관계 없는 곳에 쓰는 돈인 셈이다다. 따라서 이들은 무상보육을 축소하는 쪽으로 압력을 넣게 된다. 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이런 압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보편적 복지를 택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보편적 복지가 견고하게 작동한다면, 부유층은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라도 전체 복지 서비스의 질에 관심을 두게 된다. 세금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든다.

복지 실무자 입장에서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사이에는 이처럼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선별에서 보편으로, 다시 선별로 널뛰듯 정책 기조를 바꾼다면, 정책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마치 지 소장이 뚜렷한 목표 없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군축이 혼란과 낭비를 낳으리라고 한 것과 비슷한 원리다.

MB표 무상보육, 혜택은 어린이집 운영자가 누린다

그렇다면, 이왕 보편적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으니 그대로 밀어붙여야 하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책 목표의 혼선을 막는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단서가 필요하다. 보편적 복지를 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투입된 재정에 대한 검증 장치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낭비의 규모도 덩달아 커진다. 보편적 복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재정 낭비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지출 구조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대목이 비어 있다.

현행 무상보육 정책은 정부가 어린이집 이용비용을 대신 내주는 방식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가 '아이사랑카드'로 보육료를 결제하면, 정부 지원금이 어린이집에 입금된다. 또 '공공형 어린이집' 사업의 경우, 이름 때문에 공립 어린이집으로 착각하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부가 민간 어린이집을 선정해서 운영비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자율형 어린이집'은 보육료 수납한도액의 1.5배 범위 내에서 어린이집이 자체적으로 보육료를 정할 수 있다. 굳이 '자율형'이 아니어도 상당수 어린이집이 부모들에게 특별활동비를 따로 걷는다. 이 정도만 살펴도, 어린이집 운영자가 누리는 혜택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다. 실제로 정부가 무상보육 정책을 내놓은 이후, 동네 곳곳에 민간 어린이집이 새로 들어선 것을 볼 수 있다.

경리로 잔뼈 굵은 MB, 나랏돈은 왜 이리 허투루 쓰나

그러나 정부 지원을 받는 어린이집에 대한 공공의 감시는 놀라울 정도로 느슨하다. 어린이 집 운영자가 정부 지원금을 사적으로 쓴 사례, 보육교사를 허위로 등록한 뒤 정부 지원금을 착복한 사례,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쓰거나 심지어 아이들을 학대하는 등의 사례가 언론 보도를 통해 쏟아졌지만, 부실 어린이집이 실제로 퇴출된 경우는 찾기 힘들다. 반면,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5년부터 운영하는 '어린이집 평가 인증' 제도는 느슨하기만 하다. 중도 포기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인증 통과율이 93%에 달한다. 게다가 '평가 인증'을 받는 게 필수도 아니다. 어린이집 운영자를 위한 당근은 수북한데, 채찍은 없다 시피하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런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업가 정부'를 표방한 셈인데, 이렇게 돈을 허투루 쓰는 기업은 세상에 없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경리업무로 잔뼈가 굵은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중소기업에선 내부 감사 부서를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부정행위로 새나가는 돈보다 감사 인력을 운영하는 비용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또 조직 규모가 작아서 부정을 감시하기도 쉽다. 하지만 대기업에선 감사 부서가 필요하다. 부정으로 새나가는 돈에 비하면 감사 인력 운영비용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정부가 복지를 강화하기로 했다면, 이는 복지 재정의 규모가 중소기업 수준에서 대기업 수준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따라서 운용방식도 대기업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정부 지원금을 착복하는 게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무상보육 예산을 늘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효과는 일시적이고, 다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사학 개혁 없는 '반값 등록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어린이집도 마찬가지

이런 점은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 대통령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게다. 그런데 이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하는 지금의 지출구조에 대해선 왜 아무런 말이 없을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는 집단이 자신들이 영향력을 이용해 공공의 통제를 벗어났을 가능성이다.

등록금 문제가 이런 경우에 가깝다. 지나치게 비싼 등록금 문제가 한창 쟁점이 됐을 당시, '반값 등록금'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지원해서 등록금을 낮추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역시 단서가 필요하다. 사립학교 개혁이다. 사학이 지금처럼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선 정부 지원이 제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정부가 지원금을 늘려도 사학은 엉뚱한 데 써버리고 다시 등록금을 올리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 주장이 실효성을 지니려면, '사학 개혁' 주장이 함께 나와야 한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 주장이 힘을 얻었을 때도 '사학 개혁' 목소리는 미미했다. 사학 재단과 결탁한 보수 정치인, 보수 언론, 보수 종교계 등이 가진 힘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사학 개혁 시도는 이들의 저항으로 물거품이 됐다. 그렇다면, 정부 지원금을 받는 어린이집에 대한 허술한 통제 역시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사학 문제와 어린이집 문제는 닮은 점이 많다. 허술한 설립요건, 국민 세금이 투입되지만 공공의 감시에선 벗어나 있는 구조 등이 그렇다.

그러나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사학 재단 이사장들만큼의 힘을 가졌다고 보기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군축이 파격적이어야 하듯, 복지 확대도 파격적으로

그래서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말 0~2세 전면 무상보육을 지시한 것 자체가 정략적이고, 즉흥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정치권 전체가 '좌클릭'하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설명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은 어차피 진심으로 보편적 복지를 할 생각이 없었던 게다. 누가 뭐래도 이 대통령은 돈을 아는 사람이다. 그가 제대로 복지 예산을 쓸 생각이었다면, 지출 구조를 이토록 허술하게 방치하지 않았을 게다.

글머리에서 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의 과거 주장을 소개했다. 지 소장은 '파격적 군축'을 주장하던 1990년대에도 박정희를 존경하고 미국을 숭상하던 보수 인사였다. 그렇다면, 지금 박정희를 존경하고 미국을 숭상하는 보수 인사 가운데서 '1990년대의 지만원'과 같은 사람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 소장은 '군비 축소를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런 논리는 복지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 복지 확대 역시 '점진적 추진'이 오히려 비현실적일 수 있다. 군축과 마찬가지로, 복지 확대 역시 매 단계마다 만만치 않은 저항을 겪을 수 있다. 민간 어린이집과 같은 복지 서비스 제공자부터 복지 확대로 시장을 잃게될 보험업계까지. 뚜렷한 청사진 없이 이해관계를 조율하다보면, 자칫 목소리 큰 세력에게 휘둘리기 십상이다.

어차피 망가질 모델 고쳐 쓰느니, 비용 더 들여서라도 안정된 모델 찾자

아예 새로운 판을 짜는 파격적 접근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국가가 어린이집 운영자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현행 방식은, 국공립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육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사회복지 서비스를 민간에 맡기고, 이를 이용하기 위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의 복지 체제는 한계가 뚜렷하다. 유럽에서 이런 방식의 복지 체제를 택한 나라들은 지금 진행되는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무너져가고 있다. 반면, 북유럽처럼 공공 부문이 직접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체제는 위기 속에서도 견고한 모습이다.

보육을 예로 든다면, 민간 어린이집에 의존하는 모델에선 정부 지원금이 엉뚱하게 새는 것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 또 이런 모델에선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좋은 노동조건을 제공해야 할 유인이 약하다. 교사 임금을 깎고,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여야 어린이집 운영자가 돈을 번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은 이런 문제에서 대체로 자유롭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늘어난다는 것은 양질의 고용이 증가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복지를 아예 포기한다면 모를까, 하려면 제대로 하는 게 옳다. 준비 안 된 '무상보육'이 위기를 맞은 지금, 우선 급한 일은 민간 어린이집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야 늘어난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민간에 의존하는 복지가 위기를 맞은 지금, 다른 한편에서 필요한 건 보다 파격적인 접근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늘려서 좋은 일자리와 안정된 보육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어차피 망가질 모델을 적당히 고쳐서 쓰는 것보다는 조금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정적인 모델을 찾는 게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말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푸는 게 아니라 자르는 게 해법

마침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10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파격적인 민생 대책은 대부분 보수 진영이 내놨다. 건강보험 도입, 고교 평준화, 과외 금지 등이 그런 경우다. 진보 진영이 서민의 삶에 무관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예 판을 갈아엎은 식의 해법은 힘을 가진 측에서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힘은 늘 보수 진영이 쥐고 있었다. 박 전 위원장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보수 진영은 다시 크고 날카로운 칼을 쥐게 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일일이 푸는 대신 칼로 잘라버리는 파격적 해법을 내놨듯, 박 전 위원장도 복지 논쟁의 판을 새로 짜는 파격적 해법을 내놨으면 하는 바람이다.

▲ 어린이집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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