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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론적 관점에서 섭렵한 고전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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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관계론적 관점에서 섭렵한 고전강의 신영복 고전강독<163> 제13강 강의를 마치며-17
5) 고전강독의 정리

우리는 지금까지 관계론(關係論)의 관점을 가지고 고전을 섭렵하였습니다.

‘시경’의 풍(風)과 ‘서경’의 무일(無逸)사상에서는 개인의 고뇌와 아픔에 대하여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뇌와 아픔이란 개인과 사회, 개인과 시대가 엮어내는 갈등과 긴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뇌와 아픔은 주체와 조건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존재조건이며 어쩌면 모든 주체의 자기확인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고뇌와 아픔에 대하여 보다 열린 생각을 키워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산다는 것이 아픔이라는 사실입니다. ‘상처란 산 자가 걸치는 옷’이라는 달관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고뇌와 아픔이란 그것을 회피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조건임을 자각하는 것이 정직한 대응방식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회피하기보다는 몸소 겪어가는 1인칭의 공유(共有)가 가장 정직한 대응방식이라는 것을 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인칭의 공유란 주체와 그 주체의 존재조건 사이에 이루어지는 적극적 관계건설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그것은 관계론적 대응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초사’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갈등과 모순에 대하여 읽었습니다. 주관적 이상과 객관적 현실이 빚어내는 모순과 갈등은 ‘시경’과 ‘서경’에서 읽었던 존재조건 그 자체의 아픔과 고뇌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목표와 수단의 관계로 대치하여 그 차원을 격하시키기보다는 그것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에 주목하자고 하였습니다.

현실의 이상화와 이상의 현실화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고, 목표를 높은 단계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수단을 낮은 단계의 목표로 위치 규정하는 관계론적 사고가 올바른 대응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다른 것끼리의 대립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올바른 대응이란 언제나 그것이 맺고 있는 관계를 발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역’에서는 동양학의 기본적 사유구조(思惟構造)로서의 관계론적 인식틀을 확인하였습니다. 득위(得位), 응(應), 비(比) 등 사물(事物)과 사건(事件)과 사태(事態) 나아가 ‘세계의 변화’를 읽는 관계론적 사유구조를 확인하였습니다.

‘논어’는 기본적으로 인간관계에 관한 담론으로 읽었습니다. ‘논어’의 중심개념인 인(仁)은 인간관계 그 자체였으며 바로 그러한 점에서 인(仁)은 관계론적 개념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논어’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관계론은 두 개념을 나란히 놓음으로서 서로를 드러내는 대비(對比)방식이 바로 관계론적 구조라는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두개의 개념이나 사물을 나란히 대비시킨다는 것은 그 둘을 ‘관계시키는’ ‘짝짓기’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계론적 대응방식은 ‘학(學)과 습(習)’, ‘지(知)와 우(愚)’, ‘화(和)와 동(同)’, ‘문(文)과 질(質)’ 등 도처에서 발견될 수 있었습니다.

‘맹자’는 공자의 ‘인(仁)’이 사회화되어 ‘의(義)’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의(義)는 ‘인로(人路)’이며 그 자체로서 사회성을 담고 있는 것임을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여민락장(與民樂章)과 곡속장(觳觫章)의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그리고 화살을 만드는 사람과 방패를 만드는 사람의 대비는 삶과 사상에 대한 관계론적 관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관계론의 지평을 훨씬 넓혀주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노자’와 ‘장자’에서는 관계론이 최대의 범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노자와 장자는 자연(自然)을 최고의 도(道), 유일한 도(道)의 자리에 올려놓습니다. 자연이라는 최고의 개념으로 사회와 인간을 포용하는 구조입니다. 노자와 장자의 관계론은 그런 의미에서 관계론의 외연(外延)을 최대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민초(民草)의 철학, 약한 자의 철학으로서 물의 철학을 전개하였습니다. 물처럼 도에 순응함으로써 그리고 무위(無爲)로써 무불위(無不爲)하는 유연한 관계론을 개진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무위(無爲)와 무불위(無佛爲)의 관계, 무(無)와 유(有)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관계론의 폭을 심화하였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묵자’ ‘순자’ ‘한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묵자의 겸애(兼愛)와 교리(交利) 역시 인간관계에 관한 담론이며 순자의 교육론과 능동적 주체성 역시 인간주의의 선언입니다.

가장 비정한 이론으로 일컬어지는 한비자의 법가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법가사상은 변혁사상이며 혁명의 사상입니다. 그리고 혁명은 최고의 실천적 휴머니즘이라는 주장을 수긍한다면 오히려 법가사상에서 최고의 인간주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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