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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국방장관, 당신들부터 법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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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국방장관, 당신들부터 법을 지켜라" 김지태 대추리 이장이 보내는 공개편지
지난 4일 이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은 군과 경찰의 통제 아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민들의 투쟁을 두고 국방부는 "군형법으로 다스리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외부 불순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지태 대추리 이장이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이 편지에서 김 이장은 정부와 국방부는 대추리 주민들을 '불법행위자'로 몰아세우기 전에 스스로 저지른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고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공개편지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편집자>

국방부와 정부는 먼저 법을 지키지 않는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십시오.

정부와 국방부가 법을 지키지 않은 불법행위들을 열거합니다.

○ 지난 2004년 8월 20일 주한 미군기지 이전추진기획단은 평택시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때 팽성 수용예정 지역 및 인근 마을 이장들은 의회를 방문하여 의장과 부의장이 함께 한 자리에서 면담을 하였고 설명회를 듣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의장단에서는 '이미 결정된 일이라 설명회는 듣겠다. 대신 건물 앞에서 항의하는 피켓시위는 인정하고 막지 않겠다'라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면담에 참여한 주민들은 의회 현관 앞과 베란다 밑에서 피켓시위를 했는데, 국방부는 이를 미신고 불법시위라 하며 주민들을 입건하고 사법처리했습니다.

○ 그 후 2004년 11월 4일과 5일 국방부에서는 미군기지 예정지 경계 확인을 한다며 마을로 들어왔습니다. 주민들은 국방부에 불법침입을 취소하라고 하였고, 경찰에는 국방부에서 사유재산을 침탈하니 주민의 재산과 안전을 적극 보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시 국방부는 평택시로부터 "해당지역(수용예정지역) 출입승인" 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국방부 출입에 대한 분명한 거부의사 전달 / 출입승인 없음'을 이유로 주민들은 경계확인을 위한 국방부 출입을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당일 국방부는 수천의 경찰병력을 대동하고 주민 사유지를 강제로 침입하였고 이를 저지하는 주민들을 숱하게 구타하고 연행했습니다.

○ 2005년 봄에는 3개 수탁기관(토지공사, 주택공사, 한국감정원)에서 지장물 조사를 나왔습니다. 주민들은 이들 기관에게 지장물 조사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조사를 진행하고 싶으면 희망자의 토지 및 건물에 한하여 하라'고 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묵살하고 전 농지와 마을을 돌아다니며 강제조사를 했고, 경찰병력을 동원해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억압했습니다.

○ 2005년 8월 27일, 대추분교 운동장에서 갑자기 기지이전 설명회를 한다고 당일 아침 8시 30분에 평택시청에서 전화를 해 왔습니다. '거부하겠다' 는 의사를 밝혔으나 국방부는 마을에 강제로 들어왔습니다.

주민들이 경찰병력의 대추분교 집입을 막아서자 폭력으로 주민들을 밀어낸 후 대문을 절단기로 자르고 운동장에 강제로 들어왔습니다. 대추분교 점유자는 두레풍물보존회였고 실질적 점유자는 대추리 주민입니다. 점유자로부터 어떠한 승인도 받지 않은 국방부는 오히려 분교 정문을 강제로 훼손하고 들어왔으며 이때 저항하는 주민들을 향해 '저 인간 손가락을 잘라버려'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을 폭행하고 심지어는 70이 넘은 할머니마저 연행하려 했습니다. 연행하는 도중 할머니께서 실신하였고 이를 목격한 할머니의 남편이 경찰에 항의하자 그 남편을 연행하는 만행마저 저질렀습니다.

▲ 김지태 대추리 이장 ⓒ 프레시안


○ 2005년 7월, 분교 운동장에 아이들과 함께 돌탑을 쌓으려고 갖다놓은 돌을 경찰이 양해도 없이 실어갔습니다. 돌을 실어가지 못하도록 주민들이 항의하자, 전경과 수십 명의 사복경찰을 동원하여 주민들을 폭행했습니다.

이때 사전양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후 훔쳐간 돌을 돌려받기는 했지만 사유지에 들어와 사유물을 가져간 것, 주민들을 폭행한 것, 이것은 명백한 절도행각, 강도행각입니다.

이상과 같은 과정에서 국방부는 법과 원칙을 지키기기보다는 수시로 자신들의 폭력성을 주민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국방부 앞에는 법이고 원칙이고 없는 것입니까? 그러니 아예 덤빌 생각 말라는 식의 행위로 협박하는 것입니까?

그러나 주민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인내하고 국방부가 계획을 중단하기를 기다려 왔습니다.

○ 2005년 7월10일을 비롯해 제2차 평화대행진, 그 외 다수 집회에서도 국방부는 폭력적 행위를 계속해 왔습니다.

7월 10일 1차 평화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은 분교 운동장에서 집회를가진 후 철조망 주변 행진과 인간띠 잇기로 행사를 마감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는 집회신고도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만 명도 넘는 병력을 동원하여 아예 행진 자체를 못하게 했고 그로 인해 결국 충돌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충돌을 유발시킨 경찰과 국방부는 제외한 채 주민 및 범대위측만 폭력집회로 몰아세웠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중무장을 해도 국가의 장비를 당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수의 국민이 다쳐도 정부 측은 자기들이 더 다쳤다고 발표하면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제발 폭력과 부상자가 생기지 않게 조치하기를 요구합니다.

한 쪽은 철조망을 쳐놓은(민간인이 다닐 수 없는) 명목상 군사보호지역, 한 쪽은 경찰병력 그리고 아예 전경 차랑 3대로 사람도 못 지나가게 막아놓는 도로, 그 안에 있던 축사에서 불이 났습니다. 그것도 비오는 날, 전기도 안 들어오는 축사에 말입니다. 이를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요?

그리고 화재 현장에 달려가는 주민을 차단하여 축사가 다 타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발만 동동 구르게 만든 국가는 또 무엇인가요?

심지어 소방차 진입까지 10분 이상 지연시켜 건초더미를 완전히 소각시켰습니다. 대체 당신들이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요?

그런데 놀랍게도 주민들은 어떠한 폭력도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은 혹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서 주민들이 농기구를 동원하여 미친 듯이 날뛰길 바라진 않았는가요?

정말 비열합니다.

"법대로 하겠다", "엄단하겠다", "군법에 회부하겠다"는 말을 해온 국방부, 과연 그 국방부는 이번에 법을 지켰는가요?

국방부는 대추리, 도두리의 평화로운 들판에 전격적으로 철조망을 치고 군병력을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선 중장비를 동원하여 뭔가를 계속하고 있고 이에 항의하여 철조망을 훼손하거나 침입하면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로 이번 군병력 배치가 현행법에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2006년 5월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지금은 전시가 아닙니다. 비상 계엄시국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민간인 지역에 군병력을 투입했습니까?

현재 이곳에 군부대를 건설하려면 국방부 표현대로 사전에 취해야 할 과정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지질검사, 측량, 그리고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3m정도의 성토 문제, 문화재 시굴조사, 생태계 시굴조사 등.

이곳에 생태조사 용역을 나온 직원의 말에 의하면 4계절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번 조사는 봄에 해당되는 것만 하고 나머지는 연중에 한다 했습니다. 그런데 조사 종료와 종합판단은커녕 이제 겨우 기초조사 단계에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부터 해버렸습니다.

미군기지 확장이전 사업에서 국방부 외 부처의 의견은 묵살되고 있는 줄 알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조용히 잠자코 있는 타 부처의 관계자 및 그 장차관의 태도는 의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지금 이 땅이 한국군 부지입니까? 왜 한국군이 주둔하는 것입니까 ? 아니면 이곳이 한국군 공병 훈련장입니까? 왜 이곳에 공병 중장비가 들어와서 작업을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벌써 모든 건축허가가 나서 건축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까? 도무지 납득 할 수 없습니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 결정이 나기도 전에 영농을 금지하라는 공문을 보낼 때부터 알 수 있었듯이, 다른 부처의 의견은 국방부 명령대로 움직일 테니 신경 쓸 것 없다는 태도나 다름없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리 협력에 의해 한다 해도, 관계 부처의 의견서는 나온 다음에 실시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요?

그러고도 주민들과 시민사회 단체엔 법을 지키랍니다. 법을 지키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철조망을 걷어내고 훼손시킨 농지 및 시설물을 원상복귀시키시지요. 그리고 상처 입은 농민과 시민단체에 고개 숙여 사과하십시오. 어떻게 자신들은 모든 법과 절차를 무시면서 상대방에게는 법과 원칙을 지키라 할 수 있습니까? 이것이 권력자들의 문제풀이방식입니까?

이곳에 파견된 군인들의 부모님 눈에서 솟는 분노의 그리고 슬픔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시위대가 국방부보다 더 원망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명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국방부와 정부는 자기의 잘못을 먼저 고백하고 남이 따라주길 바라십시오. 계속해서 힘의 공포를 보여주는 것은 문제의 해법이 아님을 명시하십시오. 군이 필요 없는 곳에 파견되어 불안에 떨고 있는 장병들을 진짜 국방에 전념하게 하십시오. 그들의 주먹이 선량한 농민과 시민단체를 향해 뻗게 하지 마십시오. 어린 장병들이 역사의 죄인이 되게 하지 마십시오.

이제는 전의경 부모, 군병력 부모 그리고 이곳 농민과 시민단체, 모두의 눈에서 눈물을 씻어내야 할 때입니다.

▲ 김지태 이장이 자필로 쓴 편지 원본의 일부 ⓒ 평택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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