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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축소ㆍ중앙당 폐지 不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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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회의원 축소ㆍ중앙당 폐지 必须 [남재희 칼럼] 많은 국민이 호응하는 정책에 견제를 건다
전·현직 언론인 여럿이 버스를 대절하여 지방여행을 하다 보니 자연 시국에 관한, 특히 대선 정국에 관한 의견교환을 하게 되었다. 차중 세미나인 셈이다. 노년에 이른 언론인들이기에 서로가 간단간단 운만 뗄 뿐 장황한, 깊은 논의는 서로가 피한다. 한두 마디 운을 떼고는 지나치는 식이다. 그렇지만 생각의 방향은 충분히 서로가 알 수 있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정치개혁안이 화제가 되었다. 이미 언론에서 논의가 된 것이고 사실상 결론이 나다시피 한 테마이지만, 정치 이론과 국민 정서 사이에 갭이 매우 큰 것 같아 뒤늦게 새삼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논리는 어떻든 간에 국민 감정은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공감한다는 것이었다. 정치 이론과 국민 정서가 상충하게 되었으니 참 난처한 일이다.

▲ 안철수 후보는 29일 새벽 경기 성남 태평동 인력시장 인근 한 국수집에서 '철수가 간다 2탄'으로 건설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뉴시스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은 ① 국회의원 300명에서 100명을 감축하여 200명으로 하며 비례대표 증원 ② 중앙당 폐지 또는 축소 ③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축소 등으로 되어 있다. 국민들에게는 간단하게 국회의원 100명 감축, 중앙당 폐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것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고 국회의원이라면 경멸감마저 갖고 있는 국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선 즉각적, 즉흥적으로 그렇다.

국회의원들이 우선 크게 반성할 일이다. 내가 국회의원을 네 번이나 했기 때문에 차중 세미나에서는 강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변명 같은 이야기만 했다. 만약에 강하게 반론을 했더라면 심한 반발심을 유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안 후보의 시원한 바람과 같은 등장은 국민들을 우선 기분 좋게 하고 있다. 모처럼 신선한 느낌을 갖게 하고 또 무언가 기대를 걸게 한다. 그런 후보의 정견 일부를 놓고 비판하는 글을 쓰는 것은 국민 감정을 거스르는 일이 될 듯도 하다. 혹시 역시 구악(舊惡)은 구악 편이구나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해야겠다.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는 것은 ① 그들을 더욱 특권화하고 ② 행정부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을 더욱 약화시키는 일이며, 중앙당을 폐지(또는 축소)한다는 발상은 ① 정당의 추동력을 대폭 약화시키고(우리나라는 아직 현상 유지가 아니라 크게 개혁을 추진해야 할 단계다) ② 국회의원들의 '품질관리(quality control·QC)'를 할 수 없게 하며 ③ 국회의원들의 토호(土豪) 세력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국회의원의 적정 수에 관하여서는 연세대 박명림 교수의 훌륭한 연구·발표가 수 년 전에 있었다. 간단히 그의 결론을 소개하면, 세계 많은 나라들의 의회를 조사해본 결과 의원 수는 평균 500명 선(양원제일 때는 둘을 합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제헌국회 때부터 '10만 선량(選良)'이라고 불렀듯이 대개 인구 10만 명에 국회의원 1인이라는 기준이었다는 이야기다. 지금 인구 5000만 명이니 그 기준대로라면 500명 선도 수긍할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물론 박 교수도 국회의원을 500명까지 대폭 늘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급적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생각하여 그 늘어난 몫만큼을 비례대표로 충당하여 ① 분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각양한 세력들을 더욱 골고루 반영케 하고 ② 특히 여성 몫을 유럽 국가 수준쯤으로 늘리자는 이야기다.

한때 국회의원 수를 300명으로 약간 늘리니까 '위헌' 운운하는, 그리하여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출하는 촌극까지도 벌어졌었다. 의원 수는 '법률이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헌법에 규정되어 있으니 500명까지라도 증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만약에 남북통일 때와 같이 양원제가 필요하다면 상원을 100명 선으로 할 경우 남북이 합해서 500명 선 정도에 이르지 않을까 내다보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200명까지 줄일 경우 그 의원들은 지금보다 더욱더 특권화할 것은 흔한 표현으로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면서 비대일로에 있는 행정부(그 산하의 그 많은 공기업 등을 포함하여)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다. 국회의 상임위원회에 배치되는 의원 수가 대폭 줄게 되면 의원의 업무량(혹시 일을 열심히 한다면)이 대폭 증대할 뿐만 아니라, 기우일지 모르나 각계로부터의 로비 공작(매수를 포함하여)을 더욱 용이하게 할 것이다. 어느 신문인가에서 읽은 기억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의원 1인당 금융업계의 로비스트가 평균 4명씩이나 된다고 한다. 다른 한편 국민들이 의원을 접촉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국회의원 정수 문제는 국회의원의 특권 감축 문제나 국회 자체의 낭비 제거 문제와는 전혀 별개다. 삼권분립이라 하여 국회는 자체 통제 장치가 대단히 약한 상태이다. 그러니 특권은 늘어나고 씀씀이는 방만하기만 하다. 따지자면 행정부도 그 산하의 각종 공사나 단체의 낭비가 심한 것이 자주 언론에서 눈에 띈다.

중앙당 폐지 문제는 좀 까다롭다. 차중 세미나에서 바로 미국에는 중앙당이 사실상 없는 게 아니냐고, 안 후보의 개혁안에 찬동하는 측이 나왔다. 미국의 정당들에 전국위원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권한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락위원회 정도일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은 당면하여 개혁 과제를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현상 유지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는 따지고 보면 엄청나게 많은 개혁 과제를 안고 있는 나라다. 남북한 문제를 포함하여 정치의, 행정의 집중력과 집행력이 대단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당정치의 통제탑(control tower)을 사실상 없애 버린다는 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줄 안다.

그 다음 의원들의 '품질관리(QC)' 문제가 있다. QC에는 의원의 QC, 의원 선출과정의 QC 등 두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의원들은 부패와 타락의 유혹을 대단히 많이 받고 있고 또한 그렇게 되기 쉬운 존재이다. 흔히 말하는 사직당국이 그것을 체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타력이 체크하는 것보다 바람직스럽기는 자체 안의 견제 장치가 그 역할을 해주는 것이 더 좋다. 그래서 중앙당의 존재가 부각되는 것이다.

의원이 되는 과정, 특히 공천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흔히 지역유권자(또는 지역 정당)가 자체적으로 공천하면 될 게 아닌가 하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앙당의 개입이 전혀 없고 완전 지역 공천이 아니냐고 한다. 참 설명이 난처한 문제이다. 마침 이번 여행에 광주(光州)에 가서 <전남일보>(10월 26일 자)를 보니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에 띈다.

"이번 1차 영입에는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등 여론 주도층 인사가 두루 포함됐다. ○○○ △△△씨 종약원 광주전남 이사장과 ○○○ △△△씨 광주전남종회장, ○○○ 전 광주 서구의회 의장이 고문에 임명됐다. 또 학계에서는 ○○○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 광주보건대 교수 등이, 경제계에선 ○○○ (주)△△건설 대표와 ○○○ △△종합유통단지 회장, ○○○ △△화물운송협회장, ○○○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 회장, ○○○ 광주택시운송사업협회장 등이 참여했다.

시민사회진영에선 ○○○ 한중문화협의회 회장과 ○○○ 광주 바르게살기협의회장, ○○○ 한국보이스카웃 광주부연맹장, ○○○ 광주교통단체인협의회장, ○○○ 전 광주YMCA 이사장 등을 영입했다."


이것은 어느 후보 선거캠프에 관한 보도의 일부이다. 그 인물들에 이의를 달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지방에서의 선거조직 양상의 한 단면을 보이기 위해 마침 신문에 보도되고 있어 참고로 소개하는 것이다.

나도 국회의원 선거를 다섯 번 치러 보았는데(한번은 낙선) 표를 얻기 위해서는 별의별 조직을 다 동원한다. 각급의 동창회 조직이 중요하다. 최후에는 만신(萬神) 조직까지 손댈까 말까 망설였었다. 그런게 지역구에서의 선거 양상이다. 대통령 선거도 비슷하다.

그렇게 선거 운동을 하는 게 당연하고 또 나쁠 게 없다. 모두 우리 국민들이고, 모두가 한 표씩이니, 그게 민주주의의 선거가 아닌가. 문제는 정당이란 특정한 목적을 가진 조직(집단)이 거기에 공천을 맡겨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정한 목적'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당의 이념, 정강·정책, 지향하는 국가의 미래상 등등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때 정당들은 각각 정당 나름의 QC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당이 공천과 같은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근거나 정당성이 있게 되는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도 '공인(公認)'이라 표현하는 공천제도가 있다.

문제는 이 중앙당의 공천이 민주적이고 또한 공정하게 이루어지느냐의 여부이다. 긴 설명을 생략하고 간단히 줄여 말하면 새누리당은 자타가 인정하는 '1인 체제'이다. 공천이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될 수 없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민주통합당은 집단지도체제라고 할 수 있어 내막적으로는 계파 간 나눠 먹기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것도 민주적이고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번에는 들통 난 게 없는 것 같지만 전에 보면 돈거래에 좌우되기도 하였다.

참, 송 모 전 의원이 말한 것이 녹음되어 그대로 보도된 것을 보면 새누리당 측도 돈거래의 혐의가 있는 것만 같다. 재판에 계류 중인 공천 문제 돈 관련 사건도 있고.

지역구에서의 상향 공천과 중앙당에서의 하향 공천이 모두 문제가 있는데 어느 쪽에 개선될 여지가 더 큰 것인가를 생각해 볼 때 중앙당 공천이 민주화·합리화가 보다 용이할 것 같다는 판단이 나온다. 따라서 중앙당의 운영을 보다 민주적으로, 보다 공정하게 하는 것이 공천 제도 개선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물론 지역 주민 투표, 지역 당원 투표, 지역당 당직자 회의, 여론조사 등등을 참고 자료로 할 수 있다.

정당에의 국고보조금 문제는 정당의 대기업 의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국민이 참아주고 양해해 줄 문제가 아닌가 한다. 그 제도가 금권정치(金權政治)를 제거하는 데 가냘프나마 얼마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의 정치개혁 방향은 이야기하지 않고 안 후보의 그것만 시비를 건 결과가 되어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현재의 3파전이 팽팽하여 안 후보가 3분의 1 확률의 가능성이 있고, 또한 문제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기에 노파심에서 미리 주의를 환기시켜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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