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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꾸기 팔레스타인과의 대화 <35>
"나쁜 꿈을 꾸지 않으려면 묘지의 무덤들 사이로 걷지 마라."

팔레스타인인들이 누군가가 곤란한 일에 봉착할 것 같을 때 충고하는 말이다. 그러나 내 친구 하나는 이런 충고를 듣지 않는다. 실은 정반대로 한다. 지난 4년 동안 그는 수백 군데의 묘지를 찾아 전 세계를 헤매 다녔고, 무덤들 사이로 걸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무덤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그는 많은 나라를 들렀다.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튀니스, 알제리, 이집트,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쿠바, 브라질, 베트남 등. 팔레스타인인들의 무덤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 인구의 절반이 고향에서 쫓겨났으며, 쫓겨난 이들은 머무를 곳을 찾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유랑할 수밖에 없었다. 유랑지에서 죽어가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임종의 자리에 있던 아무나에게 유언을 남기곤 했다.

"내 친지들에게 내 뼈를 팔레스타인의 고향에 묻으라고 전해주오."
▲ 자카리아 모함마드 ⓒ자카리아 모함마드

망자들의 유언대로 그들의 뼈를 조국 팔레스타인에 가져올 방도가 내 친구에게는 없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 내 친구는 전 세계의 묘지들을 헤매 다니는 것이다.

베이루트에서 그는 이스라엘이 차에 숨겨둔 폭탄이 터져 죽은 위대한 팔레스타인 문인 '갓산 카나파니'의 비석을 쓰다듬었다. 같은 사건으로 죽은 작가의 열여섯 살짜리 질녀가 그 옆에 묻혀 있었다. 또한 내 친구는 런던에서 시사만화가 '나지 알 알리'의 무덤 옆에 앉았다. 나지 알 알리는 이스라엘 정보부의 공작으로 추측되는 괴이쩍은 사건으로 죽었다. 브라질에서 내 친구는 장에 내다 팔 옷가지를 어깨에 지고 가다 뱀에 물려죽은 팔레스타인 농부의 무덤을 보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남부에서 내 친구는 산골짜기 외딴 마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다 하이에나한테 잡아먹힌 팔레스타인 교사의 무덤을 참배했다.

이스라엘에서 내 친구는 '숫자 묘지'에 가보았다. 이스라엘 군인들한테 살해당한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묻힌 그 묘지에는 무덤에 망자의 이름이 없다. 오직 숫자만 있다. 이스라엘은 아직까지도 희생자들의 신원을 밝히려 하지 않는다.

"사년 동안이나 무덤들 사이로 걸어 다닌 너는 요즘 무슨 꿈을 꾸지?"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이제 나는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가 없어. 때로는 내가 아주 긴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자신에게 중얼거리지. 이 악몽에서 깨야 한다고. 사년이나 악몽을 꾸었으면 충분하다고. 악몽이 계속되면 내게 팔레스타인 전체가 거대한 묘지로 보일 거라고.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고."
▲ '필자의 집에도 벽에 열쇠 뭉치가 걸려있다. 이 열쇠뭉치는 필자의 부인이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그는 자파(현재 이스라엘의 해안 도시)의 의사였는데 1948년에 이스라엘 건립으로 쫓겨나면서 몇 주일이나 몇 달 뒤면 돌아올 수 있을 줄 알고 열쇠를 갖고 떠났다. 그러나 그는 죽을 때까지 돌아가지 못했다. 그가 평생을 간직했던 열쇠는 대를 이어 손녀에게 전해졌으나, 이제 손녀는 그 열쇠가 할아버지의 집 열쇠인지 병원 열쇠인지 잘 모른다. 이런 식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기억은 잊혀지고 지워졌다.'ⓒ프레시안

이렇게 답하고 내 친구는 제 커다란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열쇠가 가득 들어 있었으며, 대개 굵고 큰 열쇠들이었다. 친구는 말했다.

"이것들은 유랑지에서 죽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향집 열쇠들이야. 그들은 세계 어디를 가나 이 열쇠를 가슴에 품고 다녔어. 언젠가는 고향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말이야. 하지만 그들은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지. 외국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묘지를 찾아다니는 내게 무덤의 주인을 기억하고 있는 인근 주민들이 이 열쇠들을 맡겼어. 그들은 내가 팔레스타인에 돌아와서 망자의 친지들을 찾아 그 열쇠를 전해주기를 바랐지만, 이미 사십 년이나 오십 년 전에 죽은 사람의 친지를 내가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나는 이 열쇠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세상에, 이 수두룩한 열쇠들과 팔레스타인에 뼈를 묻어달라는 그 많은 유언들! 나는 감당할 수가 없어."

16년 전에 요르단에 살던 한 팔레스타인 난민이 이스라엘로부터 서안 지구를 방문해도 된다는 허가를 얻었다. 그는 나이 많은 노인이었으며, 서안 지구를 방문하던 중에 죽었다. 그 노인을 만났던 이들이 그를 여기 팔레스타인 땅에 묻어주려고 했다. 이스라엘은 거부했다. 노인은 서안 지구 주민이 아니므로 시신을 요르단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그 노인의 요르단 시민증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노인은 자기가 죽었을 때 요르단으로 돌려보내지지 않으려고 그것을 찢어버렸을 것이다. 필시 그는 팔레스타인에서 죽으려고 여기 왔다. 노인은 자기 뼈가 고향땅에 묻혀 편히 쉬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의 시신은 시체안치소에 몇 달씩이나 있다가 결국 요르단으로 돌려보내졌다.
▲ 라말라에 뜬 무지개. 전 세계를 유랑하다가 죽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뼈만이라도 조국에 돌아가기를 바란다.ⓒ프레시안

이렇다! 우리는 나지 알 알리나 갓산 카나파니의 뼈를 여기 라말라에 묻을 수가 없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뼈가 조국에 돌아와 편히 쉬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의 뼈를 여기 묻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전 세계의 묘지를 헤매 다녀야 할 것이다. 악몽을 꿀 줄 알면서도 무덤 사이를 걸으며 비석을 쓰다듬고 거기 적힌 유언을 읽어야 할 것이다.

"내 뼈를 팔레스타인에 묻어 주오."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www.palbridge.org' 기획·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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