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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친구들! 다음은 뭐죠? 팔레스타인과의 대화 <45ㆍ끝>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나는 끝이 싫다.

처음과 시작이 좋다. 그런데 이제 '팔레스타인과의 대화' 연재를 끝내는 마지막 칼럼을 쓰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여러 지면에 칼럼을 죽 써 왔다. 12년 전 새로 창간되는 신문에 쓴 나의 첫 번째 칼럼 제목은 '칼럼니스트 시몬'이었다. 성 시몬(AD 389-459)은 신께 경배 드리는 새로운 방식을 창안했다. 그는 시리아의 알레포 근처 언덕에 있는 60피트(약 18미터 30센티미터) 높이의 '칼럼(column 원기둥)'의 꼭대기에서 40년 동안 살았다. 그가 자신의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내어 거기 벌레들을 길렀으며, 그는 그 목적을 위해 계속 상처를 열어두었다고 전해진다. 그로 인해 그는 '성자'라고 불리게 되었고, 그의 경배 방식은 인근 지역에 널리 퍼졌다.

원기둥을 타올라감으로써 칼럼니스트 시몬은 그의 신을 만족시키기를 바랐다.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들이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신이 아니라 독자들이다. 칼럼니스트들은 신 대신 독자들을 섬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느 칼럼니스트도 제 몸에 난 상처로 벌레들을 먹일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들이 문학 작품을 쓰는 것도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어 벌레들을 먹이는 행위에 비유할 수는 있겠지만, 저널리스트들은 아니다. 저널리스트들은 벌레들을 먹이긴 먹이되, 자기 상처가 아니라 남의 상처로 먹이는 것 같다.
▲ 팔레스타인 트웨니 마을 ⓒ프레시안

어쨌든, 이 연재는 한국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을 잇는 길을 넓히려는 또 하나의 노력이었다. 내가 알기로 적어도 80년대부터는 한국과 팔레스타인 사이 길을 넓히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한국 쪽이 먼저였다. 당시에 갓산 카나파니의 소설과 마흐무드 다르위시의 시 몇 편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한국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은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으며 양쪽이 서로를 고무시켰다.

나는 텔레비전에서 본 장면, 광주의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주먹을 치켜들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던 모습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와, 굉장히 잘 짜여진 시위야!" 그때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은 만나면 한반도의 젊은이들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그들을 존경했다.

그 공감은 지속되었다. 양쪽 둘 다 도중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우리는 이삼 년이면 먼지 아래 묻혀버릴 샛길이 아니라, 넒은 길을 닦아야 했다. 우리는 서로 간에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했다. 이 연재는 그런 느낌과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연재가 끝난다고 해서 우리가 고속도로 닦기를 중단한다는 뜻이 아니다. 천만에, 우리는 앞길을 비추는 촛불을 켜놓은 것이다.

길은 이미 닦여졌으며, 많은 이들이 길을 따라 전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으로서 나는 정말 기쁘다. 이 길을 닦기 위해 애쓴 한국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은 굳은 의지로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인간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들도 자기 살로 벌레를 기르는 종류의 사람들인데, 그 벌레들의 이름은 인간다움과 우정이라고. 그들의 결단과 지속적인 노력에 감사한다. 우리 팔레스타인인들도 한국과 팔레스타인 사이 길과 다리를 놓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한다.

이것은 마지막 칼럼이 아니다. 한국 친구들이 사명을 완벽하게 수행하였음을 알리기 위한 칼럼이다.

안녕, 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이렇게 말하겠다. 어이, 친구들! 다음은 뭐죠?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www.palbridge.org 기획·번역>

연재를 마치며

작년 7월 말에 시작되어 10개월 동안 매주 이어졌던 연재를 마칩니다.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 팔레스타인과 우리나라의 필자들, 기회를 주신 <프레시안>, 그리고 함께 기획하고 번역해주신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년 이 연재를 시작할 무렵,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와 레바논을 침공했습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결코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더 복잡해지고 위태로워지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레바논 정부군이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공격했지요. '편지 쓸 때마다 나쁜 소식을 전해 미안하다. 나도 제발 좋은 소식 좀 전하고 싶다'고 팔레스타인 친구들은 편지를 보냅니다. 저도 답장을 씁니다. '여기도 위태롭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거창한 일들은 진행되는데, 소시민으로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동안 연재된 글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면서 저는 느낍니다. 이 모두 '우리'를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희망 같은 건 없다고 좌절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 인간이란 원래 어쩔 수 없는 존재라고 체념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아시아 대륙 저쪽에 있건 이쪽에 있건 다 우리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서로를 부추기기 위한 대화였습니다. 함께 버티기 위한 어깨걸기였습니다. 함께 버티지 않는다면 이 요동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겠습니까?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이 글들은 한데 묶여 곧 '대구대학교'의 새로운 출판 시리즈 <열린길>의 한 권으로 간행될 예정입니다. 팔레스타인과 우리나라 문인들이 새로 글을 다듬고 팔레스타인 사진작가들의 작품도 곁들여, 책 자체가 예쁜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다음주 화요일, 6월 5일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른바 '6일 전쟁')이 터진 지 40년째 되는 날입니다. 이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전역을 점령하였으며, 점령지에서 철수하라는 유엔 결의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점령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40년 동안이나 팔레스타인인들을 감금, 투옥, 고문, 살해하고 있습니다. 이 연재에서 한 팔레스타인 필자는 이렇게 썼지요.

'........6월이 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쇠창살에 갇힌 지 40주년이 되었음을 기억하는 행사를 치를 것이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자유를 외칠 것이다. 우리의 몸은 쇠창살에 갇혔을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영혼마저 쇠창살로 인해 꺾이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 누구의 영혼도 쇠창살 때문에 꺾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자유를 외치는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그리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하루 빨리 물러가기를 기원하기 위하여, 6월 5일 화요일 저녁 7시 서울 인사동 남인사마당 (종로 쪽에서 들어가는 인사동 입구)에서 모입시다. 정성껏 모임의 포스터를 만든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의 한 회원은 이렇게 말하는군요. '40년 동안이나 말도 안 되는 점령 상황을 견뎌 온 팔레스타인인들을 잊지 않고 돌아보는 눈 하나, 잊지 않고 귀 기울이는 귀 하나, 다물지 않고 말하는 입 하나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눈이고 귀이고 입입니다.'

오수연
▲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6월 5일 이스라엘 점령 반대 모임 플라이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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