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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 남북이 주도해야 '통일지향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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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 남북이 주도해야 '통일지향적'된다" [민주화 20년, 한국사회 어디로?④]<통일>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소극적인 평화체제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적극적 평화체제가 되기 위해서는 평화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동원 전 장관(현 세종재단 이사장)은 이날 <프레시안>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 주관한 기획연속강연(4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통일 지향적인 평화체제 확립을 위해 남과 북이 당면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경제공동체를 형성·발전시키면서 동시에 군비통제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원 전 장관 주제발표 전문 보기)

주한미군 역할 조정 기회 활용 강조

'민주화운동 이후 남북관계 20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의 확립'을 주제로 발표한 임 전 장관은 유럽 국가들이 경제공동체(EEC)를 만들어 국가연합(유럽연합, EU)을 이룩한 점을 예로 들며 "민족경제의 통일적이며 균형적인 발전과 민족 전체의 복리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곧 통일 지향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바른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임동원 전 장관. ⓒ프레시안

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등을 역임하며 김대중 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담당자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었다.

군비통제와 관련해 임 전 장관은 "그간 우리는 군사정전 상태에서 군비를 확충하고 안보역량을 강화하면서 '소극적인 평화'를 지키는데 주력해 왔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안보위협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군비통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측가능성을 증대하기 위해 군사적 신뢰조치를 실행하는 한편 '축소 지향적인 군사력 균형'을 실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 전 장관은 특히 군비통제를 위해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역할을 조정하고 있는 현재의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행동반경을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로 넓히겠다는 구상으로 지난해 1월 한미가 이를 합의한 후 시민사회에서는 한국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임 전 장관은 전방 미군부대의 감축 및 후방기지로의 이동 배치, 전시 작전통제권의 반환, 한미 군사지휘체계 조정 등 주한미군이 추진하고 있는 조치들을 열거하며 "우리는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한편 이러한 미국의 군사개혁조치를 군비통제와 연계시켜 평화체제 구축에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협정은 '2+2+UN' 방식"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7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평화협정과 관련해 임 전 장관은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평화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평화를 담보할 실질적인 조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만간 남-북-미-중이 참가하는 4자회담이 열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문제를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4자회담에서는 먼저 '전쟁 종식'에 합의하고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제시하는 '선언적 조치'부터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관련 당수국들이 평화를 담보할 '실질적인 조치들' 이를 테면 적대관계 해소, 비핵화, 군비통제 등을 어느 정도 진척시키면 군사정전협정을 대체할 법적 조치인 평화협정 체결이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평화협정의 주체와 관련해 그는 "독일 통일과정에서 먼저 동서독이 협력해 2+4 형식으로 통일을 달성했듯이 남과 북이 협력해 민족의 이익을 보장하도록 4자회담을 주도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며 "평화협정은 남북이 주체가 되고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인하는 '2+2+UN' 방식으로 추진함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합의한 동북아 안보 협력과 관련해 임 전 장관은 "유럽안보기구(OSCE)의 경험을 본받아 북핵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을 모체로 동북아 안보 협력기구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1970년대 초 서독이 소련과 동독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유럽안보협력기구 발족을 촉발했듯이, 우리도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동북아 안보 협력기구 발족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프레시안

"핵-남북관계 연계 아닌 병행전략만이 성공"

임 전 장관은 민주화 이후 20년의 남북관계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남북 합의문서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6.15공동선언을 들었다.

그는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던 1차 북핵 위기에 대해 노태우 정부는 북핵 문제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 연계시키지 않고 병행 해결한다는 병행전략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또 2002년 다시 발생한 2차 북핵위기 동안에도 김대중 정부는 '핵 연계전략'이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과 핵문제 해결을 병행 추진하는 병행전략을 추진했다며 그에 앞서 연계전략을 추진한 김영삼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해 "특히 주목할 것은 국제냉전 종식 후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통해 미북관계 개선 없이는 한반도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교훈에 따라 미국과의 정책 공조를 통해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를 위한 포괄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라며 이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안보 현안 문제 해결 노력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인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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