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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꿈이 나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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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4살 꿈이 나를 움직였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03] 한국외국어대학교 최정화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UN과 같은 국제기구를 비롯해 세계무대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국제무대에 입성할 수 있는지 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막막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인 한국외국어대 최정화 교수가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지침서를 출간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외국어대 최정화 교수를 초대해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법과 그녀가 만난 글로벌 리더들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최정화 교숩니다. 최정화 교수는 1978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했고 1981년 파리 III 대학 통역번역대학원(E.S.I.T.) 국제회의 통역사 자격을 한국 최초로 취득했습니다. 1986년 같은 대학에서 통역번역학 박사 학위를 아시아 최초로 취득했으며 1988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또, 2003년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을 만들어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올림픽 위원회 국제특별 위원회 위원과 한국국제교류재단 Koreana 지 불어판 편집장을 맡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 교육 공로 훈장 Palme Académique과 통역계 학술 업적 공로상인 다니카 셀레스코비치 상, 프랑스 정부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네르Légion d'Honneur를 수상했고 저서로는 <외국어와 통역,번역>, <This is Korea>, <봉쥬르 프랑쎄> 등이 있으며 최근 <14살, 그 때 꿈이 나를 움직였다>를 출간했습니다.

박인규 : 최정화 선생님은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통역사시고요, 그동안 내신 책이 외국어 관련 책이라든가 통역, 번역하는 책이었는데 이번엔 꿈에 관한 책을 내셨어요.

▲ ⓒ프레시안

최정화 :
꿈에 관한 책을 낸 이유가요, 제가 보기에 한국 새싹들만큼 능력이 출중한 새싹도 드문 것 같은데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면 꿈이 별로 없고 획일화된 대학입시만 보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 썼습니다.

박인규 : 꿈을 가져라. 책 제목이 '14살, 그때 꿈이 나를 움직였다'. 본인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최정화 : 제 얘긴데요, 제가 처음으로, 외국어하면 영어만 생각할 때 불어를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들었고, 그 언어의 멜로디가 너무 아름다워서 이 언어를 내가 정복해야겠다, 해서 그걸 하다보니까, 국제 통역사가 됐고, 교수가 됐고, 지금 한국 알리는 일을 해서 그때의 꿈이 제가 지금 일하는 것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14살 때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들은 프랑스어가 최정화 교수님의 일생을 결정한 거군요.

최정화 : 일생을 결정한 거죠. 그 순간이.

박인규 : 지금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언어의 달인이지만 거기까지 가시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최정화 : 정말 힘들었죠. 솔직히 성격이 독해서 열심히 해서 학업 성적은 좋았는데 프랑스 가서 보니까, 제 딴에는 잘 한다고 갔는데 첫 시험에서 전교 꼴찌를 했었어요. 그래서 이걸 꼭 하고 싶으니까, 제가 건강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개근을 했는데도 그때는 너무 과로를 하다 보니까 졸도한 적도 있고, 깨어봤더니 병실에 누워있었고. 그 오랜 시간 의식을 잃고 있다가 의식이 돌아왔는데 제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이 혈관에 꽂혀있는 이게 뭐냐, 맥박이 뭐냐, 혈압이 뭐냐, 프랑스어로 다 물어봤고요. 그래서 프랑스 간호사가 설명을 해주니까 그걸 또 영어로 뭐라고 하냐. 지금 생각해도 그때 아마 미쳤던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언어를 잘 하고자 미쳤기 때문에 제가
토종 국내파인데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딘가에 미쳐야 경지에 미친다고 하는데.

최정화 : 전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활동을 하면서 만나본 글로벌 리더들도 전부 다, 정명훈 씨라면 음악에 미쳐있고, 얼마 전에는 비, 가수도 만났는데 정말 미쳐있고, 글로벌 스타면서도 하루에 매일, 4~5시간 연습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보면 꿈을 가지고 열정으로 끈기를 갖고 미치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최 교수님이 파리 통역 번역 대학원 가신 게 81년도인데, 그러면 그 이전에는 한 분도 거기에 간 분이 없었나보죠? 한국 분 중에서는.
최정화 : 제가 78년에 갔는데, 81년에 학위를 땄고요. 제주도도 안 가봤어요. 그러니까 제가 토종 국내파 중에 국내파였는데. 그래서 가서 제가 참 힘들었던 게 뭐냐면 다른 애들은 보면 아버지가 영국사람, 엄마가 프랑스사람, 살기를 이태리. 이런 식으로 해서 3, 4개 국어를 하는데. 그리고 누구나 다 주고받아야 되는 인생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제가 줄 수 있는 게, 잘하는 게 한국어인데, 잘 하는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사람은 없죠. 그래서 그때 그 사람들한테 줄 수 있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재밌게 해주고, 김밥 해주고.

박인규 : 요즘은 국제화되고 세계화돼서 국제기구, 민간기구도 나가고 싶다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이런 청소년들이 중고등학생 때는 어떤 준비를 해야 되는 겁니까?

최정화 : 중고등 학교 때부터 오감을 일깨우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만은 학생들이 책만 파고드는데, 중요한 건 눈으로는 미래에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봐야 되고, 입으로는 외국어를 잘 해서 소통능력을 갖춰야 하고, 손으로는 첨단 기계, 인터넷이라든가 이런 것을 능통하게 다룰 수 있는 손을 가져야 하고, 머리로는 너무 입시 위주의 공부만 하지 말고 중고등학교 아이들도 지금부터 역사라든가 이런 데 관심을 가져서 세계를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하고, 가슴으로는 자꾸 세계가 좁아지니까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서 오감을 일깨우면 국제기구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질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글로번 스탠다드에 맞는 마음가짐이나 실력을 미리미리 준비하라, 이런 말씀이신 것 같네요. 조금 전에도 정명훈 지휘자라든가 비 씨를 얘기하면서 국제적으로 뭔가를 이룬 사람은 뭔가 다르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약간 자기 고집이 강하다고 할까요, 외국에 나가서도 자기 생활,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건 어떻게 보십니까?

최정화 : 제가 보기에는 한국사람 특유의 끼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성공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솔직히, OECD 회원국이라고 해도 한국인만큼 한국을 알리는 사람은 저는 없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끼라는 것을 정의를 해보자면 타고난 재능, 그 다음에 그것을 계속할 수 있는 끈기, 그 다음에 열심히 몰입할 수 있는 열정.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한국 사람들이 끼는 다 갖고 태어났으니까요, 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의 재능과 열정과 끈기로서 목표를 향해갔으면 좋겠어요.

박인규 : 자신의 끼를 개발을 해서 보여줄 수 있다. 세계에 나가서 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뭔가 국제 사회에 통용되는 에티켓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최정화 : 참 중요한 부분인데요, 아무리 재능을 갖추고 끼가 있어도 남들이 나를 인정하고 받아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다른 문화에 처했을 때 우리가 때에 따라서 너무 우리 것만 고집하다 보니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유럽에 갔을 때 한국 문화에만 익숙해져서 상당히 당황했던 적이 많습니다. 잘 몰라서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많이들 스파게티를 먹잖아요. 유럽에서는 스파게티가 때에 따라서는 중식이 아니라 전식이에요. 애피타이저. 그걸 몰랐기 때문에 워낙 스파게티, 국수를 좋아하다 보니까 맛있어서 두 번 세 번 갖다 먹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그 다음에 고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고역을 치른 적이 있고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기본적인 남의 문화를 아는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박인규 : 외국 나가서 그런 경험을 하지 않으면 사실 국내에서만 산 사람들이 유럽이나 미국의 에티켓이 다를 경우에 참 알기가 어렵잖아요?

최정화 : 알기가 어렵죠. 그래서 저는 에티켓에 관한 책을 지금까지 두 권을 냈는데요, 겪어서, 부딪쳐서 배우는 게 가장 좋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틀 수 있도록 다른 문화에 대한 에티켓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살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머리에 가지고 있어야 된다.

최정화 : 그래야 관용할 수 있고.., 예를 들어서 프랑스 대사님이 항상 외국인들을 초청하면 외국에서 10분, 15분 늦게 오는 게 예의인데, 7시에 초대하면 6시부터 오시는 분이 계시대요.

박인규 : 우리나라는 시간이 있으면 10분, 20분 일찍 가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는데요.

최정화 : 그렇죠. 중요한 회의는 유럽 사람들도 정시에 나타나지만 특히 만찬이나 사교적 모임은 조금 늦게 가거든요. 어쩔 때는 제가 놀랐던 게 도착해 보면 여주인이 준비하고 있는데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것은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 5분, 10분 늦게 가는 게 오히려 그쪽 상대방을 배려하는 거라는 것.

박인규 : 그게 유럽 공통의 에티켓입니까?

최정화 : 거의 그렇습니다. 그래서 보통 정식 식사 들어가기 전에 리셉션, 칵테일을 하는 이유가 사람들 조금 늦게 오는 것을 서서 얘기하면서 한 잔 하면서 30분 정도 리셉션, 칵테일을 하고 본 식사로 넘어가는 게 다들 조금 늦게 오기 때문에.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미리 가 있으니까요, 직무를 보다 말고 만찬이 있을 때는 대사님이 관저로 들어가신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일찍 오니까.

박인규 : 사무적인 모임은 시간을 지켜야하지만, 사교적인 모임은 늦게 가는 게 오히려 예의다.

최정화 : 그리고 그런 모임에서 더 따끈따끈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요.

박인규 : 저도 오늘 한 가지 배웠습니다. 현재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연구원을 운영하고 계신데, 이미지커뮤니케이션, 이미지로 서로 소통하는 겁니까? 어떤 겁니까?

최정화 : 어떤 거냐면요, 어떤 사람은요, 처음에 제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고 하니까, 사람의 얼굴 이미지냐고 하는데 그건 아니고요, 제가 통역사로 여러 나라 다니다 보니까 한국이 굉장히 잠재력이 많고 뛰어난데, 한국을 몰라줘요. 그래서 한국의 이미지,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 우리의 정수를 잘 알리려고. 제가 통역을 오래해서 남보다 조금 더 경쟁력이 있다면 그 부분이 알리는 거니까. 그래서 한국의 이미지를 커뮤니케이션, 알리는 그런 연구원입니다.

박인규 :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외국에 널리 알리자.

최정화 :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일은, 영상물도 만들고, 설문조사를 해서 외국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도 연구하고 있고요, 포럼을 개최해서 한국 문화, 한우, 한식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박인규 : 이번에 나온 책을 보니까, 최정화 교수님은 68개국을 다녔다고 하는데, 많은 나라의 특히, 오피니언들을 많이 만나셨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한국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이미지는 어떤 건가요?

최정화 : 참 안타깝게도 몇몇 사람들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부정적인 이미지, 아니면 잘 모릅니다.

박인규 : 부정이라면, 전쟁, 분단, 이런 건가요?

최정화 : 아직도 북미 같은 경우는 한국 전쟁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고요, 한국 하면 우리는 한국을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을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핵문제. 그래서 너무 안타깝고. 하지만 북한의 핵문제 때문에 세계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까, 저는 무관심이 제일 끔찍하다고 봐요.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관심을 가졌을 때 우리가 노력을 하면 한국이라는 브랜드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을까, 해서 2003년에 그때 북핵문제 터졌을 때거든요. 그때 시작하게 됐고, 지금까지 저희가 노력해서는 아니겠지만 많은 분들이 그래도 한국에 대해서, 특히, 대장금이라든가 한류라든가, 우리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많이 뻗치고 있는 것 같아요.

▲ ⓒ프레시안

박인규 :
우리 나름대로는 세계에서 산업화를 가장 먼저 이룩한 나라, 우리 힘으로 민주화를 이룬 나라, 한류가 많이 퍼져나가고 있는 나라, 라고 해서 굉장히 자부심이 외국 사람들은 잘 안 알아주나 보죠?

최정화 : 잘 안 알아주고요, 한류도 아시아에서는 많이 알아주는데요, 아직까지는 남미라든가 오세아니아 주라든가 유럽에서는 잘 안 알려져 있거든요. 그런데 몇몇, 우리가 잘 하는 건 더 잘해서 한류는 더 신 한류. 그래서 저는 요새 게임 산업 같은 것도 세계에서 3억 5천 만 명이 한국의 게임을 한 대요. 이런 것은 신 한류로 분류해서 계속해서 파급을 시켜야 되겠고,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들은 쌍방향성, 그런 만남을 많이 가져서, 또 그 사람들은 영향력이 크니까. 하지만 그 많은 일반 대중을 위해서는 우리가 전파 매체 같은, 동영상이라든가 영화라든가 드라마라든가를 통해서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 드라마를 보고 있다거나 한국의 문화, 한국의 음식은 저렇게 먹는 구나를 알 수 있는 동시다발적인 오피니언 리더와 일반 대중을 위해서 쌍방향, 아니면 일방적으로 하면 제가 보기에는 십년 후면 훨씬 더 우리를 알아주지 않을까.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신 여러 가지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전략들을 지금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연구원에서...

최정화 : 저희가 다 연구하고 개발하고 수립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굉장히 좋은 일이긴 합니다만, 최정화 교수님 혼자 하시기에는 힘들 것 같은데, 어떤 분들이 같이 하고 계십니까?

최정화 : 저는 추진력이 좀 있다고 하니까 사람들한테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자문 위원이 48분이 계십니다. 각 분야별로요. 그분들이 수시로 본인들이 연구한 결과를 저희에게 주고 있고요, 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일 년에 한 여섯 차례 설문조사를 합니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우리 이미지를 알리는 것 보다 이러한 지역 사람들은 우리를 이렇게 보니까 이런 부분을 더 강화해야 된다고 해서 그런 여러 분들이 연구를 하고 있고요. 저희가 갖고 있는 데이터풀이 외국 사람들이 한 3천 명, 한국 사람들이 4천 명 해서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해서 수시로 정보를 받고 저희가 또 필요한 유관기관에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박인규 : 그동안에 설문조사나 대화를 통해서 파악하시기로는 한국의 이미지, 지금까지 부정적인, 핵문제라든가. 그래도 조금 아시는 분들은 한국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가 있을 것 아닙니까. 전략적으로 우리나라를 알린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최정화 :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족한 것은 관광이 활성화 안 되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와 보면 특히, 한국인들을 1:1로 접하고 나면 한국의 정에 끌리거든요. 그런데 일단 한국까지 오게 하는 게 힘드니까 관광 활성화에 대한 그런 부분이 필요하겠고요, 요즘 와서는 의료, 허브로서, 우리나라가 손기술도 좋고 하이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계속 하면 좋을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유전 공학 분야도 우리가 굉장히 경쟁력이 있고, IT도 그렇고. 그런데 아직까지도 삼성, LG하면 일본기업, 아무튼 한국 기업으로는 잘 모르니까 안타까워요. 한국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삼성이라고 다들 답변을 하거든요. 한국 문화와 한국이 아니라. 그렇다면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국가 이미지로 연결이 되도록 저희가 많은 노력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정부 산하에도 국가이미지 향상 위원회인가, 그런 게 있다고 들었는데...

최정화 : 브랜드 위원회. 1월부터 발족하고 있고요.

박인규 : 혹시 정부 차원에서 이런 건 좀 필요하다 싶은 게 있으신가요?

최정화 : 제가 가장 안타까운 건, 많은 분들이 노력을 하는데, 유관 부서들끼리의 조정, 코디네이션이 있어야 하고요, 특히,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역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 민간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하고 그런 민간들이 힘을 받아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끔 조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정부가 했으면 좋겠는데, 1월부터 국가 브랜드 위원회가 개설이 된다니까요, 지금 많은 분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우리의 솜씨를 우리끼리만 좋아할 것이 아니라, 외국에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겠군요.

최정화 : 우선 우리의 실체를 개선해야 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동안은 너무 실체 개선은 안 하고 효과적인 전달만 한다든가, 실체는 개선했는데 전달이 효율적이지 않다든가, 해서 그 두 개를 동시에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국제회의 통역을 전공하시더니 이제는 국민과 국민 간의 통역 쪽으로 나가신 것 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내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인 한국외국어대 최정화 교수를 초대해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법과 그녀가 만난 글로벌 리더들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최 교수님 나오셨으니까, 통역 문제에 대해서 안 여쭤볼 수가 없는데요, 국제회의라는 게 상당히 중요한 회의 아닙니까. 일반 통역하고 다르고. 동시통역도 해야 되고. 통역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최정화 : 순발력, 집중력, 분석 종합 능력. 제가 지금 박 대표님 말씀하는 거 들으면서 순간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해서 답을, 1초의 기다림도 없이 해내야겠죠.

박인규 : 많은 분들도 그러시지만, 한국어의 어순이 영어나 프랑스어랑 달라서 참 힘들 것 같은데요.

최정화 : 그렇게들 많이 얘기하는데 그거는 통역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요. 우리가 한국말로 저랑 박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어떤 얘기를 시작할 때 저랑 사전에 만나본 경험이 있고, 서로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맨 마지막에 술어가 나오지 않더라도 말씀하시는 억양을 봐서 이 문장의 말미가 부정으로 끝날 것인가 긍정으로 끝날 것인가 예측을 하죠. 동시통역도 어떻게 보면 예측하면서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집중이 중요합니다.

박인규 : 게다가 국제회의라고 하면 이게 한 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라는 것이 군사 분야도 있고, 교육 분야도 있고, 환경 분야도 있고, 굉장히 분야가 다양한데, 그런 전문 분야를 모르면 통역도 어려울 거 아니에요?

최정화 : 그래서 저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전천후 통역사 양성인데요, 많은 통역을 해내기 위해서는 준비기간 2년 동안에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때, 인간이 활동하는 전 분야를 공부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작년 같은 경우에 어쩔 때는 제빵, 제과, 어쩔 때는 향수, 어쩔 때는 로켓, 어쩔 때는 우주, 천문. 그러니까 만약에 준비가 안 될 때는 한 달 이상 준비해야 되니까 그때는 이미 통역일은 지나갔겠죠? 그래서 늘 지적 호기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박인규 : 공식적인 국제회의는 몰라도 대통령끼리의 1:1 정상회담에서의 통역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굉장히 중요한 얘기들이 오갔다, 보안은 어떻게 합니까?

최정화 : 일체 발언을 안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본인이 뭘 먹었나도 얘기를 안 해야 되는 게, 예를 들어 어업협회 노조하고 얘기를 했을 때, 나는 생선을 안 좋아해서 안 먹는다고 얘기를 했는데, 민감할 수가 있죠. 그러니까 하다못해 통역 석상에서 말은 말 할 것도 없고, 통역을 해드리는 정상이 뭐를 먹었는가에 대해서까지도 일체 함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굉장히 고마운 것은, 집에 들어가면 남편도 묻지 않아요.

박인규 : 보니까 최정화 교수님이 통역을 시작하신 게 전두환 대통령 때부터인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까지.

최정화 :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이실 때, 통역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대통령의 회담을 거의 다 해보셨죠? 말씀하시는 게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

최정화 : 말씀하시는 게 특징이 있는데, 저희가 보통 순차 통역은, 말이 끝나면 바로 통역을 하는 건데 학교에서 교육할 때 3, 4분 한 다음에 통역하는 걸 교육하는데요, 김대중 대통령 님 같은 경우는 어쩔 때는 10분도 넘으실 때가 있고요. 그래서 통역사의 고도의 집중, 분석, 종합 능력을 요하는 통역을 하는데...

박인규 : 통역사를 괴롭히는 스타일이시군요?

최정화 : 괴롭힌다기 보다도 희열감은 크죠. 긴 논리의 흐름을 내가 정확하게 분석, 파악하고 정확하게 전달했다고 하니까요. 말씀이 굉장히 기신데 논리적으로 말씀하시니까 통역하기에는 편한 편입니다.

박인규 : 김영삼 대통령은 어떠셨습니까? 그 두 분이 정치적으로 항상 라이벌이셔서.

최정화 : 말씀을 굉장히 간단, 명료하게 하신 편이었는데요, 억양이, 사투리가 있으셔서 때에 따라서 그 지역의 물고기 이름이 모르는 이름이 나온 적이 한두 번 있었는데 생선의 일종으로 하고 넘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중요했던 건 아니고요, 만찬 중에 이거 무슨 요리냐, 라고 물을 때, 생선 얘기가 나오면. 때에 따라서는 억양이 어려울 때가 있었는데 여러 번 통역하고 나면 익숙해집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노무현 대통령도 언변하면 밀리지 않는 분이신데, 통역해 보셨습니까?

최정화 : 통역을 해봤고요, 정말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말의 논리의 흐름이 머리에 쏙쏙 꽂히게 하시니까 통역할 때 통역사들이 굉장히 희열감을 느끼게 하는 연사가 노무현 대통령이었던 것 같아요. 워낙 논리 전개가 분명하니까.

박인규 : 지금 대통령이신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에 통역을...

최정화 : 대통령 때는 아니고 시장 시절에 통역을 해드린 적이 있는데 말씀 굉장히 편하게 하시고 또 워낙 실용주의적이시니까요, 심오한 내용이 복잡하게 꼬이는 것 보다 아주 본인이 원하시는 말을 소탈하게 하시니까. 지금까지는 솔직하게 대통령이셨기 때문이 아니라 여섯 분 다 통역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박인규 : 혹시 정상회담 통역하시다가 실수한 적은 없습니까?

최정화 : 아직까지는 없었고요, 포맷이 긴장되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그 공간에 두 정상하고 두 통역사하고 두 기록관만 들어가는 단독 회담인 경우에는 내 말 아, 어, 에 따라서 역사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 하에 하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연사들을 만나서 미리 어떤 얘기 할 건가, 스피치를 미리 받거나 하는데, 만찬사는 스피치가 주어지지만 정상 회담을 정상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양 국 간의 현안에 대해서 1주일 정도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평상시에 늘,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 파악하고 있어야 되고, 특히 모든 현안을 꿰뚫고 들어가야지 그 분들이 키워드만 얘기해도 알아들을 수가 있죠.

박인규 : 이거는 실용적인 질문인데요, 언어의 달인이시니까, 요즘 하도 영어 열풍이 불고, 유치원 전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심지어는 혀를 어떻게 한다, 이런 얘기도 있는데, 어쨌든 외국어를 잘 하면 좋죠. 외국어 잘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최정화 : 제가 보기에는 자기가 좋아해야지 오래하고 열심히 하거든요. 그런데 부모가 극성이어서 애가 아직 한국말도 잘 못하는데 학원 보내고 하면 애가 질려서 영어에 '이응'만 나와도 아주 싫어하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왕이면 어렸을 때 시키면 좋지만, 6 ,7 살 때부터, 한글이 뿌리를 내렸을 때 시작하면 좋을 것 같고요. 그리고 지금 국제회의에서 활약하는 통역사들 중에서 기량이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나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배운 아이들이에요. 그때 열심히 환경을 잘 만들어줘도 충분하거든요. 그리고 과욕은 금물이라는 얘기 하고 싶고요, 늘 듣고, 읽고, 말하고를 병행시켜서 그런 분위기를 부모님들이 조성해주면 좋죠.

박인규 : 너무 일찍 시작하지 말고, 무엇보다도 외국어를 좋아할 수 있도록.

최정화 : 그리고 저 같은 경우도 다 커서 외국어 했잖아요. 하면 되니까.

박인규 : 이번에 책 내신 거 축하드리고요, 앞으로도 국가 이미지를 비롯해서 하실 일이 많으실 것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이나 못 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정리의 말씀으로 부탁드립니다.

최정화 : 외국어는 정말 앞으로 무언가 하는데 기본이 되는 거니까 외국어를 열심히 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고요, 외국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도구로써 노력을 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그리고 나의 마음가짐 하나하나가 결국 한국의 이미지로 형성이 되는 거니까 우리 먹고 살게 됐으니까 상대방을 배려하고 품어주는 그런 사람이 하나하나가 되면 외국에서도 우리나라를 더욱 더 크게 인정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외국어가 중요하긴 합니다만, 외국어가 최종 목표는 아니다, 그것은 자기를 위한 도구다. 이 말을 새겨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최정화 : 고맙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 오늘은 국내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인 한국외국어대 최정화 교수를 초대해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법과 그녀가 만난 글로벌 리더들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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