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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당놀이 배우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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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당놀이 배우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10] 28년째 마당놀이, 배우 김성녀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걸쭉한 입담과 흥겨운 우리 소리 그리고,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관객들의 맞장구 바로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감칠맛나는 마당놀이인데요. 지난 28년 동안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마당놀이가 올해도 어김없이 판소리 심청전의 얘기로 관객들을 찾는다고 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마당놀이의 여왕, 배우 김성녀씨를 초대해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마당놀이의 매력과 28년을 함께 해온 윤문식, 김종엽, 김성녀 마당놀이 3인방에 대한 이야기 한마당 펼쳐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배우 김성녀씨입니다. 김성녀씨는 박귀희, 김소희 선생 등에게 판소리를 사사했고 1980년 시작된 마당놀이의 여주인공으로 '춘향전', '심청전', '이춘풍전', '홍길동전' 등에 출연했습니다. 1986년 극단 미추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고 연극 '한네의 승천', '돈키호테', '지킴이', '최승희' 등과 뮤지컬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 외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백상예술대상 연기상과 서울연극제 여자연기상, 그리고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과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비롯해 한국연극협회 2007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중앙대 국악대 학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성녀 : 저도 여기 꼭 오고 싶었는데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인규 : 해마다 이맘때 되면 마당놀이를 기억하시는 분들 많을 테고, 김성녀씨도 이맘때가 되면 마당놀이를 해오셨는데 벌써 28년째 해오십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당놀이 시즌 가까워오면 마음이 설레시죠?

▲ ⓒ프레시안

김성녀 :
설레고 농사짓는 마음. 농부의 마음이랄까? 추수가 얼마나 될까, 농사 잘 지어야 할 텐데. 1년 농사 준비가 바로 마당놀이거든요

박인규 : 이번에 올라가는 작품이 심청전이라고요. 이걸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김성녀 : 저희가 늘 새로운 작품을 만들다가 몇 년에 한 번씩 정통적인 고전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다시 해보자 그래서 작년에 쾌걸박씨라는 박씨전 얘기를 하다가 올해는 심청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심청전 할 때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또 국민들이 심란해하는... 그런 계기가 꼭 심청전을 하게 되는 게 저희가 굉장히 놀라웠어요.

박인규 : 그렇다면 97년 외환위기 때도 심청전을 하셨나보죠?

김성녀 : 네. 그래서 그때 보면서 아 이렇게 우리가 국민들을 우리가 즐겁게 해드려야겠다. 살맛나게 판에서 놀아드려야겠다 하는 게 심청전 작품으로 실천하게 돼서, 심청전을 자주 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박인규 : 요즘 경제가 안 좋아서 많이 우울하신데 그런 마당놀이로 마음을 풀어주시는 것도 좋죠. 김성녀씨가 맡은 역할이 뺑덕어멈이라고 해요. 저는 심청이일 줄 알았는데

김성녀 : 심청이 그 후... 하면 또 제가 할 수 있겠지요

박인규 : 97년에 심청전하고 이번하고 다른가요?

김성녀 : 저희 마당놀이는 늘 고전을 재해석해서 현대적으로 고치는 작업을 합니다. 그래서 늘 심청전의 줄거리와 인물들은 같지만 거기서 나오는 대사들이나 주제 표현을 우리가 다양하게 바꿔서 하는데, 그 시대의 아픔이나 문제, 시사적인 걸 해학적으로 풀어가기 때문에 해마다 같은 줄거리의 얘기를 정말 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게 마당놀이의 묘미거든요

박인규 : 올해에 일어난 여러 상황들이 녹아들어가는군요

김성녀 : 그렇죠.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하고 또 국민들의 아픔이 뭔지를 내세우기도 하고. 그래서 국민들을 어루만지고 다 함께 희망적으로 살자는 귀결로 가는 것이 마당놀이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저희가 하고 있어요.

박인규 : 시대상황이 반영돼 있다

김성녀 : 네. 심청전을 아무리 해도 옛날에 봤던 거구 나가 아니고 새로운 심청전을 보실 수 있는 게 마당놀이의 장점입니다.

박인규 : 기대해보겠습니다. 언제부터 어디서 합니까?

김성녀 : 11월 20일부터예요. 월드컵경기장... 상암동에 우리 전용극장을 세웁니다. 마당놀이라는 게 마당이 있어야 되는데 마당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체육관에서 했는데 체육관은 너무 관객과 거리가 멀어지고 또 울리고, 그리고 멀리서 보니 함께 소통이 안 돼요. 그래서 저희가 극장을 새로 지어서 가변성 있는 극장을 전용극장으로 짓기 때문에 2000석 규모의 극장인데도 어디서 봐도 아주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잘 보이고 잘 들리는 전용극장을 상암에 지어서 1월 4일까지

박인규 : 전용극장에서 하시는 건 올해가 처음인가요?

김성녀 : 두 번쨉니다. 한 6년 전에도 국립극장터에서 한 3년간 전용극장을 했는데 그때 너무 관객들이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다시 체육관으로 갔다가 이번에 다시 전용극장으로 갑니다.

박인규 : 기대해 봐야겠네요. 28년째 해오신다고 했는데 1980년에 시작하신 겁니까? 굉장히 오래되셨네요.

김성녀 : 굉장히 오래됐죠. 그때 국풍이라고 해서 나라에서 여는, 관 주도 잔치를 국민의 잔치를 열어보자고 해서 국풍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민간인이 하는 잔치, 나라에서 주도하지 않는 잔치를 해보자. 그래서 한국적 뮤지컬을 해보겠다고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는데 모 방송국에서 창사기념으로 그걸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 그래서 마당놀이가 탄생했습니다.

박인규 : 그게 1980년 겨울. 허생전이었던가요?

김성녀 : 네. 12월 2일입니다. 그게 창사기념일이기 때문에 그 날짜에 맞춰서 저희가 갖고 있던 걸 가서 했습니다.

박인규 : 마당놀이 하면 김성녀, 윤문식, 김종엽 3인방이라고 하던데, 그럼 그때부터 같이 해 오신 건가요?

김성녀 : 제일 처음 허생전을 시작했는데, 윤문식씨는 허생이 아니었고 허생전에 나오는 산적두목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산적두목 마누라였어요. 역할이 별로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전 연습을 하다가 뮤지컬 에비타에서 에바 페론 역.. 기거서 주연으로 저를 캐스팅하겠다 그래서 미련없이 제가 에비타를 하러 갔어요.

박인규 : 허생전 역할은 조연이고 에비타는 주연이니까?

김성녀 : 그래서 제일 첫회만 제가 안 하고 윤문식, 김종엽 3인방, 연출, 작곡, 드라마 쓰는 작가, 이런 분들이 거의 30년 가까이 해서 아마 기네스북에 오를 기록 아닌가 싶습니다.

박인규 : 연출하시는 손진책 선생이 남편 되시죠?

김성녀 : 네. 같이 사는 동지죠.

박인규 : 4인방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첫회를 빠지셔서 조금

김성녀 : 늘 저는 뭐라고 하냐면 배반자?

박인규 : 허생전, 심청전, 이춘풍전, 홍길동전, 주로 고전만 하셨나요? 새로 만든 것도 있었나요?

김성녀 : 제일 처음엔 고전을 중심으로 판소리 5바탕. 적벽가까지 다했습니다. 다 하고 그 외 고전들, 오래되니까 거기서 셰익스피어 작품까지 넘나들면서 고전작품은 다했고 또 거기에 외국 고전까지 굉장히 많은 레퍼토리를 넓혔습니다.

박인규 : 윤문식 김종엽씨와 같이 28년을 해오셨다면 무대에서 그야 말로 눈빛만 봐도 저 사람이 어떤 걸 하려는지 아실 것 같아요

김성녀 : 알죠. 그리고 윤문식씨는 아이디어뱅크거든요. 그리고 굉장히 사람과 친밀감 있게 잘 어울릴 것 같아도 수줍음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하고나 첫 공연이라든가, 처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닫혀 있어요. 찾을 가려요. 저는 다 알기 때문에 그 분의 버튼은 탁탁 누르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누르면 나오고, 누르면 새로운 게 나오고

박인규 : 김성녀씨가 있어야 윤문식씨의 재능이 튀어나오는군요.

김성녀 : 제 재능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윤문식씨의 재능이 너무 많은데, 그걸 못 보여주시는데 저는 알거든요. 제가 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희 둘이 잘 맞는다고 사람들이 얘기하시는 것 같아요

박인규 : 두 분이 같은 마당놀이를 계속 하셔서 실제 부부인 줄 아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김성녀 : 제가 역할을 맡는데, 제가 윤문식씨를 골탕먹이고 윤문식씨가 당하고 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설정해야 관객들이 좋아해요. 둘의 호흡이 너무 잘 맞으니까 저 사람들, 예를 들어 최불암 김혜자씨가 부부라고 생각하듯이, 전원일기 오래 해서 그렇잖아요. 저흰 마당놀이를 오래 했기 때문에. 특히 더 받은 것은 KBS에서 빅쇼라는 한 사람을 주목하는 쇼를 했는데 제가 나왔을 때 윤문식씨가 나와서 저희 가계, 우리 엄마, 동생들을 다 설명하는 진행자 역할을 했어요. 그런데 편집에서 잘렸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저희 식구들과 같이 서있었어요. 진행자였기 때문에. 그래서 저거 봐라, TV에 가족 나오는데 윤문식씨가 끼지 않았느냐. 그때 손진책씨는 객석에 앉아있었거든요. 남편이 없었고 윤문식씨가 있으니까 부부다. 그래서 지금도 돈내기하는 시골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박인규 : 이 자리에서 확실히 바로잡아야겠네요. 윤문식씨는 극중에서만 남편, 실제 남편은 연출하시는 손진책씨다

김성녀 : 극중에서도 남편이 아니었고요, 처음에 주종간이었다가 서서히 신분이 상승되더니 이춘풍전에서 처음으로 남편 역할이 됐어요.

박인규 : 김종엽씨는 제가 알기론 원래 국악 하시던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성녀 : 그 분이 봉산탈춤 인간문화재급이죠. 그리고 판소리, 국립창극단 판소리 주자였고. 그런데 서울예전 연극과 출신이에요. 그래서 춤과 노래, 연기를 다 잘 할 수 있는 우리 전통의 바탕이 되는 분이라서 빠질 수 없는 3인방의 한 분입니다. 진행자 역할로 많이 하시고

박인규 : 윤문식씨와 김종엽씨 연기를 비교하면 각각 특징이 다르겠지요?

김성녀 : 윤문식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해학적인 애드리브의 달인. 김종엽 선생은 한 번 입력된 건 어떤 상황에도 변하지 않는 그런, 상황에 맞지 않아도 한 번 입력된 대사는 계속하는 우직함. 고지식함과 완전히 자유분방함

박인규 : 그렇지만 전통을 지키시는

김성녀 : 그렇죠. 소리나 춤사위에서 오는 그 분만이 갖고 있는 묵직함은 마당놀이를 안정감있게 끌어간다고 할까요?

박인규 : 본인의 연기를 평하는 건 뭐하지만 김성녀씨 본인의 연기는 거기서 어떤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김성녀 : 저는 그 가운데서 조화를 이루는 역할. 윤문식씨 김종엽 선생하고 이런 과정에서 저는 조금 조미료역할을 한다고 할까, 맛을 낼 수 있는 역할

박인규 : 균형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성녀 : 너무 좋게 얘기한 것 같죠?

박인규 : 그런데 마당놀이라는 게 거의 두 시간 이상을 그야 말로 몸으로 속된 말로 때우는, 소리도 질러야 되고 몸도 움직여야 되고 굉장히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건데 매일 하시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닌 것 같은데요

▲ ⓒ프레시안

김성녀 :
마이크를 착용해서 몇천명 관객을 상대하니까 에너지가 보통 연극판보다 10배는 더 들고요. 또 춤추고 노래하고 저희 기가 딱 떨어지면 관객이 올라가질 않아요. 저희가 100% 200%를 해야 관객이 7, 80%올라오기 때문에 늘 에너지화돼서 2시간을 뛰고 노래하고 해야 됩니다.

박인규 : 초창기엔 젊으셨지만 지금은 28년이 지나서 연세도 드셔서 체력적인 한계는 안 느끼시나 모르겠어요.

김성녀 : 그래서 관객들이 볼 때는 막 해요. 그리고 딱 옷 갈아입으러 들어올 때는 아이고 죽겠다 그런 말이 나와요. 관객이 있으면 아픈 것도 몰라요. 그리고 이번 심청전에는 심봉사가 물에 빠지는 대목에서, 물에 빠지면 싱크로나이즈드인가 뭔가 발로 막 하는 춤을 춰야 되거든요. 그 분이 지금부터 벌써 걱정이에요. 나 이거 허리 아픈데 누워서 그걸 어떻게 하나? 그럼 다른 걸로 해야 되냐고 연출이 그러니까 그래도 욕심은 있어가지고, 그래도 하긴 해야지... 하고 걱정을 하더라고요.

박인규 :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하셨지만 작품마다 애드리브가 많으니까 그때마다 다 새로운 공연인데, 그래도 혹시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김성녀 : 옛날에 언로가 막혔을 때는 저희가 민방위 사이렌소리 같은 것도 이도령의 울음소리로 사이렌소리를 내고 그 시대 풍자도 하면서 민방위에 대한 얘기, 이런 아슬아슬한 경계를 다 연기로 표현했거든요.

박인규 : 독재시대에는 사회적인 풍자가 약간 강했군요.

김성녀 : 그런 것들을 많이 해서 대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구경하고 거기서 또 데모하러 가고 그랬는데. 지금은 점점 예술지향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너무 언로가 자유스러워져서 웬만한 풍자 해학은 먹히지 않아요.

박인규 : 저희는 사실 마당놀이 하면 효도공연,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하는 공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초창기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봤군요.

김성녀 : 그럼요. 젊은이들도 많이 봤는데 저희가 매일 같은 공연. 오래 하니까 배우들은 긴장이 풀어지면 장난기가 돌거든요. 에피소드 할 때, 제가 이춘풍전 할 땝니다. 첫회 할 때 이춘풍전도 재공연했는데 윤문식씨가 춘풍이 아니고 하인이었어요. 진행자였는데, 달을 들고 있었어요. 자기가 달처럼 하는. 그럼 이춘풍 마누라가 춘풍이가 안 들어온다고 달을 잡고 나무 밑에 쓰러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가 어느 순간 하다가 장난기가 돌아서 쓰러지면서 윤문식씨 바지를 잡아서 내렸어요. 그랬더니 이 분이 갑자기 너무 당황에서 그 달로 저를 때리러 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장면을 하다가 무대 뒤로 도망갔어요. 사람들은 그게 약속된 장면인 줄 아는 거예요. 너무 박수를 치고 좋아하고 그러니까 그 다음부터 그걸 고정신으로 집어넣었어요. 벗기면 팬티가 조금 보이잖아요. 윤문식씨가 처음엔 굉장히 창피해하고 잘못 올리다가 안 보여줄 것도 보여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관객도 그렇고 출연자도 그렇고 반주자도 다 그 장면만 되면 오늘은 어떻게 할까 와서 봐요. 그러니까 이 분이 슬슬 팬티 색깔을 바꾸면서 입고 오시는 거예요. 그런 식의 저희만의 장난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들을 관객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짜여지지 않은. 그래서 첫날과 마지막날 공연은 굉장히 많이 변해있어요

박인규 : 작년 같은 경우는 신정아씨 사건을 패러디해서 올렸다고 해요.

김성녀 : 네. 그래서 말을 타러 가는데 박씨가 그 말을 다 위조해서 팔죠. 이 말은 산동대학에서 왔는데 찾아보자, 거기는 증거가 없다. 이런 식으로 사회의 모든 얘기들을 다른 일과 작품에 넣어서 비유하니까 아는 사람은 알죠. 이현령비현령으로. 젊은이들은 그렇게 해서 좋아하고 학자들은 그런 데서 뭘 찾고, 나이 드신 분들, 어린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만화같이 꾸미는 데가 많으니까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또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장르라고 마당놀이가 평을 받고 있습니다.

박인규 :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살아있는 예술형태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28년을 해오셨으니까 그러면서도 연말에 하면 항상 관객들이 꽉 차는 이유. 지금 말씀하셨지만 마당놀이의 매력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성녀 : 짜여져 있지 않은 자유분방함 속에서 관객과 소통하거든요. 소통하면서 관객이 참여해야 마당놀이가 성립돼요. 추임새도 하고 관객이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것도 큰 장점이고. 그리고 가족들이 한 번 보시면 옛날 엄마손 잡고 왔던 어린아이들이 또 다시 엄마아빠가 돼서 자손들을 또 데리고 와요. 대를 이어서 오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마당놀이 고정관객들은 공연 보러 간다기보다는 명절, 연례행사, 이렇게 함께 와서 즐기시거든요. 그런 관객들이 반이 넘습니다. 그리고 또 의외로 30년을 해왔는데 새로운 관객, 마당놀이를 처음 보는 관객들이 50% 됩니다. 그건 저희도 굉장히 놀라운 일입니다.

박인규 : 소통과 참여. 참 적절한 표현이신 것 같네요. 걱정되는 건 이제 연세들도 많이 드시고 했으니 매년 이걸 할 수는 없잖아요. 후계자를 키우셔야 할 것 같은데 잘 키우고 계십니까?

김성녀 : 후계자는 키웠습니다. 저희가 젊은 역할 못하니까 젊은 배우들을 내세워서 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작은 역할만 해도 아직까진 저희가 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때문에 삼인방이 앞서지는 것 같아요. 이번 심청이도 제 제자 중에 오디션을 봐서 아주 춤, 노래, 연기를 잘 하는 새로운 인물이 또 이번에 부각되거든요. 이번에는 저희 삼인방 말고 심청이가 좀 관객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합니다.

박인규 : 2010년이면 30년 되시는데 나름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김성녀 : 그래서 그때쯤 되면 마당놀이 하이라이트를 조금씩 보여주는, 전체 그동안 해왔던 그런 걸 할 수도 있고. 윤문식 선생님이 30년을 꼭 채우겠다 하니까, 나이를 말씀드리면 안 되지만 꽉 차신 나이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분이 주축이 되는 기념공연을 아마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저는 조금 더 할 수 있거든요.

박인규 : 그런가요? 30년 되면 운명이 갈라지겠네요

김성녀 : 그러진 않을 것 같고 아무리 적은 역할이라고 윤선생은 본인이 살아있는 한 마당놀이 판에 낄 것 같아요. 이번에도 더블로 하면 좋지 않겠냐 했더니 이 분 말이 거칠잖아요. 첩은 둘 수 있어도 마당놀이 더블배역은 있을 수 없다. 마당놀이 명인으로 추대받았기 때문에 마당놀이에 대한 애정이 대단합니다.

박인규 : 30년 가까이 마당놀이가 꾸준한 인기를 얻는 건 좋은데, 지금 중앙대 국악대학장이시잖아요. 국악 일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은 아직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성녀 : 늘 국악 하면 기생들이 하는 연희라고 생각하고. 학교에서도 그래요. 국악과 학생들 가면 한 10년 전만 해도 기생들 간다, 아주 정말 가슴아픈 일이 많죠. 여러 가지 문화말살정책도 그렇고 우리 예인들을 광대라고 해서 천하게 쟁이 취급했던 사회의 관습도 있고. 그리고 서양문화의 문화사대주의 때문에 우릴 보는 시각들이 그렇거든요. 그래서 사실 국악이 학교로 가서 학교에서 교육하기 시작한 지가 한 20년, 역사가 2,30년 되기 때문에 이제 서서히 바뀌겠지요. 학사 출신, 석사 출신, 박사 출신 국악인들도 나오고 하는데. 저희는 지금 마당놀이도 지금 중앙대 총장이셨던 박범훈 총장 작곡이에요. 그 분도 국악을 전통을 바탕으로 해서 대중운동을 하자. 국악의 생활화. 저희는 연극을 너무 서양연극틀이 아닌 한국적인 연극을 하자. 이렇게 해서 의기투합해서 만든 게 국악과 연극의 만남인 마당놀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면서도 교육이, 이렇게 교과서도 국악을 이번에 줄여서 교수들이 데모를 하는데. 너무 서양적인 것들을 주도로 하는 게 지금까지도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명감이 있습니다. 마당놀이도 그런 운동 중 하나라고 보는데 제가 학교로 간 이유는 더군다나 국악대학으로 간 이유는 마당놀이에서 할 후배양성도 필요하고 사람들한테 사명감과 의식을 심어줘서 우리것을 지키게 하는 운동권들을 좀 만들고 싶은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아픔이 많습니다.

박인규 : 마당놀이 인기의 여세를 몰아서 우리 국악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성녀 : 연극도 함께

박인규 : 제가 남편 되시는 손진책 선생님을 작년인가 한 번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때 '벽속의 요정'이라는 모노드라마 작품 때문에 했어요. 혼자서 5살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다 하셨다는데 그것도 굉장히 체력이 소모되는 엄청난 작품이었다고 해요. 손진책씨도 거의 부인이시지만 존경을 표하셨던데 그때 굉장히 옆에서 보기에도 존경하시는 마음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그렇게 마당놀이를 비롯해서 힘든 연기들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 ⓒ프레시안

김성녀 :
역설적인지 몰라도 한에 있는 것 같아요. 우리것을 해온 사람의 한. 제가 연극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도 모노드라마 외국작품들을 한 사람들은 연극배우로서 굉장히 위상이 높아지고, 저 같은 경우는 마당놀이연극하는 사람, 급이 낮은 노는 사람으로 아는데 그래서 저는 제 이름을 걸고 한 모노드라마를 마당놀이 30년 하면서 한 번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그때 송승환씨가 펼쳐놓은 여배우 시리즈에서 저도 해보겠다, 도전장을 처음 내서 김성녀라는 이름을 걸고 벽속의 요정을 했더니 많은 분들이 마당놀이 하는 배우가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할까. 그동안 제가 아팠던 한, 아픔을 다시 한 번 찌르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자, 배우는 이런 것이다. 30년의 배우술을 보여주겠다. 오기가 발동해서 남이 할 수 없는 모노드라마, 2시간 반 동안 1인 30역을 하는, 거기다가 노래와 춤을 엮은, 그러면서 우리 얘기를 하는 모노드라마로 한풀이를 한 기억이 나요. 그 한풀이를 하면서 거기에 근간에 쌓인 제 재주라든가 실력을 연마할 수 있는 장은 바로 마당놀이였다. 마당놀이에서 제가 남녀 구분하지 않고 모든 역할을 했고 관객을 읽을 수 있는 배우술을 배웠고, 화술이나 노래, 발성이나 배우술을 다 마당놀이에서 배웠다. 벽속의 요정 탄생은 바로 마당놀이다. 저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연기했어요. 그랬더니 마당놀이 할 때 30년을 해도 상 한 번 안 주던 분이 벽속의 요정 한 번 하니까 그 해 모든 상을 다 저한테 주시더라고요. 그것도 또 기분 좋으면서도 가슴아픈 한이었습니다.

박인규 :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마당놀이를 저급한, 일반인들과 노는 정도의 연극이라고 보지만 실제론 그게 정말 굉장한 것이다.

김성녀 : 우리것입니다. 순수한 우리 연기, 우리 판, 우리 극장, 우리 연희

박인규 : 그런 것들이 좀 더 벽속의 요정 같은 작품을 통해서 결코 저급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라든가 청취자들에게 못다하신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 정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성녀 : 제가 이제 나이들수록 무슨 일 하는 게 더 옳다... 옛날에는 마당놀이의 그런 인식 때문에 마당놀이배우라고 불리는 게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연극배우, 뮤지컬배우, 이렇게 불리는 걸 좋아했는데 제가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마당놀이야 말로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장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자부심을 갖고 마당놀이를 이어갈 후배 양성이 제가 해야 될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로는 마당놀이 30년을 지켜오신 분들은 바로 관객들이거든요. 너무 힘든 상황에서 한 번 오셔서 스트레스 푸시고 저희와 함께 마당놀이판에서 다시 희망을 얻어가셔서 삶의 기운을 받아가셔서 즐겁게 사셨으면 하는 마음이니까 많이들 와주셔서 함께 마당놀이 심청판을 흥겹게 달궈주셨으면 하는 게 제 부탁입니다.

박인규 : 30년 가까이 마당놀이를 하면서 이제서야 자부심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기쁜 소식이기도 하고요.

김성녀 :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박인규 : 앞으로 훌륭한 후배들을 많이 키우셔서 마당놀이가 한국적 연극의 원형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역할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성녀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마당놀이의 여왕 김성녀씨를 초대해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마당놀이의 매력과 28년을 함께 해온 윤문식, 김종엽, 김성녀 마당놀이 3인방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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