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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의 진짜 구멍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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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의 진짜 구멍은 어디에 있나? [데스크 칼럼] <45> 군비 올리고 핵개발 하자는 이들의 속셈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이던 '초딩' 아들 녀석이 텔레비전 뉴스에 눈을 반짝거렸다. 구축함을 박차고 시뻘건 불을 뿜으며 발진하는 함대지 미사일, 순식간에 바닷속에서 튀어나와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잠대지 미사일 발사 장면이다. "북한 지휘부가 있는 사무실 창문을 골라 타격할 수 있는 정밀 유도무기"라며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이다. 아들 녀석, 이내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성탄절에 사준 레고 장난감에 딸린 대포를 가져 나와 논다.

이게 다 북한 탓이다. 뭐 좋은 일 있다고 다 뜯어말리는 핵실험은 해가지고 난리통을 만드나 싶다. 불량하고 한심한 짓이다. 아들 녀석 정신건강 걱정만이 아니다. 텔레비전 뉴스에 나온 그 보란 듯한 무기들, 내 지갑 밑에 붙어사는 '세금 먹는 하마'들이다.

핵으로 핵을, 무기로 무기를 억누를 수 있을 거라 믿는 군사제일주의자들이 돈 얘기를 왜 안 하나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14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을 대비하고 억지하는 방법 중 하나는 '킬 체인'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합참과 국방부에서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뽑고 있으니 국회에 곧 올리겠다"고 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북한이 정말 핵무장을 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는 여러 가지 타격 체계를 강구하고 있다"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가급적 빨리 구축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어트체(PAC-2)를 PAC-3로 계량하는 데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얼마 전 1조 원을 쏟아부어 도입한 PAC-2가 예산 낭비였다는 지적은 새카맣게 잊고 애들 장난감 바꾸듯이 2조5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PAC-3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서둘러 도입하고 대북 정보 수집용 정찰 위성도 더 늘리겠다고 한다. 작년에 미국이 글로벌호크 4대를 한국에 팔겠다며 미국 의회에 보고한 판매 가격이 1조3000여억 원이다. 이런 게 다 '선제타격'이라는 화끈한 이름하에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돈놀이다.

▲ 국방부가 공개한 함대지 미사일ⓒ국방부
핵무장론도 고개를 들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이상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우리도 비정상국가와 같은 행위를 해야 한다.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국제질서로부터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하기에 합법적 방법으로 핵 능력을 확장시켜 나가자는 주장이 바로 우라늄 농축과 핵 재처리 기술 및 시설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마침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시작된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바로 시작되니까 우리의 핵 재처리 기술 등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합의를 봐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당선인도 앞서 미국 의회 대표단을 접견해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원자력협정이 개정되도록 협조해달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 문제에 상당한 적극성을 가지고 임할 거란 얘기다. 하지만 여기에도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핵 재처리 공장, 고속로 건설, 고준위 폐기물 처리 비용 등. 일본의 전례에 비쳐보면 물경 200조 원이 든다는 추산이 있다.

이런 것들이 군사력 증강론자들과 핵 마피아들이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통쾌한' 논리를 덧씌워 국민들에게 내밀 청구비용이다. 얼마 전 국방 예산 1% 삭감에 호들갑 떨며 "복지를 위해 안보가 희생됐다"고 개탄한 사람들도 이들이다. 나라 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돈의 쓰임새를 놓고 보면, 핵실험을 한 북한과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는 쪽이 누구인가는 분명해 보인다.

가뜩이나 박 당선인의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4대 중증 질환 100% 국가 보장 공약이 후퇴한 데 이어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공약도 대상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다. 이래저래 북한 핵실험의 피해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생겼다.

물론 복지와 안보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복지도 튼튼한 안보 위에 있다는 말을 비틀어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불량한 집단이 가진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할 마당에 서민들에게도 국가 안보는 절체절명의 운명이다. 안보를 다지자는 주장에 보수니 진보니 따지는 것도 배부른 얘기다.

그럼에도 북한 핵실험 이후 군 당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산 무기 구매를 서두르는 모습은 보기가 불편하다. 아니나 다를까. 새 정부의 안보를 책임질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비리 전력이 있는 무기중개업체에서 자문이사로 근무했다. 2억 원이 넘는 자문료를 받았다고 한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아들의 병역 기피 논란에 휘말려 있다. 국가보안법의 달인이라는 법무부장관 내정자도 군 면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부동산 투기에 편법 증여, 위장 전입 등 자기 세금 아끼고 재산 불리는 일에는 탁월했던 모양이다.

따져보자. 우리 국가 안보의 진짜 '구멍'은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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