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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비행기서 최장집 책 읽은 안철수, 그의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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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비행기서 최장집 책 읽은 안철수, 그의 '새정치' [데스크 칼럼]<47> 링컨, 레미제라블, 노동 없는 민주주의
안철수 전 교수의 정치 복귀를 후하게 평가하는 편이다. 그의 절묘한 복귀 시점에 '타이밍 정치'라며 깎아내리는 평도 있지만, 이리 재고 저리 재느라 생긴 별명 '간철수'를 잊어도 좋을 만큼 과감한 면모를 보였다. 돌아와 던진 메시지도 방향을 잘 잡았다. 무엇보다 '정치'에 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영화 '링컨'을 언급했다. "링컨이 어떻게 여야를 잘 설득하고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서 일을 잘 완수해내는가. 결국 정치는 어떤 결과를 내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감명 깊게 봤다"고 했다.

지난해 그는 정치혐오적인 인식을 여러 번 드러냈다. 여야의 '증오의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그걸 해소할 만한 답을 선한 의지를 가진 '국민 후보'라는 엉뚱한 그릇에 우겨넣으려 했다. 중앙당 폐지,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을 정치개혁 방안이라고 내놓기도 했다.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안철수 현상'에 매몰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인'이 된 이율배반으로 안철수 정치의 1막은 실패로 끝났다.

"정치는 결과를 내는 것"이라는 그의 복귀 일성은 정치 원리에 대한 사뭇 달라진 그의 생각을 보여줬다. 갈등을 정치의 중요한 본령으로 인정하되 조정과 타협을 통한 진전된 결과의 도출이 궁극의 목적이라는 관점, 정치 혐오는 온데간데없다. 자신의 브랜드인 '새 정치'에 대해서도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겸손을 보였다. "단순히 이념으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의 정치"라고 했다. "후보 시절 내놓은 정치쇄신안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모두 옳은 방향이다.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엔 영화 '레미제라블'을 언급했다. 1832년 파리 6월 혁명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공교롭게 지난해 대선 전날 개봉한 탓에 투표 열기와 연관되기도 했으나, 600만 흥행 돌풍의 요인은 극심한 양극화의 참상이 먼 옛날 남의 나라 일 같지 않은 공감대였다.

그는 양극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영화 이야기로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양극화가 문제라는 건 누구나 알고 누구나 말한다. 안 전 교수도 대선 후보 시절 "양극화 해소가 시대적 흐름이자 과제"라고 했으니 새롭지 않다. 주목하는 건 양극화 해소에 있어서도 그가 정치의 역할에 착목한 부분이다.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 그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책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을 봤다고 한다. 이 책은 민주화가 진행된 한국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노동의 현실을 다뤘다. 경제민주화 담론의 범람 속에도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가 정치세력에 의해 대의되지 못한 우리 정치의 현실을 현장의 언어로 해부한 책이다.

▲ 안철수 전 교수가 귀국 비행기에서 최장집 교수의 책 <노동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을 읽고 있다. ⓒ연합

나온 지 몇 달 된 이 책을 그는 왜 굳이 비행기 안에서 사진까지 찍혀가며 봐달란 듯이 읽었을까? 사회적 갈등 구조와 조응하지 못하는 현재의 정당 체제의 한계에서 안철수 정치의 2막을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독자 정당 건설이다.

최 교수는 경향신문의 신년 인터뷰에서 그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제3의 정당을 만든다면 그것 자체가 한국 정치사와 정당체제의 중대한 변화다. 한국 정치는 양당 구조가 기본 틀인데 제3의 정당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바람직하다. 양당제가 잘못 돌아가면 일종의 담합구조가 된다. 안철수 씨가 한국 정치사에 기여하려면 제3의 정당을 만들어서 성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정당과 정치의 역할을 열심히 배우고 익힌 듯한 안 전 교수의 귀국 메시지는 결국 이 같은 조언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최 교수의 바람대로 그는 정당 만들기에 성공해 한국 정치사에 기여할 수 있을까? 더불어 이 외생 정당의 충격이 아직까지도 밥그릇 지키느라 여념 없는 민주당의 개혁까지 추동해 낼 수 있을까?

그러기를 바라지만 정당을 만드는 건, 특히 '좋은 정당'을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그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오늘의 안철수를 있게 한 대중들의 정치 혐오는 이제 안철수에게도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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