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과학적 의문을 제기해 온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가 어뢰 폭발 당시 '1번' 글씨가 타버리지 않을 수 있다는 송태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승헌 교수는 4일 <한겨레> 칼럼을 통해 "송태호 교수는 버블 가스 팽창 과정이 가역적이라고 가정해 계산했는데, 폭발 과정은 비가역적이어서 그의 주장은 틀리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지난 2일 '1번 글씨가 쓰인 디스크 후면의 온도는 바닷물 온도인 3℃보다 0.1℃도 상승하지 않는다'며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지지했다.
그는 "어뢰 폭발 때 버블이 단열 팽창하면서 급격히 온도가 낮아지고 폭발 후 0.05초 후에는 도장면에 열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약 130℃의 낮은 온도로 급속히 냉각되고 0.1초가 지나면 28℃까지 내려간다"면서 "이 때문에 화염의 충격파에 직접 노출되는 디스크 전면의 온도라고 해도 기껏 5.5℃를 넘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승헌 교수는 이러한 계산이 나온 가정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만일 계산이 맞았다고 해도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설사 그의 계산이 맞아 '1번'이 쓰여 있는 디스크 후면에 0.1℃의 온도 상승도 없었다면, 폭약이 들어있는 탄두에서 디스크보다 더 멀리 떨어진 프로펠러에 어떻게 폭약 성분인 알루미늄이 흡착됐는지 설명이 안 된다"며 "이는 알루미늄 산화물이 폭발 결과로 붙었다는 합조단의 주장과 상충한다"고 반박했다.
"천안함 진상 집단지성이 풀 수 있어"
이승헌 교수는 이어 천안함 함체와 어뢰 추진체에서 검출된 흡착물에 대한 합조단의 EDS/XRD 분석 결과에 대해 "앞뒤가 맞지도 않고 조작됐음이 분명한 게 훤히 보인다"며 합조단의 최종보고서 발표 후 흡착물과 관련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제는 허깨비 뒤에 숨어 있는 천안함 침몰의 실체를 밝히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천안함의 진실은 상식인들의 집단이성이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그는 천안함 스크루 변형 상태에 대한 합조단 설명의 모순점을 지적하면서 "합조단에 참여해 스크루 날개 변형 상태를 맡았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가 자기 시뮬레이션 결과는 합조단의 주장과 다르다는 것을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스크루 변형 상태에 대한 지적이) 제한된 정보에서도 천안함 진실을 캐낼 수 있는 틈새"라면서 지난 6월 말 언론단체를 대상으로 한 합조단의 설명회에서 한 기자가 한 질문을 예로 들었다.
합조단이 스크루 날개의 변형 상태를 뉴턴의 '관성 법칙'을 들어 설명하자, 한 기자가 "관성이면 휜 방향이 정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면서 "그 질문이 천안함 침몰 원인의 실체에 접근하는 시발점"이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천안함 진상을 밝히는 데는 박사학위가 필수조건이 아니다"며 "상식을 가진 집단 이성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들의 역할은 그 와중에 나타나는 허깨비들을 치우는데 그친다.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들의 역할이 있긴 하다. 누가 어떻게 그 허깨비를 만들었느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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