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이유로 필자는 국방부에도 깊은 존경을 표한다. 국방부의 공식적 입장에 정반대되는 주장을 국방부에서, 그것도 기자브리핑 시간에 발표하도록 하는 관용의 자세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송태호 교수가 행한 것과 같은 이론적인 계산은 상당 부분 이론의 전제조건과 계산의 초기조건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따라서 송 교수의 결론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뢰의 폭발 과정이 송 교수의 전제와 같은 '가역적 단열팽창'이냐의 여부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이승헌 교수가 반박을 한 바 있으므로 필자는 언급하지 않겠다. 이 글에서는 송 교수의 전제조건과 초기조건이 맞는다고 가정하고, 이 경우 송 교수의 결론은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합조단의 주장을 부정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송 교수의 결론은 '1번' 글씨에 대한 우리의 핵심적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승헌 교수와 필자는 <경향신문> 6월 1일자 기고문에서 어뢰에 나타나는 모순적 현상을 이렇게 지적했다. "외부 페인트가 탔다면 '1번'도 타야 했고, '1번'이 남아 있다면 외부 페인트도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과학이다. 그러나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외부 페인트는 타버렸고, 저온에도 타는 내부 잉크는 남아 있다." ()
송태호 교수의 결론대로 '1번'이 타지 않았다면 외부 페인트도 타지 않았어야 한다. 송 교수의 계산 결과를 보면 버블이 반경 6.3m까지 팽창해 어뢰의 '1번' 글씨 부분을 감싸는 순간 버블의 온도는 섭씨 28도이다. '1번'은 물론 외부 페인트도 태울 수 없는 온도다. 따라서 송 교수의 계산이 맞는다면 어뢰 추진체 뒷부분의 외부 페인트가 타버렸다는 사실이 설명되지 않고, 우리가 지적한 모순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 송태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2일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자신의 계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송 교수가 버블효과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버블이 함저에 닿는 순간 "선체 바닥에 대기압보다도 낮은 0.1기압의 음압(陰壓)이 가해지면서 가공할 굽힘 응력을 작용시키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0.1기압이 "가공할 굽힘 응력"인지는 수사적인 표현이므로 논외로 치더라도, 이 버블 압력은 필자가 추산했던 것보다도 훨씬 약한 압력이다. 이 정도의 압력으로 천안함 선체가 절단될 수 없는 것은 말할 바도 없다. (☞관련글 "버블효과는 없었다" 바로가기)
더군다나 송 교수는 폭발 후 0.2초면 버블이 "대기에 일부 노출"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버블은 대기에 노출되면 터지게 된다. 당연히 더 이상의 팽창과 수축은 불가능하다. 합조단은 버블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천안함을 절단시켰다고 했지만, 송 교수는 버블의 1차 수축조차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송 교수의 결론을 따르면 버블제트와 물기둥 현상이 불가능하다. 버블이 터지는 순간 버블 압력이 외부압력보다 낮으므로 주변의 물이 버블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버블이 터지는 순간 그 압력으로 물이 분사되어 100m 이상의 물기둥을 형성한다는 합조단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송 교수의 결론은 버블효과에 관한 기존 이론과 실험결과들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중대한 주장이다.
송 교수의 결론이 맞는다면 국방부는 합조단의 조사보고서를 폐기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송 교수의 주장이 맞는다고 보는가. 이제는 국방부가 답할 차례이다.
* 필자 서재정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중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학에서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받은 후 현지 워싱턴 D.C.인근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천안함에 대한 서재정 교수의 다른 글은 본 기고문 아래 '필자의 다른 기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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