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했던 미국인 스티브 하우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애리조나 지역 TV 방송 <KPHO>와의 인터뷰에서 "1978년 어느날 도시 한 블록 규모의 땅을 파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그냥 처리할 게 있다면서 도랑을 파라고 했다. 그러나 파묻은 것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미군 상병이었던 하우스가 파묻은 물체는 밝은 노란색 또는 오렌지색 글씨가 쓰여진 55갤런(약 208리터)짜리 드럼통들이었으며, 이 중 일부에는 '베트남 지역, 컴파운드 오렌지'라고 적혀 있었다고 그는 증언했다.
'컴파운드 오렌지'는 일명 '에이전트 오렌지'로도 불리며,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고엽제. 다이옥신계의 맹독성 물질로 암과 신경계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출될 경우 후유증도 심각한다.
하우스와 같이 복무했던 로버트 트라비스는 창고에 250개의 드럼통이 있었으며 이 드럼통을 일일이 손으로 밀고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트라비스는 당시 실수로 드럼통에서 새어나온 물질에 노출된 후 온몸에 붉은 발진이 생기는 등 건강상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우스와 트라비스 외에도 당시 복무했던 1명의 미군이 추가로 이같은 사실을 증언했다고 <KPHO>는 전했다. 방송사 관계자는 18일 "전직 군인 3명의 증언내용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캐럴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얘기는 처음 접하며 아무것도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미8군도 서둘러 입장을 내놨다. 제프 부치카우스키 주한 미8군사령부 공보관(중령)은 이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실시할 것"이라며 "관련 증언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록이 있는지 파악하는 한편, 환경 전문가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던 당시의 스티브 하우스 상병과 부대 동료들의 모습 ⓒ미국 <KPHO> 방송국 홈페이지() 화면캡처 |
환경부 "미군에 사실확인 요청할 것"…칠곡군‧주민 '불안'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오늘 오후 열기로 한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환경분과위에서 주한 미군의 증언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고 사실 확인을 촉구할 것"이라며 "향후 분과위 정식 안건 상정을 통해 미군기지 내부 공동 조사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또 캠프 캐럴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 영향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칠곡군 지자체와 주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칠곡군 측은 고엽제를 묻었는지 당장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캠프 캐럴이 환경을 오염시킨 사례가 많았다고 이날 <연합뉴스>가 전했다.
▲ 영화 <괴물>은 주한미군이 한강에 버린 화학물질 때문에 괴물이 탄생했다는 설정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
칠곡군 주민 박상철(47)씨는 <연합>에 "독성이 강한 고엽제를 묻었다면 주변이 오염됐을 텐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KPHO> 방송은 미군이 맹독성 화학물질을 묻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됐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터 폭스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오염된 지하수를 관개에 이용했다면 오염물질이 음식 재료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방송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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