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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 부활시킬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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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 부활시킬 때가 왔다" '2001 한반도평화회의' 열려…"5.18 기록물 유네스코 등록, 노벨상 이은 쾌거"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2011 한반도평화회의'가 지난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광주평화재단과 한반도평화포럼, 프레시안, 광주매일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 회의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진단하고 향후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거꾸로 선 포용정책'에 대한 비판 한 목소리

발표자로 나선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 포용정책의 타당성을 강조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포용정책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의 변화와 북핵 폐기를 강조하는 것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포용을 전제로 한 북핵 해결과 북한 변화가 아니라 거꾸로 북핵 해결과 북한 변화를 전제로 한 포용"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대북 포용의 목표를 당장 북한에 요구하는 결과 중심의 대북정책에 집착하고 있는 셈"이라며 "주장과 구호만 앞세운 아마추어리즘으로는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모두에서 발언권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포용정책 폐기는 북한의 굴복이나 변화를 얻어내지도 못한 채 그동안 쌓아왔던 남북관계의 성과를 무위로 돌리는 최악의 선택"이라며 "무조건 문을 닫고 남북관계를 중단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희망하는 북한의 변화를 저절로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태우 정부 이후 지금까지 대북 포용의 과정이 나름의 긍정적인 성과를 가지고 꾸준히 진화해왔음을 인정하고 이를 계승하면서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며 "정치적 입지에 포박되어 전임 정부의 대북 포용을 포기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굳이 돌아가지 않아도 될 길을 험하게 돌아가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주평화재단의 정영재 대표는 '남북관계 전환에 대한 모색'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남북관계의 전환과 6자회담 재개 여부는 현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 단절이 계속되면 또 다른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불러올 수 있으며,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국·미국과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영재 대표는 "남북이 제기하고 있는 대화의 진정성이란 일단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속마음이 열릴 때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라며 "진정성을 이유로 북한과의 만남을 무조건 피함으로써 지난 3년간 북한의 도발과 유화전략에 끌려 다녔던 경험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정부에 세 가지 제언을 했다. 첫 번째는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성과를 인정함으로써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국제기구의 대북 식량 지원 움직임과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에서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입장으로 남북관계 전환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천암한 사건 이후 정부가 내놓은 5.24 대북 제재 조치를 철회하고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며 남북 경제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제언으로는 "남북관계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 재개를 통해 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반도평화포럼

"'남-북-중 삼각관계 선순환' 전략 마련해야"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평화전략'이란 주제 발표에서 진보개혁 진영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견지해야 할 대외전략의 얼개를 제시했다.

김연철 교수는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에서 나아가 '남-북-중 삼각관계의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이란 한·미 양국이 한반도 탈냉전의 방향을 합의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개선을 선순환시키는 전략인데, 현재 중국의 부상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남-북-중 삼각관계'에 대한 전략도 필요한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개입정책 약화가 가져온 지역 질서의 혼돈을 북중관계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며 "과거 북미관계 개선 국면에서 북한은 가능하면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선택하곤 했지만 현재 양과 질 모두에서 달라진 북중관계는 동북아 질서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한중관계 복원을 통해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의 전략적 이해를 높이고 경제적으로 북중 경제협력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동북아 지역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 전략은 한반도 전략을 지역 전략과 결합하는 것"이라며 "서독의 동방정책이 우선적으로 소련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동서독 관계를 풀어나갔듯이,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 사회주의권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갔듯이, 동북아 지역 질서의 변화와 함께 한반도 질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제기했던 동북아균형자론을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동북아에서 균형외교는 지역 평화 질서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 통일'이라는 발표에서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단절로 시작된 북중관계의 밀착 상황을 분석했다.

김재기 교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는 남과 북이 국경을 사이에 두고 분단국가 체제가 영구화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게 만든다"며 "이명박 정부는 통일의 대상인 북한 체제와는 교류·협력 없이 분단된 상태로 살 수도 있다는 것을 학습시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북중관계 밀착과 북한의 친중국적 행보가 남북관계의 경색 속에서 생존을 위한 일시적인 전략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통일이 아닌 분단도 남북한이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적으로 북중 밀착 관계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한중 협력 체제를 강화해 남북관계 발전에 중국 변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반도평화회의에는 공동주최 단체인 광주평화재단의 조비오 이사장, 한반도평화포럼 백낙청 공동이사장,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해 이재정·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 200여 명의 단체 대표, 지역 주민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회의가 열린 5월 27일은 19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전남도청을 마지막으로 사수한 날이라며 행사의 의의를 되새겼다. 강운태 시장은 "유네스코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확정한 것은 5.18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쾌거"라며 "5.18 세계화의 결정적인 열쇄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버금가는 경사스러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회의 후 열린 만찬에는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참석해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 비서관으로 평양에 다녀왔던 일을 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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