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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일본 총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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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일본 총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됐다"? 노다 총리 '냉온정지' 선언에 전문가들 냉랭 "문제는 이제 시작"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의 '수습'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외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성과를 과대포장해 비판 여론을 모면해 보려는 일본 정부의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16일 오후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상태가 '냉온정지'(冷溫停止, cold shutdown)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당초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올해 말까지 이 단계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냉온정지란 원자로 내에 투입된 냉각수가 100도 이하로 유지돼 증발하지 않고 냉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따라서 수증기 등을 통한 방사능 물질의 유출도 뚜렷이 감소 추세에 접어드는 단계를 말한다.

노다 총리는 이날 원자력재해대책본부 회의에서 "원자로가 냉온정지 상태에 달해 사고 수습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밝히고 '원전 정상화 로드맵 2단계', 이른바 '스텝 2'가 완료됐음을 선언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전날 도쿄전력 측도 제1원전 1∼3호기의 압력용기 하부 온도가 38∼68도의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퍼지는 양도 줄어들어 원전 부지 경계지점 기준 피폭량이 일반인의 연간 한도인 1밀리시버트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단계 완료 선언에 따라 앞으로는 3단계 대책인 원자로 해체 및 방사성 폐기물 관리 등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도쿄전력과 일본 경제산업성이 작성한 로드맵에 따르면 원전 해체에는 최장 40년이 걸릴 예정이라고 <NHK> 방송이 전날 보도했다.

▲지난달 중순 공개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내의 모습. ⓒAP=연합뉴스

"문제는 냉온정지가 아니다"

그러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6일 "비판가들은 '위기는 끝났다'는 도쿄전력의 주장을 일축했다"며 "원전을 통제 하에 두려는 성급한 시도는 복잡한 문제들을 쌓아놓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원전 현지에 위장 취업해 취재한 후 최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한 프리랜서 기자 스즈키 도모히코(鈴木智彦)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며 "과연 그 (냉온정지 상태의) 온도를 몇 년이고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냉온정지란 더 이상의 방사능 유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유출량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이미 유출된 물질의 양도 막대하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기준 후쿠시마 사태로 유출된 방사성 세슘의 양은 1만5000테라베크렐('테라'는 1조를 뜻함)로 1945년 히로시마 원폭의 168.5배에 달한다고 인정한 바 있다.

같은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냉온정지라는) 이정표가 세워졌다지만 가야 할 길은 매우 멀다'고 평했다. 신문은 "후쿠시마 원전의 문제는 여전히 막대하다"면서 "원전의 상태에 대한 확실한 발표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후쿠시마 원전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들로 어지럽혀져 있고 원자로 인근은 방사능 농도가 너무 높아 사람이 접근하기도 어려운 상태라면서 "만약 냉온정지 상태로 들어갔다 해도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까지 감소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현재로서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 너무 많아 일본 당국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가 만든 전문가 위원회를 대표하고 있는 야마나 하지무(山名元) 교토(京都)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뭘 해야 할지 우리도 모른다"면서 "무엇보다도 원전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신문은 이어 원자로 냉각에 쓰여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이 유출될 위험성도 줄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쿄전력은 이달 8일 원전 내 물탱크에 세슘 등을 제거한 저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10만 톤 가까이 쌓여 있어 내년 3월 상순이면 저장 용량을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쿄전력은 이 저농도 오염수를 재정화 조치 후 바다에 버리겠다고 밝혀 어민단체의 반발 등 논란을 자초했다. 그 이틀 전에는 스트론튬 등 방사능 물질이 260억 베크렐이나 포함된 고농도 오염수 150ℓ가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뉴욕타임스> "냉온정지 선언은 기만"

지난 14일 미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현재 원자로의 상황에 비춰볼 때 '냉온정지'라는 용어는 안정성에 대한 과장된 함의를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부 전분가들은 냉온정지 선언을 "기만적"이라고 폄하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심지어 쿠도 카즈히코(工藤和彦) 큐슈(九州)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로를 실제로 열어 보기 전까지는 핵분열이 재개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쿠도 교수는 자신과 다른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추가 지진이나 쓰나미(津波)라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갖춰진 냉각 시스템은 서둘러 지은 것이라 지진에 매우 취약하며 절반에 가까운 부분이 고무 호스로 이어져 있을 정도다.

쿠도 교수는 "지진이나 쓰나미가 한 번만 발생하면 후쿠시마 원전은 다시 (3월 대지진 직후의) 시작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런 불안정한 상태를 과연 '냉온정지'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신문은 "많은 지진학자들도 후속 지진이 일어난다면 사태 복구를 위해 긴급하게 새로 건설한 냉각 시스템은 완전히 끝장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지 커져 가는 대중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원자로의 안전에 대한 현존하는 위협에서 주의를 돌리게 하기 위해 승리를 선언한 것일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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