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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도 민주노총도 정파의 먹잇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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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도 민주노총도 정파의 먹잇감이었다" [길 잃은 '노동정치', 좌표는?·⑤] 박원석-나순자-박상훈 좌담
- 길 잃은 '노동정치', 좌표는?
☞①"자본가는 피를 빨고 진보정당은 표를 빨았다"
☞②"쓰레기차에 실려간 영정사진들이 남긴 숙제"
☞③"이준석, 김재연이 청년대표?… 취업 걱정 해봤나"
☞④"진중권 유시민은 좋지만 진보정당은 싫다. 왜?"


통합진보당 사태는 단순히 비례대표 경선에서의 절차적 민주주의 실종 문제를 떠나,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숙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4.11 총선에서 '노동벨트' 울산과 창원에서 참패한 것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진보정당의 노동 중심성이 사라졌다. 그 원인에 대해 <프레시안>은 일련의 기사에서 나름의 답을 찾아보려 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좌담을 준비했다. 통합진보당 박원석 의원과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마주앉았다. 이들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배태돼 왔던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관계에서의 문제점을 짚었다.

문제의 뿌리가 생각보다 깊다는 인식에 세 사람이 일치했다. 또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정파 폐해를 꼽았다. 정파가 노조와 당을 집어삼키고 심지어 스스로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통렬한 비판도 나왔다.

다음은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이날 대담은 임경구 프레시안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편집자>
▲진보정치와 노동운동과의 관계를 놓고 4일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도서출판 '후마니타스'의 박상훈 대표가 마주앉았다. ⓒ프레시안(최형락)

"4.11 총선, 진보정당도 민주노총도 패배자"

프레시안 :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진보정당과 노조에 노동정치, 혹은 노동자 중심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박원석 : 노동정치, 노동중심성의 위기에는 내용적인 것만이 아니라 형식적인 것도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 중 진보정당 당원이 3만5000~4만 명이 된다고 한다. 당 내에서는 비율이 크지만, 민주노총 조합원 수에 비하면 4~5%밖에 안 된다.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해도 굉장히 작은 비율이다.

십 수 년 동안 진행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실제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전반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조원들의 정치의식이라는 것도 얼마나 진보적인지 볼 필요 있다. 진보정당보다는 보수정당, 민주당을 훨씬 더 많이 지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조직 상층부의 담론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조직된 노동자 중심, 상층 간부와 활동가 중심의 지향과 활동으로 국한되는 것이 과연 노동 중심성을 대표할 수 있는 걸까? 노조 조직률 자체도 낮은데 노동 내부에서 여러 분화와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시민권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조직노동자 중심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 '99%'를 폭넓게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당 내에서 노동을 대표하는 분들도 '정파 중심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정파 중심성이 노동 중심성을 압도하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도 나타난 게 아닌가 한다.

나순자 : 2000년 민주노동당을 처음 건설할 때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우리가 건설하는 당'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원가입 후에는 '만들어놨으니 당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신경을 못 썼다. 2008년 분당 이후로는 현장에서 진보정당에 대해 얘기도 꺼낼 수 없는 분위기가 노조 내에 있었다.

지금 논의되는 '노동 중심성'이라는 것이 처음 민노당 건설 이후로 어느 순간부터는 사실상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공직 후보자나 선출직 당직 등 당 조직 전체에 노동자 출신이 얼마나 있나? 둘째, 노조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당 안에 만들어져 있나? 이 두 가지가 없다 보니 서로 갈 길을 갔고, 당이 명망가 중심으로 가지 않았나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노동 중심성'이 실현되는 것인지도 얘기해야 한다. 예컨대 보건의료노조는 무상의료 문제를 제기했다. 병원 인력문제도 심각하다. 공공병원 예산도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힘이 필요하다. 진보정당이나 민주당 의원들과 협조해도 병원에서 일해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고 한계도 있었다. 그래서 '대리정치' 아닌 직접정치를 해 보자고 한 것이다.

박상훈 : 노동 중심성이라는 말의 의미부터 따져봐야 한다.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만든 민노당이라는 실험은 실패했다. (통합진보당이라는) 두 번째 실험을 하는 것인데 어떤 면에서는 2004년 식의 노동 중심성을 일부 수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다른 기준에서 평가해야 한다. 노총이든 정당이든 첫 번째 실험에서 실패한 이후 내세웠던 게 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실험을 할 때는 분명한 입장을 내세운 바가 없다. 애초부터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사회에서 노동과 진보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가 이번을 계기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004년의 실험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노동 문제를 두 가지로 나눠서 봐야 하는데, 첫째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이고 둘째는 진보정당이 어떻게 노동을 대표하느냐 하는 문제다. 이 두 가지는 반드시 만나는 게 아니다. 출발은 그랬지만, 당은 당의 길이 있고 노조는 노조의 길이 있으니 선진국 민주정치에서 이 둘이 반드시 만나는 건 아니다. 다만 협력하고 병행·발전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의 문제다.

노총이나 당이나 둘 모두 이번 선거에서 실패했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뭔지,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순자 위원장처럼 당연히 비례대표로 들어가야 할 분들은 경선 순위에서 밀려 들어가지 못하고, 지역에서도 뭘 했는지 모르겠다. 설사 민주노총이 방침을 내린다 한들 (관철)할 수 있었을까? 스스로 정치동원을 하거나 노동대중을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진보정당 쪽도 노동을 어떻게 대표해야 할지 몰랐다. 순위 경선이라며 자신들은 책임을 안 지고 (후보들의 득표력, 당원들의 선택이라는 구실로) 미뤄놓은 측면이 있다. 양측 모두 의지나 목표, 전략이 없었다.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2008년 분당 이후 현장에서 진보정당이란 말도 못 꺼내"

프레시안 : 그 원인이 뭘까?

박상훈 : 2008년 분당이다. 정당이 총선·대선 후보를 내는 과정, 혁신 과정, 분당 과정에서 정당 하나도 운영 못하는 실력을 스스로 보인 거다.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든 노동을 대표하든 그건 2차적 문제고 조직 운영에서 무능했다. 그게 노동운동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당이 노동대중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깨지니 현장에서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 아닌가. 물론 이들이 노동자를 대표하지 않으려 한 건 아니지만 의지만 가지고는 안 된다. 정파나 개인의 권력욕을 통제하지 못했다. 정치도 현장도 무기력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정치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고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프레시안 : 나 위원장은 원인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또 민주노총 안에서는 '2차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말이 나오는데, 얼마나 실효성 있는 준비가 되고 있는가?

나순자 : 원인에 대해서는, 민노당 건설 후 당과 노총의 관계설정을 좀 엄격하게 했어야 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다. 결정적인 것은 2008년 분당으로 인해 현장에서 당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노총에서 통합을 위해 대의원대회에서도 논의하고 통합 추진위원회도 구성해 활동했지만 당이 분열돼 있으니 현장도 분열될 수밖에 없었다. (분열이 있는 한) 울산·창원의 노동벨트에서 이번 총선과 같은 사태가 이후에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진보적 노조 활동가들도 분열된 모습을 보면서 관심이 멀어졌다.

민주노총에서는 2009년부터 진보정당의 대통합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통합진보당이 탄생하면서 배제된 상태다. 통합진보당 창당 이후 '제2의 정치세력화'를 해 보자고 했지만 안 됐었는데, 통합진보당이 이렇게 되면서 다시 한 번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서 노동자 중심 진보정당을 해보자고 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했고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프레시안 : 박 의원은 민주노총 중심의 당 재건에 찬성하는가?

박원석 : (당에서는) 이른바 노동 중심성의 초점이 흐려진 것, 노조 입장에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구체적 사유를 잊은 것이 실패 원인인 것 같다. 선거에 필요한 정치력이라도 발휘했더라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민주노총의 방침도 불분명했고 조정 가능한 진보 내부의 균열을 조정하지 못했다. 노동정치의 재구성과 노동 중심성 복원에서 균열은 뛰어넘어야 할 과제다.

1차, 2차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고 하는데, 민노당과 통합진보당은 모델이 다르다. 통합진보당은 계층연합, 대중연합이라는 '연합정당'이다. 실제로는 '정파연합'이 당을 지배했지만 말이다. 민노당이 구상한 전형적 계급정당과는 달라져 있다는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정치'라는 게 뭔지도 불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면 노동정치,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 노동자는 곧 시민인데, 시민인 노동자들이 생활세계 지역에서 풀뿌리 생활정치의 주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 당의 지역정치와도 만나지 못한다.

노조의 이해관계와 의제를 관철시키는 것을 '노동정치'라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노동자이자 시민인 '노동 시민'을 각성시키고 지역정치와 생활정치의 주체로 세우도록 해서 노동과 정치가 만나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는 조건에서 노동정치가 편의적으로 이해되는 것 같다.

주요 당직이나 공직선거 후보에 노동자가 얼마나 들어오느냐 하는 것도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나, 그걸로 됐다고 할 수는 없다. 여전히 민주노총 상층 간부 중심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거냐 하는 가치 중심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 노동 가치 중심성이라는 근원적인 성찰이 돼야지, 노동자 출신이 당직·공직에 진출했나는 부차적 문제 아닌가?

다만 가치 중심성도 약화된 게 사실이다. 노동의 가치를 관철시키기 위해 당력을 기울여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반값 등록금' 등 중산층도 동의하는 의제에 (통합진보당의) 무게중심이 가 있는 게 사실이다.

나순자 : 우리가 노동자라고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박 의원 말이 맞지만, 실제로 보면 노동 가치를 실현하는 데서도 중심 세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게 조직된 노동자다. 경험을 해 보니 노동자를 조직하려면 산별노조로 가야 한다. 10%도 안 되는 노조 조직률을 올리려면 기업별 노조를 뛰어넘어야 하고, 단협 효력 확장제도 등이 마련돼야 한다. 그런데 당에서 산별 교섭을 법제화하자는 얘기를 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또 당의 정책·조직 담당자들 중 노동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현장에서 현실감 있게 느끼는 정책과 구체적 계획을 갖고 추진하기 위해 당에 노동 경험이 있는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진보정당도 민주노총도 지배하는 그들…정파"

박상훈 : 민주화 이후 노조와 정당의 관계에서 당위적인 것은 없다. 노조는 노조대로 자신의 이해관계와 열정을 정치에 투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당은 당대로 노동 대표성을 발휘하기 위해 실력을 갖춰야 하는데 둘 모두 대중을 효과적으로 대표할 능력을 못 갖췄다.

노조는 노조대로 일할 수가 없는 조직이다. 선거를 1년에 한 번 하니 총파업 할까 말까 몇 번 고민하고 나면 다음 선거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누군지 알고있는 시민이 얼마나 있을까? 노조가 정책역량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도 매우 적다. 정책을 효과적으로 요구하지 못하는 구조다. 민주노총은 사실 아직 형성기다. 형성기에는 결정 비용을 줄여야 한다. (방향이) 좀 틀리더라도 당과 노조가 긴밀히 결합해 현안 속에서 성장의 계기를 가져야 한다. 그게 리더십이다. 그런데 양쪽 다 리더십이 없는 구조다.

게다가 당도 노조도 학생운동의 연장에서 이뤄져 쁘띠부르주아 정서가 지배한다. 남미처럼 노조가 지배하면 그래도 규율이 있고 방향이 정해지면 헌신하는데, 학생운동은 리더를 싫어하고 개인 중심적이지 않나. 그러니 정파밖에 없는데 정파도 당과 노조의 정책자원을 탕진하고 말았다.

잘 조직된 정파의 먹잇감이 돼버린 게 당과 산별노조이지 않나. 예산 있고 자리 있으니 그렇다. 그건 노조도 똑같다. 노조 지도부 선거 때마다 정파들이 자기 사람 집어넣는 식이 됐다. 그러니 (정파가) 당도 노총도 산별노조도 망가뜨린 거다. 그럼 정파는 살렸나? 정파도 개인 리더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경기동부가 살아난다 한들 시민들에게 인정받겠나?

수많은 사람의 열정과 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정파가 탕진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게 문제다. 정파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당과 대중조직을 굳건히 지켰어야 한다.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이익집단밖에 안 된다. 노조도 정당도 마찬가지다. 미국·일본형 정치구조를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 끊어내고 다시 가야 한다.

박원석 :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유보한 것인데, 사실 그 배타적 지지가 안주하게 만든 면이 있다. 노동은 노동대로, 당은 당대로 명확한 자기방침이 서야 하는데, 배타적 지지로 묶어놓으니 노동 중심성이 '당에서 자리를 얼마나 주느냐'는 형식적 문제로 이해됐다. 굳이 배타적 지지로 묶어 그 구조 안에서 긴장 없이 안주하는 게 좋을까? 양자가 일정한 긴장이 있어야 한다.

박상훈 : 그러나 형성기 때는 배타적 지지도 괜찮다. 영국노동조합회의(TUC)없이 영국 노동당이 있겠나? 유럽에서도 초기의 대중정치 실험을 그런 식으로 통과했다. 장기적으로는 박 의원 말씀이 맞지만, 초기에 약자들이 힘이 없는 조건에서 가진 힘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만든 관행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할 수 있느냐다. 지금 민주노총이 실력이 있다면 (배타적 지지를) 밀어붙여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당이 노조에서 독립을 해도, 조합원 대부분이 당원이라면 당의 주요 포스트(자리)에는 조합원 가운데 노조에서 실력을 쌓은 사람이 오게 돼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가면 관료화 등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안정된 기반이 노동밖에 없다. 실력이 있으면 배타적 지지를 해 보라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초기 과정에서의 비정상적인 것일 수 있지만 나쁜 것도 아니고 유익한 면이 있다.

나순자 : 현장에서는 배타적 지지를 안 하게 되면 다 민주당으로 가지 않겠나 하는 걱정이 있다. 당이 일정 정도에 오르지 않았고 색깔론도 덧씌워지고 해서 현장에서는 (배타적 지지가 철회되면) 어려울 것 같다.

박원석 : 배타적 지지 해도 조합원들은 민주당 많이 지지한다. (웃음) 기존의 당과 노조 관계를 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형식적인 것으론 극복이 안 된다. 또 한편 노조 조직이 조합원 전체를 얼마나 대표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당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노조가 노동의 시민권 확대를 위해 싸워왔는데, 조직노동이 포괄하지 못하는 파편화·분절화된 노동의 시민권을 대표하기 위해 당이 어떤 사업을 해야 하냐는 것이다.

이것이 노총을 통해 안 되고 있는데도 당은 노총만 보고 있다. 노총이 세력 기반으로서 힘을 갖고 있는 것을 존중하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지만, 다양한 미조직 노동의 시민권을 대표하기 위한 당의 정치사업이 전무했다. 배타적 지지가 협소하고 폐쇄적으로 적용되면 당이 받아안는 노동의 요구가 조직된 일부 노조의 요구로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배타적 지지가 당이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다가가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인가?

박원석 : 그건 아니지만 안주하게 했다는 것이다. 물론 배타적 지지가 있어도 할 수 있는 문제지만 당은 안주하고 노총은 '당 지지하면 된 거 아니냐'고만 한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도 못 한 거다.

프레시안 : 민노당과 통합진보당의 태생이 서로 다른 모델이어서 그런 것 같다.

박원석 : 민노당에서 통합진보당이 되면서, 배타적 지지단체에 대의원을 할당했던 제도를 없애고 지역에서 선출하기로 했는데 노동계와 논란이 있었다.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다. 새로운 관계 형성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 이전에 각각 당이든 노조든 중심성, 대표성 등 한 단계 발전된 자기 정의가 필요한 것 같다.

▲박원석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정파는 '씨족', 본질은 파벌의 이익"

프레시안 : 진보정당 뿐 아니라 엄밀하게는 노조도 노동자를 포괄적으로 대표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박원석 : 지난달 12일 중앙위원회 파행 과정에서, 노동 부문의 대표성을 인정받아 중앙위원이 된 분들이 회의에 왔다. 그런데 이 분들은 민주노총의 산별대표자회의나 중앙집행위원회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과 해법에 충실한 역할을 한 게 아니라 정파의 조직원 역할을 했다.

노조 내에도 당과 똑같은 정파 구조의 폐해가 있다. 당이 정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노동 중심성이 약화됐다는 측면도 있지만, 노동 내부에서부터 그런 것이다. 하지만 정작 민주노총 자신은 눈감고 있다. 만약 제가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다면, 노동 대표성을 망각하고 정파 대표선수 역할을 한 간부들을 당연히 징계했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징계도 못 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노동 내부에서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박상훈 : 양쪽 다 바뀌어야 한다. 한국 진보파들이 노동에 등을 돌리고 권력에 취하고 이런 건 아니다. 다만 무능하다. 조직력을 최대한 사용하는 게 약자들의 무기이니 대중조직도 정치조직도 긴밀하고 단단하게 결합해 초기 형성기를 빠르게 거쳐야 했다. 그걸 못 하면서 잘 조직된 정파들이 다 장악해 망가뜨렸다. 끊어내는 것 없이 새로운 출발은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도 차기 위원장을 선출하게 되면 정파 구조가 끝났고 위원장의 권위가 조합원들에게서 나온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다. 6월 당 대표 선거에서 또 정파들 간의 거래로 대표를 뽑으면 당직 자리나 예산 배정할 때 또 눈치를 봐야 하고 도와준 대가를 줘야 한다. 그러면 노동자는 언제 보나? 노동자는 또 당하는 거다. 강력한 대중적 리더십이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답을 모색해 가야 한다.

오병윤, 김창현 두 사람이 자제하지 않으면 또 망한다. 두 사람이 해결자로 나서면 진보정치는 비극이다. 끝내야 한다. (4일 일부 언론은 오병윤 의원과 김창현 전 울산시당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 의원은 광주·전남연합의, 김 전 위원장은 울산연합의 주요 인물이다. 오 의원 측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아직 입장을 밝힌 바 없다. 15일 전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고, 김 전 위원장은 <뉴스1>에 출마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 편집자)

나순자 : 민주노총 안에서도 항상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노총 지도부를 정파 인물이 아닌 산별노조 등 대중조직의 대표자들로 세우려 했다. 그런데 정파는 조직이 잘 돼있고 우리는 안 그랬다. 졌다. 민주노총 중집이 40~50명인데 정파에 속한 사람들이 수는 더 적다. 그러나 정파는 결속력이 강하고, 정파 소속이 아닌 사람들은 자기 일이 바빠서 대응을 못 하다 보니 소수에게 다수가 밀려온 거다. 지금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노총부터 정파에서 바로세워야 한다. 이번 위원장 선거 때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박상훈 : 산별노조 지도자들도 정파에 소속돼 있지 않은 것 뿐이지 정파'색'은 있지 않나?

나순자 : 더 좌파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과 특정 정파 소속이란 것은 다르다.

박원석 : 한국의 정파는 '노선'이 아니잖나. 파벌, 이익집단 수준이다. 노선이면 차라리 논쟁이라도 되니 건전한 발전이 되는데, 노선은 외피·명분일 뿐이고 실제로는 파벌의 이익이 우선이다. 그래서 정파는 '씨족'이다.

박상훈 : '무규범적 정파가족주의'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웃음) 정파에 속한 인물들도 이번 사태를 거치며 적응해 나가는게 중요하다. 공개적으로 활동하면 그건 인간의 정치적 본성이니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력은 분명히 있으면서 숨기는 게 문제다.

나순자 : 현재 구성된 비대위에 대해서도 현장에서는 이런 반응이다. '그러면 인천연합은 문제없었나? 울산연합은 없나?' 인천연합도 용산 지구당 사태 등의 문제가 있었고 인천 지역 활동가들이 인천연합의 패권주의에 피해를 입은 경험은 심각하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이 중심이 돼 있는데 혁신이 될까 의혹을 갖는 분위기가 있더라.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파들이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반성하고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원석 :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경기동부, 울산, 인천 등등 자타가 다 아는데 아무도 말은 안 한다. 그들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이나, 당을 통해 뭘 하자는 것인지 목표도 알려져 있지 않다. 정파가 자기의 노선과 전략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무슨 통일전선으로 혁명하자는 것도 아니고, 자기 목적을 감추고 전선 넓히는 그런 식으로는 현대 민주주의 못 한다.

프레시안 : 한때 대안으로 거론됐던 '정파등록제'에 대한 생각은?

▲박원석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박상훈 :
3~4년 전이었다면 해 볼 만했을 것이나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퇴행적이다. 정파등록제란 한 세력이 패권을 독점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정파 간) 힘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이런 것을 지금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단일 리더십 체제를 통해 대중적인 조직이 돼야 하고, 정파는 공개활동의 자율성만 보장해 주면 된다.

박원석 : 당직 선거구를 대선거구제로 바꾸면서 특정 정파 독점이 어려워지고 소수 정파도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생겼다. 또 당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약간의 지원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개된 정파들에게 인센티브 차원에서 일부 대의원을 할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 대의원 20% 정도를 각 의견그룹의 노선을 걸고 뽑는 '정책명부제' 같은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당 안의 문제는 그걸로도 해결이 안 될 것이다. 어차피 등록 안 할 텐데, 뭘. 정파를 공개하지 않는 또다른 논리가 있다. 국가보안법이나 조직보위, 또 정당을 바라보는 상(像)에 대한 차이도 있다.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 면에서 정책명부제 같은 게 필요한 면은 있지만 지금의 문제는 그것으로 해결이 안 될 거다.

"진보통합 문제, 비조직 노동자 문제도 수렴점은 '정파'"

프레시안 : 얘기를 좀 바꿔 보자. 나순자 위원장은 진보정당의 노동 중심성을 복원하기 위해 진보대통합이 우선이라고 하셨다. '분열'된 지금의 상태에서는 답이 없다는 것인데, 진보 통합에 대한 다른 두 분의 의견은?

박원석 : 진보신당은 등록이 취소됐다가 재구성하는 중이다. 이들은 통합진보당과 같은 계급연합 정당의 길을 거부하고 가치 중심성을 지키겠다고 했는데, 2%의 벽도 넘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는 현장에서 진보신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무기력감을 줄 것이고 재구성에도 회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의 변화가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에 따라, 통합 과정에서 (이 당으로) 오지 않았던 분들도 고민이 있지 않을까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그런 고민을 나눠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녹색당은 노동 중심 진보정당과는 별도의 길이기 때문에 따로 존재해도 좋을 것 같다. 다만 한국사회 진보세력의 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통합해야 할 필요도 있다.

▲나순자 전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나순자 :
현장에서는 통합 요구가 크다. 노조 지도부가 3~5만 명의 당원들만이 아니라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치활동을 한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노조라면 조합원부터 시작해 환자, 보호자, 가족, 지역까지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끝나고 보니 정당 득표율이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우리(보건의료노조)나 몇몇 군데를 빼고는 노조 지도부들이 활동을 안 했더라.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안 한 곳도 있고,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분열된 곳은 분열돼서 못 했다. 노동자들이 정말 당에서 마음이 떠났구나 싶었다.

이번 지도부는 재창당을 걸고 나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민주노총에서도 그런 생각이 다수였다. 겨우 봉합해 누르고 있다가 이번 문제가 터지니 어쩔 수 없는 상태다. 3주체 통합 전에 원탁회의를 하면서 진보정당의 통합을 추진했던 그 역할을 대선 전까지 하지 않으면 야권연대고 대선이고 없다.

박원석 : 문제 제기를 하고 싶은데, 국민참여당계가 참여하면서 통합진보당은 계급연합 정당이 됐다. 기존의 '진보'에서 외연을 확장한 것인데, (민주노총이나 진보신당 등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참여정부의 반(反)노동 정책에 대한 정서적·감정적 평가 외에도, 자유주의 세력과의 결합을 기존의 노동 중심성 강조 세력이 받아들일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런 성찰도 있어야 한다. 노선 면에서 '죽어도 못 받아들인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같이 하기 어렵다고 본다. 참여당과는 이미 통합을 했고 하나의 세력이다. 참여계가 가진 민주성도 발현됐다. 솔직히 말해서 참여계가 없었으면 이번 문제가 해결이 안 됐을 거라 본다.

나순자 : 없었다면 발생도 안 했겠지. (웃음)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먼저 통합을 한 다음 참여당과 했으면 수용이 가능했을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먼저 하려 해서 민주노총은 반대했었다. 그런 의견이 없어진 것은 아니나, 실제 진보세력 전체가 통합하는 흐름으로 간다면 참여계에 대해서도 좀더 유연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상훈 : 그런데 진보는 원래 특성상 하나의 당으로 뭉쳐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1차적으로는 통합진보당이 유능한 행위자로 우뚝 서는 게 우선이다. 그러면 힘의 함수관계로 인해 진보신당 내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잘 안 되면 연합도 진보정치 실험도 어려울 것이다.

표를 10% 얻은 건 장난이 아니다. 10%짜리 정당이면 세계적으로 봐도 대정당이다. 독일 녹색당이 평균 5%이고 기민당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자유민주당도 5%다. 진보신당, 녹색당, 민주당내 진보파들이 얻은 표까지 하면 한국 진보는 기반은 있다. 그러나 공고하게 지지받아야 할 계층에서 멀어지고 방향성이 애매모호해져 현장 활동가들이 수많은 딜레마와 괴로움 속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게 문제다.

프레시안 : 또 하나의 고민은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중심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다가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노조와 당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박원석 : 앞으로의 노동 의제는 그 쪽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당이 대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직노동의 도덕적 권위는 지금도 없고, 더 잃어가고 있다. 노동계 내부의 고민이 깊을 것이고, 당에서도 조직노동과의 연대를 넘어서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변하고 의제를 실현할 것이냐에 더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건 조직노조보다 당이 앞서가야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당 노동위원회가 형식화돼있고 정파에 휘둘리는 면이 있다. 당의 중요한 조직적 과제 중 하나인데, 현장 정치사업을 당에서 조직적으로 수렴하고 파악하는 구조가 없다. 당이 독립·독자적인 노동정책을 입안하고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능이 하나도 없다. 말만 '노동 중심'이지, 실력에서는 시민단체 센터 하나만도 못하지 않았나 한다.

나순자 : 민주노총 산하 각 연맹들도 노력하고 있다. 제 문제의식은 지역에서도 조직을 연맹별로 따로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각 지역본부에서 해야 하는데, 정파가 조직을 '따면' 자기 정파 조직으로 보내 버리니 통합적으로 못하고 각 연맹별로 하는 상황이다. 학교(대학) 비정규직도 조직을 많이 했는데 한 정파가 다 해갔다. 다들 하긴 하는데 각자 하니 큰 성과를 못 낸다.

노조는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 기금도 부어야 하고, 투쟁하다가 해고자가 발생하고 몇 년씩 가면 결국 노조가 깨진다. 지역(본부)에서 담당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당과 지역의 청년유니온 등 조직이 지역 정서에 맞게 활동해야 한다. 중앙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데 가서 할 수는 없다.

박원석 : 그마저 정파가 먹어 버리니 모든 문제가 정파로 수렴되는 건 맞는 것 같다. (한숨) 지역일반노조라는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별 노조로 포괄되지 않는 다양한 비정규직을 위해 어떤 모델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산별노조로도 잘 안될 것 같다.

박상훈 : 그런데 노동정치 힘의 근간은 국가 정책에 관여하는 것이다. 유럽의 '코포라티즘'(조합주의) 모델에서는 노조가 정책 결정권은 없어도 막을 힘은 있다. 한국에서, 참여의 기반을 지역에 두고 당과 중첩해서 한다면 대중조직은 잘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방향을 못 바꾸면 힘들어진다. 민주노총은 지역중심과 산별노조 중심이라는 양 날개를 가질 수밖에 없고, 정당은 전국 단위 지역조직으로 노동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통합진보당, 정책·의제 기능 강화 절실"

박원석 : 10.26 재보선 이후 서울시에서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있다. 그게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 이건 통합진보당이 정책적 주도권을 가지고 가야 했는데 못 한 면이 있다. 당 노동정책을 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총론만 있다. 의석 수가 적으니 현실에서 교섭할 힘이 없을 수는 있지만, 이건 안 된다.

▲박상훈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박상훈 :
의제를 정치적으로 조직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한 것이다. 핵심은 당 내에서 노동정치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참여계 사람들도 노동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을 거라 본다. 설득할 수 있다.

박원석 : 노동이 '뿌리'임은 부정할 수 없다. 참여계는 다만 자신들 나름의 민주주의 감수성에서 대의원 할당제 같은 것은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지, 근본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결합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당 내 스펙트럼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좋은 것이다. 파벌, 정파가 아니라 노선의 좌우는 있어야 한다. 지금 엄밀히 보면 당 내에 우파는 많은데 좌파가 없다. 사실 전통적 진보 관점에서 보면, NL이 우파지 좌파냐?

나순자 : 노동중심 의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당 정책실에 노동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꼭 당에서 다 하지 않아도, 산별노조마다 한 명씩 정책위원회로 파견하라고 하면 필요한 연맹은 파견할 거다. 당과 노동계와의 관계에서, 대의원 할당보다 그런 것을 먼저 해야 한다. 교수들이 만들어낸 정책보다 현장에서 만든 정책이 더 현실적이다. 결합해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4년 간은 '반MB, 반FTA' 빼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박상훈 : 통합진보당 정책 좀 정말 전체적으로 다시 해야 한다. 전문가가 만들어 시혜하듯 하는 게 아니라, 정책수요자들이 정책을 만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박원석 : 당에 와서 보니 정책 기능이 무기력하거나 없었다. 총선공약집도 죽 봤는데, 차별성이 없거나 현실성이 없다. 진보적이지 않거나 과도하게 구호만 있다는 얘기다. 내실이 없다.

당이 정리되면 정책위원회와 정책연구원의 역할·기능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진보정치의 무기가 정책인데 안 되지 않나. MB정부 들어와서는 '반MB'와, 민주당까지 공유하는 민생 의제에만 매달려 온 거다. 예전에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을 던지며 선도하는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반MB'라는 정치 구도상의 공학을 만드는 데만 몰두해 있다. 냉정히 보면 이건 진보정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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