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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 의혹 '김학의 쇼크', 곽상도 민정수석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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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 의혹 '김학의 쇼크', 곽상도 민정수석 좌불안석 靑 "어떻게 알았겠나"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아직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인사 난맥에 부딪친 청와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도덕성 문제로 논란을 빚어 온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도 그렇지만, 인사 검증 시스템에 뚫린 더 큰 '구멍'으로 지적되는 것은 김학의 법무차관 건이다. '김학의 쇼크'라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윤창중 대변인은 22일 오전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만 했다. 인사 실패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답이 없었다.

문제의 핵심은 청와대가 과연 김 차관의 '성 접대' 연루 의혹을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는지 여부다. 김 차관 등 차관급 20명의 인사 발표가 있었던 날은 지난 13일. 당시 인사 관련 브리핑을 했던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구성되진 않았지만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준하는 심의 절차를 거쳤다"고 했었다.

그러나 검증 단계에서 경찰과 검찰 등에선 관련 의혹을 전달했지만 청와대가 '본인 말만 믿고' 임명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21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런 저런 소문이 도니 알아보지 않았겠나"라며 '소문'과 관련한 사전 인지 사실 자체는 시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특히 "그 때(검증시) 김 차관 본인은 강력하게 부인했다고 한다"면서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청와대가 어떻게 아느냐"라고 말했다. "본인은 사표를 쓴 이 순간까지도 '억울하다'고 하고 있지 않나"라고도 했다.

언론 보도를 봐도 "허리 밑의 일인데 본인 아니라고 하는 이상 그걸 어떻게 검증하느냐"(이날자 중앙일보, 한겨레), "민정수석실에서 확인했지만 사실무근이라고 해 별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도 아니어서 소문의 진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다"(동아일보)며 검증 단계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을 변명하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이 익명으로 실렸다.

즉 13일 이전에 이미 관련 첩보를 입수한 청와대는 김 차관 본인과 경찰 등에 확인했지만, 경찰도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하고 무엇보다 김 차관 본인이 강력히 부인해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김 차관 외에 인물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닌데 굳이 문제 소지가 있는 김 차관을 그 자리에 앉혀야 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믿는다'던 청와대의 분위기에서 반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주 관련 기사가 주요 언론 지상을 도배하다시피 하면서부터다. 청와대에 앞서 관련 보고를 넣었던 경찰 수뇌부와 수사 일선 실무자의 보고 내용이 크게 달랐던 것이 결국 경찰청장 교체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결국 21일 김 차관의 실명이 언론에 등장하며 문제가 수면 위로 솟아오르자 청와대는 이날 오전 허태열 실장과 일부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김 차관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회의 결과를 김 차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행 대변인은 김 차관의 사퇴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청와대가 관여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변인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21일 오전까지만 해도 물러날 뜻이 없었던 김 차관이 갑자기 사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이유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가 그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팩트(사실)가 맞는지 여부를 떠나서 '여성 대통령' 시대에 너무 지저분한 소문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가 많았다"(조선일보)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린 것도 주목된다. 김 차관 관련 의혹의 진위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 사안이 청와대에 얼마나 부담으로 작용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지점이다.

청와대는 '장관도 아닌 차관의 진퇴 문제는 청와대가 입장을 낼 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침묵하고 있지만 정부 출범 초기부터 발목을 잡힐 악재가 불거지자 긴장한 분위기다. 인사 라인이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는 문제다.

인사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는 허태열 실장까지 올라갈 문제는 아니라도, 검증을 담당했던 민정 라인에서 어떤 수준으로든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보수 성향 일간지의 지면에서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 일로 곽상도 민정수석을 질책했다는 보도도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인사 사전 검증 문제로 민정·인사수석이 한꺼번에 옷을 벗는 일이 있었다.

야당도 칼을 빼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이번 사건은 검증 시스템을 통해 대통령의 인사를 보좌해야할 민정수석이 업무를 해태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인사에 국민들이 깊은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며 "의혹 제기만으로도 인사 대상에서 제외시켰어야 마땅한데 당사자 말만 듣고 넘어갔다는 점에서 인사검증 시스템을 작동불능 상태로 만든 민정수석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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