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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호 '엉뚱한 논문'이 천안함 진실 찾기에 혼란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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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호 '엉뚱한 논문'이 천안함 진실 찾기에 혼란 부추겨" [단독] 이승헌 교수 정면 반박 "대학교 1학년도 웃을 억지 논리"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진실 게임'이 과학자 간의 공방으로 진행 중이다. 2일 송태호 KAIST 교수(기계공학과)가 "어뢰의 '1번' 글씨가 폭발 후에도 안 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놓고,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이승헌 교수(물리학)가 간단한 보고서를 통해서 맹점을 지적했다.

이승헌 교수는 5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송태호 교수의 가정이 갖는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논파했다. 특히 이 교수는 송 교수가 제시한 초기 조건을 그대로 이용해 해당 논문이 얼마나 폭발 상황을 재연하는데 실패했는지 반박했다. 이 보고서는 <프레시안>을 통해서 최초 공개된다. (☞바로 보기 : )

이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송 교수의 주장이 얼마나 억지인지 알 수 있다"며 "먼저 폭약이 터졌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해 보자"고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폭발이 일어나면 그것의 엄청난 에너지로 발생한 열 폭풍 탓에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폭발로 발생한 에너지가 기체(버블)로 변화해 팽창(충격파)하는 과정은, 송 교수가 주장처럼 이상기체가 ①안팎의 압력이 동일하게 유지되면서 ②팽창이 비교적 천천히 일어나는 '가역 과정'이 아닌 내외부의 압력차가 큰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가역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 2일 송태호 교수가 "어뢰의 '1번' 글씨는 타야 마땅하다'는 이승헌 교수의 주장은 열역학의 기본도 모르는 오류"라며 주장한 것을 놓고 이승헌 교수가 정면 반박했다. ⓒ조선일보

"폭발 7m 지점의 온도가 영하 63도라고?"

이 교수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학교에서 1학년 때 물리학을 배운 학생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수식을 통해서 송태호 교수의 가정이 갖는 모순을 짚었다. 특히, 이 교수는 이날 송 교수가 제시한 초기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그 주장의 문제점을 살폈다.

이 교수는 "어뢰 폭발로 발생한 기체의 팽창이 송 교수의 논문처럼 진행된다면, 폭발 직후 초기 버블은 반지름 0.33m에 온도가 3003℃가 되며, 이것이 어뢰 길이인 7m에 해당되는 곳까지 팽창하면 영하 63℃(209K)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송 교수 말대로라면, 사람이 폭발 현장에 서 있으면 얼어 죽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의 얘기를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송 교수의 가정처럼, 버블 안팎의 압력이 일정한 상황에서 버블이 팽창하려면 버블은 자신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서로 연결된 주사기에 똑같은 양의 물을 채우면 균형을 이룬다. 이런 균형을 깨려면 당연히 한쪽 주사기에 힘(에너지)을 줘야 한다.)

이렇게 버블이 팽창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면 당연히 버블 내부의 온도가 떨어진다. 버블이 계속 팽창하면 온도도 계속 떨어지는데, 이 교수가 7m까지 버블이 팽창했을 때의 온도를 계산해봤더니 영하 63℃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결과는 우리가 폭발을 놓고 떠올리는 상식과 맞지 않다.

"폭발은 비가역 과정…열 폭풍을 기억하라"

그렇다면, 송태호 교수 논문의 이런 문제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송태호 교수와 다르게 이승헌 교수는 어뢰 폭발로 발생한 버블의 팽창 과정을 '비가역적 과정'으로 가정했다. 이 교수는 "송 교수의 초기 조건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폭발 직후 초기 버블 내의 압력은 2만 기압에 가깝다"며 "대기의 기압은 1기압이기 때문에 버블 내의 압력에 비하면 버블 밖의 압력은 진공(기압=0)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의 압력이 외부의 압력보다 수만 배(실제로는 수십만 배) 크기 때문에 버블은 마치 진공으로 기체가 팽창하는 비가역적 과정과 유사해진다. 이런 비가역적 과정에서는 팽창 전과 팽창 후의 온도가 똑같다. 왜냐하면, 버블이 팽창할 때 굳이 추가의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서로 연결된 주사기의 한쪽에만 물을 채워두면, 아무런 힘을 주지 않아도 이 물은 다른 주사기로 흘러가 균형을 맞춘다.)

이승헌 교수는 "이렇게 팽창 전과 후의 온도가 똑같은 비가역 과정을 염두에 두고, 어뢰 폭발에 초점을 맞춰 보면 7미터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은 섭씨 3000도의 기체로 화상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사실은 이공계 대학생이 1학년 때 배우는 물리학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1번' 글씨에 집착하다 내놓은 엉뚱한 논문"

이승헌 교수는 "남북한 사람 누구나 한국산 잉크로 쓸 수 있는 '1번'은 이미 증거 능력을 상실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송태호 교수가 엉뚱한 논문을 내놓아 혼선을 부추기기에 아주 간단한 반박을 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송 교수는 이승헌 교수를 비롯한 과학계의 반박에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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