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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가진 노인들, 10대의 젊음을 탐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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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가진 노인들, 10대의 젊음을 탐내다! [親Book] 리사 프라이스의 <스타터스>
전쟁이 일어났다. 저 멀리 태평양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던 전쟁은 생화학전으로 치달았다. 예상된 일이었지만 제대로 대비할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 노약자부터 순서대로 백신을 맞던 중에 공중에서 포자가 살포되었고, 백신을 맞은 열아홉 살 이하와 예순 살 이상만 살아남았다. 한순간에 부모를 잃어버린 어린 '스타터'들과, 은퇴했다가 갑자기 아랫세대를 잃고 다시 경제 활동의 중심에 선 '엔더'들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왔다.

돈 있는 사람들은 걱정이 없다. 원래 150살, 200살까지 살 수 있는 시대였다. 한정된 자원을 나누어 가질 인류 자체가 급감했다. 부유한 노인들은 넓은 저택에 들어앉아 호사스러운 취미 생활을 마음껏 즐긴다. 물건을 고칠 사람도 부속품을 구할 방도도 없으니 싫증나거나 고장 난 물건은 그저 갖다 버리면서 잘 먹고 잘 산다. 자신을 보호해 줄 조부모가 있는 젊은이들은 베벌리힐스 같은 깔끔하고 화려한 동네에서 쇼핑을 하고 밤늦게까지 클럽에서 논다.

부자가 아니라도, 엔더라면 일단 일자리를 구하고 제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 퇴직했던 노인들이 일터로 복귀한 덕분에 당장은 어떻게든 돌아간다. 문제는 이도 저도 아닌 스타터들이다. 전쟁 전에 이미 조부모가 없었고, 전쟁에서 부모를 한순간에 잃어 불안한 시대에 기댈 곳이 없어진 스무 살 미만의 아이들.

▲ <스타터스>(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황금가지 펴냄). ⓒ황금가지
정부는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을 보호소에 집단 수용하는 정책을 펴지만, 보호소에 끌려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합법적인' 강제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니 일단 도망칠 수밖에.

1년 전에 부모님을 잃은 캘리는 몸이 약한 일곱 살 동생 타일러, '그 전쟁' 전에는 데면데면한 같은 학교 학생일 뿐이었던 마이클과 집행관들의 눈을 피해 살고 있다. 하지만 숨어 사는 데는 한계가 있고, 어린 동생과 빈 건물을 찾아다니는 일은 너무나 위험하다. 돈만 있으면 가짜로 보호자 노릇을 해 줄 엔더도 구할 수 있고 기침을 하는 동생을 병원에 데려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함께 안전하게 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서 캘리는 고민 끝에,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을 판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하지만 가장 귀한 것. 바로 자신의 젊은 몸이다.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이라는 비밀 회사가 엔더와 스타터의 뇌를 연결해 엔더가 스타터의 몸을 자기 것처럼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젊음을 다시 누리고 싶은 노인에게 몸을 세 번 '빌려' 주기만 하면 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엄청난 돈이 생긴다.

'프라임 데스티네이션'과 계약한 캘리는 머리에 칩을 박고, 깔끔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잠이 들었다. 처음에는 하루, 그 다음에는 일주일. 마지막 계약은 한 달이었다. 처음 두 번은 괜찮았다. 조금 이상한 꿈을 꾸었고, 몸에 기억나지 않는 상처가 남았을 뿐이다. 그러나 세 번째 계약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정신이 들어 보니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의 교환실이 아니라 고급 클럽에서 낯선 사람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캘리는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빌려간 엔더 헬레나인 척 하며 그녀의 휘황찬란한 저택에 돌아가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클럽에서 만났다는 매력적인 남자아이 블레이크가 집에 찾아온다.

그 다음부터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줄타기이다.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에 가려고 하니 몸을 빌린 엔더인 것 같은 여자의 목소리가 가지 말라며 필사적으로 말린다. 살인을 하지 말라며 헬레나의 친구가 말을 건다. 내 몸을 빌린 할머니는 대체 누굴 왜 죽이려고 한 걸까? 그다음에 제정신이 들었을 때는 심지어 어디서 났는지 모를 총을 들고 있다. 그렇잖아도 기댈 곳 하나 없이 지켜야 하는 것들 뿐 인데, 내 몸조차 온전히 내 몸이 아니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스타터스>는 다른 장르와 결합한 로맨스 소설을 낸다는 '블랙 로맨스 클럽'으로 나왔지만, 로맨스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10대 독자를 염두에 둔 너무나 건전한 전개(내지는 전개의 부재)와, '로맨스'의 문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날카롭고 아픈 반전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타터스>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해, 설정의 매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소설이다. 보통 대재앙 이후라고 하면 불임이 되거나, 인류가 거의 없어졌다거나 하는 설정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저자는 사회의 중간 세대가 사라진 상황을 가정한다. 중장년층이 사망하며 어린 쪽이 약자가 되고 노인이 강자가 된 세상이라는 상상은 매혹적이고, 하루아침에 그런 '약자'의 처지에 놓였지만 책임감 있고 현명하기에 결국 길을 찾아내는 10대 소녀의 모험은 독자에게 편안한 즐거움을 준다.

리사 프라이스의 데뷔작이라고 하는 이 소설의 단점은 분명하다. 군데군데 덜컹거리는 불완전한 조연들이나 영상화를 염두에 둔 듯한 장황한 묘사, 나이브한 전개는 아쉬운 부분이다. 허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매력적인 주인공, 젊음에 대한 갈망이라는 욕망에서 출발한 근본적으로 현실적인 긴장감 또한 있다.

<스타터스>는 대단히 사실적이고 무겁고 훌륭한 SF가 될 수도 있었을 소설이다. 몇 가지 허점을 안고, 이 책은 부담 없고 재미있는 오락 소설이 되었다. 이것이 작가의 선택인지 작가의 한계인지는 후속작인 <엔더스>를 보면 알 수 있으리라. 분명한 점은, 내가 <엔더스>도 읽어보리라는 것이다. <스타터스>는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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