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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카페는 '은퇴자의 무덤'! 탈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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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카페는 '은퇴자의 무덤'! 탈출구는? [프레시안 books]강도현의 <골목 사장 분투기>

5000만 국민의 3분의 1이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나라 경제 활동 인구의 33퍼센트 즉 3분의 1 가량이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통계 숫자는 아마도 익히 들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뭔가 직장을 가지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의 3분의 1 가량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식당, 술집, 호프집, 이발소/미용실, 카페, 문방구, 꽃집 등의 주인이거나 아니면 그 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라는 뜻인데, 한마디로 말해서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 이야기는 곧 우리나라 5000만 국민의 3분의 1이 살아가는 고달픈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모두가 자영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자영업자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기회란 흔치 않다. 자기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자영업자들이 언제 시간을 내서 자신의 인생살이, 살림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낸단 말인가!

금융 자본의 첨병에서 영세 자영업자로

이 책 <골목 사장 분투기>(인카운터 펴냄)을 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책을 출간할 시간적 여유, 정신적 여유를 가진 것일까?

역시나, 이 책의 저자인 강도현은 우리가 흔히 보는 동네 아저씨가 아니다. 그는 미국 리버티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한 유학파이며, 귀국해서는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외국계 헤지펀드에 근무하면서 파생 금융 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며 큰돈을 벌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를 풍미한 "부자 되세요 신드롬"에 딱 어울리는, 미국식 월스트리트 자본주의 모델의 지배 하에서 출세하고 큰돈을 모을 수 있는 금융, 경영, 회계 직종의 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뜻한 바 있어 갑자기 그 잘나가던 금융, 회계 업무를 그만두고 카페를 창업하게 된다. 그것도 서울의 홍익대학교 입구 근처에서 커피 전문점을 창업했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따라서 <골목 사장 분투기>는 매우 귀중한 책이다. 자영업을 실제 경험한 사람이, 그것도 "쫄~딱" 망해본 사람이, 자영업자들이 왜 망하는가, 어떻게 망하는가에 관하여 자신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잘 분석해 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의 영업 장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자영업자들의 실제 영업 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경영컨설턴트 출신이며 회계법인 출신이라서 그런지, 그의 자영업자 영업 장부 분석은 매우 세밀하다. 예컨대 이렇다.

"매장 규모가 여섯 평인데 계속해서 손님이 들어오지 않으면 월 임대료 180만 원을 낼 수가 없어요. 그 조그마한 매장 임대료가 월 180만 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어쩌겠어요?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서울이 그런 걸."

"요즘은 자영업을 예전의 구멍가게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초기 비용 5000만 원에 월 임대료 200만 원을 들여 음식 잘하고 친절하면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는 나태한 생각으로는 단 몇 개월도 버티기 힘들다. 문제는 초기에 자리 잡는 시간이 필요한데, 높은 임대료와 초기 투자 비용은 그 시간마저 허용하지 않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구조를 가져왔다."

"손님당 단가를 8000원으로 본다면, 원가 비율이 30퍼센트 정도니까, 350명의 손님까지는 월 임대료를 지불하는데 나간다. 매일 고객 열다섯 명분 매출은 월 임대료로 지불되는 꼴이다. (…) 또 다른 고정 비용인 인건비는 손님으로 매장을 하루 두 번씩 채워야 한다. 게다가 기타 제반 비용을 생각하면 하루 네 번의 매장 회전까지는 각종 고정 비용을 채우는 격이다. 그 다음부터야 비로소 사장님 몫이다. (자영업자들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도 먹고 살기 힘든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배달도 마찬가지다. 배달 직원의 월급 주고, 주방 인력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매일 열다섯 판 이상 배달이 나가야 수지가 맞는다. 그런데 전문 배달 매장도 아니고, 개인 브랜드가 매일 꼬박꼬박 열다섯 개 이상 주문받기는 쉽지 않다. (…) 설령 그런 수요가 있다 하더라도 매장을 운영하면서 그 작은 주방으로, 적절한 시간 안에 배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고객이 와서 때로는 많이 기다리기도 하고, 배달을 완료하는데 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 <골목 사장 분투기>(강도현 지음, 인카운터 펴냄). ⓒ인카운터

위에서 인용한 부분만이 아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듯 자영업자들이 현실적으로 직면하는 온갖 경영상, 영업상의 어려움에 대한 훌륭한 묘사와 분석이 풍부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그야말로 자영업을 '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커피를 아무리 팔아도 도무지 수익을 낼 수 없는 카페들, 달콤한 말로 편의점 창업을 꼬드겨 놓고서 망하면 어마어마한 돈을 약탈하는 프랜차이즈 사업들, 음식이 날개 돋친 듯 팔려도 망할 수밖에 없는 높은 임대료 문제 등,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제들을 말한다. 망해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이야기들은 이 책이 가지는 자장 훌륭한 읽을거리들이다.

게다가 이 책의 맨 앞에는 카페 창업자로서의 저자가 실제로 직면했던 카드 대출 연체와 신용 불량자로의 전락, 채권 추심의 실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리고 저자 자신, 왜 실패한 중소기업 및 자영업 창업자들이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는지, 그 심정이 비로소 이해된다고 하는 이야기도 펼쳐진다. 실제 전체 자영업 창업자의 80퍼센트가 실패하여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고 그 중 상당수가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다고 할 때, 이 책은 앞으로 자영업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삶이 왜 이렇게 힘들어졌을까?

자영업자들의 삶은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이 책은 자영업자들이 직면하는 여러 영업상,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요즘처럼 힘들게 된 이유를 (따라서, 저자 자신이 창업한 카페가 망하게 된 이유를)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까? 저자는 말한다.

"사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1997년의 외환 위기 이후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기업들이 대거 사라졌고, 대기업의 정리 해고와 인력 절감도 만성화되었다. 어느 누구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결과 한국 경제에서는 사실상의 실업자, 비정규직과 함께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 아예 장사를 포기한 자영업자들이 속출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숱한 이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 뒤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데, 퇴로가 막힌 군중들이 계속 밀어닥친다. 앞쪽에서 밀려드는 군중들의 미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절벽 가장자리에 선 군중들은 버티다 못해 결국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참혹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책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이상한 점이 있다. 1997년 이후 만성화된 정리 해고와 명예퇴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하다는 것을 저자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저자 자신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명예퇴직과 정리 해고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으로서는 아무 대안도 말할 없다는 듯한 태도이다.

그렇지만 1998년 이후 만성화되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대기업과 은행, 금융권 등에서의 대규모 명예퇴직과 정리 해고는 불가항력적인 운명적 힘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명백하게 1998년 이후 우리나라 대기업과 은행, 금융 회사들의 기업 지배 구조 및 경영 원리가 미국 월스트리트형의 단기 수익성 제일주의, 현금 흐름(cash flow) 및 자기 자본 수익률(ROE) 제일주의로 재편되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1년 내에 해당 사업부의 매출 및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종업원을 바로 퇴직시키는 것은 1997년 이전에는 생소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식 회계 기준과 수익 기준이 모든 대기업들의 경영과 회계에 전면적으로 적용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그것은 흔해빠진 일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경제 민주화'라는 미명 하에 일어났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재편 과정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으면서 영업을 대폭 확장한 수혜자들이 바로 회계법인과 각종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자 펀드들이었다. 그리고 회계법인과 투자펀드, 투자은행 들이 하나의 단일한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 자본 네트워크이며, 이들이 바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를 일으킨 책임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이야말로 자영업자를 포함한 서민들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린 자들이다.

그런데도 저자인 강도현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왜 이런 걸까? 게다가 강도현은 지금도 "자본주의의 한 복판에서 비자본주의적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보고 싶은 꿈을 안고" '카페바인'이라는 소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저자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와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면서도 탈자본주의(post-capitalism)를 꿈꾸는 전형적인 미국 리버럴, 즉 '헤지펀드 사회주의자'가 아닌가?

치솟는 부동산 임대료, 도대체 왜?

저자는 서울 홍익대학교 입구에서 카페 창업의 경험과 다른 이들의 체험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자영업자들이 직면하는 최대의 도전이 높은 월세 임대료라고 지적한다. 여러 사례들을 통해 제시되는 이 지적 역시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저자인 강도현은 또 하나의 논리적 자가당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강도현은 자신이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사상을 신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토지 불로 소득이 없는 자유 시장(free market) 자본주의야말로 마르크스 사회주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상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자신의 분석을 따르더라도, 오늘날 한국에서 토지 관련 불로 소득(예컨대 서울 홍익대학교 부근의 비정상적인 건물 임대료)이 비정상적인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자유 시장 자본주의'이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만약 가게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원인이 되어 그것에 들어온 세입자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게 되면,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상가 건물 임대료가 자동적으로 낮아지는 것이 상가 임대료 시장의 정상적인 시장 원리이다. 그런데도 우리 현실에서는 그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과연 선대인 또는 헨리 조지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토건족들', 그리고 그것과 결합한 '재벌들' 때문일까?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저자인 강도현이 책에서 정확하게 지적한 것처럼, 파산한 자영업자들의 시체를 밟고, 또 다른 신규 창업자들(즉 대기업 등의 명퇴자들)의 거대한 행렬이 더 높은 상가 임대료를 기꺼이 내겠다고 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더욱더 중요한 원인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토건족도 아니고 재벌도 아니다. 너무 많은 명퇴자들이 배출되고 있고, 그들을 위한 사회 복지 제도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갈 곳이라곤 자영업 창업 말고는 없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대기업에서의 명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단기 수익성 추구와 주주 자본주의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그리고 퇴직자를 위한 복지 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되는 것은 아닌가? 말하자면 미국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한국 사회가 지난 1998년 이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무비판적으로 도입한 것이 모든 문제의 본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란 : 386 세대의 대란

강도현이 말하는 것처럼,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자영업 쇼크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향후 30년가량 지속될 고용 충격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자영업에 뛰어드는 대열의 대부분이 1958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이다. 그리고 이제 곧 1960년대에 출생한 이른바 '386 세대'가 대규모의 명예 퇴직자 대열에 합류하는 나이가 될 것이다.

그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빤히 보인다. 자영업자들의 무덤은 은퇴자들, 퇴직자들의 무덤이며, 따라서 386 세대의 무덤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장기 충격에 대비한 정책과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자영업이 더 이상 '실패가 뻔히 보이는 은퇴자의 무덤'이 아니기 위해 강도현은 지금 색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올해 초 서울 동교동 근처에 소셜 카페 '카페바인'의 문을 다시 열었다. 그 카페는 공의와 공동체의 삶이 살아 있는 실천의 공간이다. 큰 수익은 내지 못하지만 함께 나누고 공동의 목적이 실천되는 대안의 자영업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의 뒷부분에서 '사회적 기업' 또는 '협동조합'으로서 영세 자영업 가게들이 전환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탈출구로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가 혹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꿈을 꾼다.

그렇지만 <골목 사장 분투기>의 맨 마지막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어 국가적 지원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그렇지 못한 보통의 영세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재촉하는 '불공정 경쟁자'가 되는 적나라한 현실에 관한 인터뷰 기사가 나온다. 결국 사회적 기업 또는 협동조합 역시 부분적 해법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궁극적 해법은 역시 자영업 창업을 최대한으로 억제하는 것이고, 따라서 자영업 창업을 양산하는 명예퇴직과 정리 해고의 행렬(즉 죽음을 향한 행렬)을 그 시작 지점에서부터 차단시키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과연 저자가 이 책에서 자신에게 희망을 준다고 말하는 희망제작소와 같은 기존의 시민운동, 즉 신자유주의 및 금융 자본주의라는 틀을 인정하고, 더구나 필요에 따라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그런 차원의 운동,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한 복판에서 비자본주의적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그런 운동에 의해서 가능할까?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넘어서고자 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견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이 책의 내용과 논리 전개 방식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이 모든 의문점과 논쟁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훌륭한 책이다. 왜냐하면 저자 자신이 직접 수억 원의 돈을 들여, 게다가 수년간의 직접적인 힘든 삶과 고민을 엮어서 낸 매우 값비싼 체험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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