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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날리는' 위험한 재동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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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날리는' 위험한 재동 권력?! [親Book] 이범준의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지난 주 화요일,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기자 회견이 열렸다. '투표 시간 연장 100인 청구인단 헌법소원 청구' 기자 회견이었다. 투표 시간을 저녁 여섯 시까지로 제한한 현 공직선거법이 국민의 선거권, 표현의 자유, 평등권, 행복추구권과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니 위헌성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인터넷 등으로 모은 100명의 청구인단이 이 헌법소원에 참여했다.

청구인 중 두 명은 직접 기자 회견에 나왔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는 청구인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토로했다.

"한 달에 3일 쉽니다. 9일 일하고 하루 쉬는데, 쉬는 날에는 피곤해서 하루 종일 잠만 잡니다. (…) 내가 지지하는 후보한테 투표하고 싶어서, 하루 일당까지 버리고 나왔습니다."

투표 시간을 정한 공직선거법은 본래 국회에서 정한 것이다. 투표 시간을 변경하는 것도 국회에서 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도저히 투표를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국민이 국회가 아니라 헌법재판소 앞에 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한다. 투표 시간만이 아니다. 행정수도, 그린벨트, 선거구 획정과 같은 제도적 쟁점 뿐 아니라 동성동본 금혼, 낙태, 간통처럼 각자의 가치 판단이 첨예한 대립을 이루는 쟁점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판단한다.

아니, 그 판단이야말로 기본권 규정이 있는 성문법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헌법재판소가 수행해 온 핵심적인 기능 중 하나이다. 헌법재판소는 생활 속의 분쟁을 법의 언어로 전환하여, 때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정한 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하기도 한다.

▲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이범준 지음, 궁리 펴냄). ⓒ궁리
이처럼 헌법재판소는 많은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기댈 곳,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어볼 곳이 되고 있다. 이런 헌법재판소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위상을 갖게 되었을까? 이범준의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궁리 펴냄)는 헌법재판소의 설립과 성장 과정을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조망하며 이 질문에 답한다.

헌법재판소 전에는 헌법위원회가 있었다. 유신헌법으로 설립되어 사실 단 한 건의 헌법 재판도 한 적 없는, 있으나마나한 '유령 조직'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개헌에서 헌법재판소가 탄생하고 1988년 헌법재판소법이 시행되었지만, 처음 헌법재판소는 제대로 된 청사조차 없어서 일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제1기 헌법재판관들은 발품을 팔아 가며 청사부터 구해야 했다. 청사는 둘째치고라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헌법위원회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듯하던 헌법재판소가 대체 일을 얼마나 할지도 의심스러웠다. 공법학회는 '많아야 1년에 10건 정도'라고 보는 것 같았다. 제1기 이시윤 헌법재판관은 "거기에 뭐 특별히 일이 있겠습니까"라는, 한가하게 저술 활동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을 테니 잘 되었다는 취지의 인사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올해 8월까지 헌법재판소의 심판사건은 7000건이 넘는다. 너무 많은 사건을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180일 이내에 처리하지 못하여 국정 감사에서 비판을 받는다.

'성장' 과정에 여러 일이 있었다. 헌법재판관들 사이의 치열한 대립과 갈등, 특히 독재 청산 과정에서 검찰과의 긴장, 정치권과의 민감한 줄다리기, 헌법상 최고 법원인 대법원과의 분쟁과 결별. 사건 하나하나가 헌법재판소의 자리가 되었다.

이 책은 헌법재판소의 주요한 결정을 간단히 소개하며, 사건의 결정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내의 재판관들 사이에 어떤 논쟁과 토론이 있었는지, 헌법재판소와 다른 주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9년이 넘도록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린벨트 사건이나, 수많은 사람들을 눈물 흘리게 했던 동성동본 금혼 헌법 불합치 사건, 아직도 생생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과 같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둘러싼 '말'들이 건조하지만 뜨거운 이야기로 살아난다.

법조 기자 출신인 저자는 신문에서 속기록에 이르는 1만 장 분량의 기록을 검토하고 관련자들을 100시간 가까이 인터뷰했다고 한다. 책의 많은 부분이 관련자 인터뷰나 답의 재구성이다.

이런 방식에는 한계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적 판단을 내리는 곳인데, 이 책에 나온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관 한 명 한 명의 가치관과 신념에 좌우되는 위험한(!) 곳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행히 저자는 "그 사람이 사실은 이랬다고 하더라고~"와 같은 인물 야사가 되어 버릴 위험을 꽤 성공적으로 피해 간다. 결정문에 나온 논리를 우선 설명한 다음, 결정문에서는 생략되거나 나오지 않은 이야기, 결정 과정의 토론을 재구성하고, 때로는 신문 기사나 당시 정치 상황을 나타내는 다른 자료들을 이용하여 결정에 살을 붙였다.

저자가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 새로운 기록으로 정리하고자 애를 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아무래도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먼저 보고 나중에 읽는 편이 훨씬 좋을 책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이 책은 사람들의 말을 쌓아 올렸는데도, 타액으로 끈적거리지 않는다.

저자는 2009년에 출간된 이 책의 머리말에 곧이어 '메이킹 노트'도 출간할 계획이고, 이 책은 자신의 평생 프로젝트인 '대한민국 법조사 테트랄로지'의 제1부라고 밝히고 있다. 아쉽게도 메이킹 노트도, 법원·검찰·로펌이 대상이라는 테트랄로지의 다음 책들도 아직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그 사이에 우리 헌법재판소에는 무척 많은 일이 있었다. 헌법재판소장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이었고, 전 헌법재판소 소장이 특정 정당의 선대위원장이 되었다. 이 모든, 하루하루가 역사가 되어온 사건에 대하여 저자는 뭐라고 할까. 일단은, 기약 없는 다음 책을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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