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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실무회담, 이번마저 깨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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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실무회담, 이번마저 깨진다면… [한반도 브리핑]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한 한·미·중, 대화에 방점 찍었나?
오늘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제6차 실무회담이 열린다. 다섯 차례나 회담을 하면서도 합의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 개성공단은 재가동될 수 있을까? 남북관계는 고비를 넘기고 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 지난 6월에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부터 되짚어 보자.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서니랜드에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격의없이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동성명 같은 공식적인 합의문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대신 토마스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杨洁篪) 국무위원이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으로 시차를 두고 정상회담 결과를 각국의 입장에서 공개했다. 그런데 이들이 한반도 핵문제에 관해 밝힌 내용은 그 목적과 수단에 있어서 중대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함께 거닐며 손을 흔들고 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두 정상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AP=연합뉴스

6월 8일 기자회견을 먼저 개최한 토마스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은 "양국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해야 하며,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미·중 협력과 대화를 심화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을 북의 위협에서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양국 정상은 북에 압력을 계속 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합리적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진지하며 신뢰할 수 있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북한이 이러한 약속(commitment)"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양제츠 국무위원은 이와 매우 다른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우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꿈'이 "평화, 발전, 협력과 호혜적 결과"이며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국제 및 지역환경"이 필요하다고 중국외교의 대원칙을 설명했다고 밑자락을 깔았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할 것이며, 이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공개했다. 또 양 국무위원은 중국과 미국은 북핵문제에 관하여 "동일한 원칙과 목적을 공유"하므로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에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목적에 대해서 미국은 '북 비핵화'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웠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은 '압력'을, 중국은 '대화'를 강조했다. 목적과 수단에 대해서 미·중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반면 양 정상이 목적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수단에 관해서는 '압력과 대화'에 합의했지만, 각 측이 발표할 때는 외교적인 고려 때문에 그 부분집합만을 언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미국의 발표에서는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서 '북 비핵화'를 강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양제츠 국무위원이 북핵문제에 관하여 중국과 미국은 "동일한 원칙과 목적을 공유"한다고 밝힌 것은 후자의 가능성을 열어 놓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은 6월 27일 한중정상회담에서 완전하게 해소됐다.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한국 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지만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이라고 합의했다. 이 성명이 중요한 것은 '북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분리하여 언급하고, 한국이 전자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가 합의한 내용은 후자임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북한의 평화로운 비핵화"를 내세웠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공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시진핑 주석과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으니 이제는 미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언명할 명분이 생겼다.

명분을 얻은 미국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양제츠 국무위원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참가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이를 공개한다. 7월 10일에서 11일까지 워싱턴에서 개최된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은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의 근원적 중요성에 동의"했으며 이를 "공유된 목표"로 지칭했다. 이제 한·미·중 삼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에 합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도 합의가 있었을까?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미·중 정상회담 직후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은 압박에 방점을 찍고, 양제츠 국무위원은 대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도 한중정상회담과 미중전략경제대화를 통해 해소되고 대화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

6월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관계 발전 원칙의 하나로 "지역·국제사회의 평화안정과 공동번영"을 채택하고 중점 추진 방안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합의했다. 이러한 원칙과 중점 추진 방안에 비추어 볼 때 한반도와 관련하여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이라고 합의한 것은 논리적이다.

이러한 원칙 하에 한반도 평화·안정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은 당연히 군사적 수단이나 압박을 배제한다. 따라서 한·중 정상은 남북이 "당국 간 대화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합의하고 또 "6자회담 틀 내에서 각종 형태의 양자 및 다자대화를 강화하고, 이를 통하여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대화를 강조하며 "적극"적 역할과 "적극" 노력 등 수동적 및 피동적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두 번이나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압력과 대화'라는 이중수단에 합의했지만 미국과 중국이 각각 다른 것에 방점을 찍었을 가능성은 미중전략경제대화가 확인해준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대화'에 공식적으로 합의해 준 후 열린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행을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을 재강조했다. 또한 "모든 관계국들이 비핵화와 다른 관련 안건들에 대한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조건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즉 유엔 결의안 이행이 압력이라는 수단의 진행형이라면, 현 국면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아무래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방점이 찍힌 것이다.

즉 한국과 미국 및 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적에 합의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대화'가 재개되도록 노력한다는데 합의한 것이다. 제네바합의 등 북과의 대화와 협상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대니얼 러셀 미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이러한 합의가 공개된 다음날인 12일 취임, 업무를 시작했다.

현재 진행 중인 남북실무회담은 이러한 합의가 실행될 것인가의 첫 시금석이다. 일부 세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일부 수구세력이 '외세'의 압력에 반대하며, 대화와 교류에 몽니를 부릴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첫걸음인 이번 회담이 깨진다면 후세 사가는 이를 수구세력의 '자주외교'로 평가할까? 아니면 '반민족적 외교'로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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